평소에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 본 뒤에 내용 갖고 수다 떠는 건 더 좋아하는 토리야.
그런데 요새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영화관 가긴 더 꺼려지고 하다보니 취미가 하나 줄어서
아쉬운데로 넷플릭스로 영화보고, 디토에 수다를 떨어보려고 이렇게 글을 쪄 본다.
아, 물론 영화 줄거리를 쭉 읊는 건, 투머치토커인 나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해로울 것이고
내용을 알고 보게 만드는 건 바람직한 영업전략이 아니니
영화 별로 내가 인상 깊었던 장면 몇 개와, 그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하고 지나가려고 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인데
첫 번째로 다루고 싶은 영화는 앨리스 우 감독의 <반 쪽의 이야기>야.
포스터만 봐서는 솔직히 구린데, 영화 보고 다시 보면 포스터에 담고 싶었던 의미가 뭔지 보이긴 한다?
우선 총평은 제목에 언급한대로, 연애감정의 형성에 대한 하이틴스러운 고찰이야.
포스터에 언급된 대로 다른 종류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어권에서 Like you와 Love you는 확실히 말의 무게가 다르잖아?
이 영화는 깊이 사랑(Love)을 고찰하는 철학적인 영화라기보단, 10대의 경쾌함으로 아님말고 식의 연애(Like)감정의 형성을 이야기해.
가볍게 웃음지으며 보면서도, 그 속에 담긴 고민은 얕지 않아서 한 번쯤 곱씹어보게 되는 영화야
개인적인 평점은 ★★★★☆ (4.0 / 5.0)
그럼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들을 이야기해볼까 해
1. 연애의 시작?
이 영화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시작해.
원래 인간은 팔 다리가 각각 넷, 얼굴이 두 개인 존재였고 그들은 너무나 완벽했고 행복했기 때문에,
자신들을 숭배하지 않을까 걱정된 신들이 이들을 반으로 갈라놓았다는 거지.
그래서 나뉘어진 둘은 서로의 갈라진 반쪽을 찾아 다시 완벽해지기를 갈망하는데 그 과정이 사랑이라는 거지.
나한테는 연애와 우정의 구분이 늘 어려운 문제였거든. 가장 친한 친구와 연인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지? 성적인 관계를 구분점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성적인 관계의 중요도가 낮은 연인들도 있고, 그리고 플라토닉같이 성적인 관계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케이스도 존재하잖아? 사람을 알아가고 우정이 사랑으로 넘어가는 거라면 그 변곡점은 어디일까. 사랑과 우정이 별개의 구분된 감정이라면 그 감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같은 거지.
숨을 어떻게 쉬는 거였더라 생각하기 시작하면 숨 쉬는 게 더 불편해지는 것처럼, 어느 사람이 좋아져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한없이 복잡해져버리는 거야. 혹시라도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거나, 이 리뷰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 토리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들과 같이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
2.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 기대어..
'반 쪽의 이야기'라는 제목이 넘나 찰떡인 것처럼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허점투성이야. 10대들이야 크는 중이니 그렇다 쳐도, 어른들까지도 한 명도 성숙하고 완성되어보이는 사람이 없어.
https://img.dmitory.com/img/202011/6vH/h33/6vHh33w4Eg6w4iYK2aIu6i.gif
아주..완벽하게 불완전하지..(덜 떨어졌어 이정도면)
그들은 그냥 거리두기, 침묵하기, 허세부리기 등 각종 위장으로 자신의 허점을 감추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허점은 안에서부터 그들을 찌르고, 갉아먹고 있지.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허점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서로를 치유하기 시작해. 상처받기 싫어서 감춘 것들이 드러남으로써 비로소 치유된다니 다소 역설적이지만 말이야.
성장드라마를 좋아하는 나토리는 이렇게 한 쪽의 일방적인 구원이 아니라 동등한 상호관계 속에서 모두가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더 매력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
3. 애들은 생각보다 빨리 커
나토리는 학교생활도 오래 했고, 졸업하고도 주책없이 학교에 놀러갔었고 해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도 많이 아는 편이야. 어쩌다보니 그네들 고민상담도 종종 해주게 되고, 그러다보면 연애상담도 하게 되고 그럴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보면 애들이 하는 고민의 깊이가 연애 한 번 한 번에 달라지고, 한 해 한 해 달라져서 이게 내가 상담을 해줄 수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될 때가 있어.
이 영화 등장인물들이 딱 그래. 처음 영화가 시작했을 때는 '그거 아니라고 등신들아!!'를 외치면서 보고 있다가, 영화 속에선 1년도 채 안지났고, 현실에선 두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그들의 고민의 깊이가 물씬 깊어졌음을 느끼게 되고, 내가 그들의 감정에 선뜻 답을 내려도 될까? 나는 저들의 고민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만큼 고민하며 연애에 임했었는가 생각해보게 되는 거지.
https://img.dmitory.com/img/202011/3cG/E4Z/3cGE4ZddRCM6cqQWEMSoSs.gif
이러던 애(등신)가...
https://img.dmitory.com/img/202011/1Jb/N2x/1JbN2xYo1yuKCkWOuIiEK6.gif
이런다니까 글쎄??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상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것부터, 고작 연애 한 번에 저런 생각까지 한다고? 싶은 철학적인 사유까지. 생각은 할 수록 깊어지고, 애들은 생각보다 빨리 크는 것 같아. 그래서 주인공들은 각자의 길로 떠나고 영화는 끝이 나지만, 엔딩크레딧과 함께 그들이 남긴 고민에 대해서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되는 영화야.
+) 이건 사족
어느 시점부터인가 헐리웃에서 Bimbo라고 하지? 그 조연으로 나오는 금발 백치 퀸카 캐릭터들이 다소 사라지고, 되려 백인 백치 킹카 캐릭터가 감초성 조연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 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조연이 나오면 그 배역에 그렇게 치이더라구. 리메이크된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금발백치비서 역으로 나왔던 햄식이라든가(이것도 정말 추천해. 진짜 찰떡같이 연기한다 정말). 그게 이 영화에도 나와. 그리고 연기가 아주 찰떡이야. 볼 때마다 와씨, 와씨 하면서 보게되는 그런 거 있잖아..짤로 영업하고 간다.
저 사뿐사뿐 뛰어오는 거 하며 자신감 쩌는 미소..그리고 백치지. 완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