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가 동석한 채 저녁을 먹으면서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여느 저녁자리에서 나올만한 대화였다. 주로 영화얘기였고, 살아온 얘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왔지만, 그 상황에서 대수로운 질문은 아니었다. 식사대접을 받았기에 인사치레로 다음엔 내가 사겠다고 했고, 사달은 그 ‘다음’에서 났다.
가볍게 맥주한 잔 하자며 만난 자리. 전처럼 일상 얘길 하다가 그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래서, 내 여자 친구 할 거야? 말거야?” “네?” 하며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때 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내 얼굴 쪽으로 양손을 뻗더니 입을 맞추려 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와이프랑 한 지 오래됐다. 여자 친구 해라”고 했다. “그런 의도의 여자 친구라면, 돈으로 만드시든지 해라”고 했더니 “그런 건 싫다. 영감을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에도 접촉 시도가 더 있었고, 성적인 얘기도 몇 차례 더 나왔다. 너무나 태연한 태도에 “기사쓸 것이 두렵지도 않느냐”고 했더니, “만일 기사가 난다면 업보로 생각하겠다”면서도 “네가 정 싫으면 하지 않겠다”며 일단락 됐다.
떨떠름한 자리가 파하고 한동안 멍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대중 사이에서 그의 평판이 궁금해졌다. 사람들에게 그는 어떤 이미지일까. 각종 커뮤니티에 그의 이름을 쳐봤다. 상남자, 연기파, 소신배우면서, 첫사랑과 결혼한 로맨티스트로 회자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당시 그는 대중들의 사랑과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공고한 성역 같아서 반대의견을 냈다간 되레 역적으로 몰릴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