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9/2019112903273.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인간 실격'이라는 텍스트와는 다른 의미에서 나는 류승범, 류준열과 함께 박정민을 ‘흙수저의 아이콘’으로 인정합니다. 당신들을 보면 특별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매달리지 않아요. 부모 세대의 성공 신화를 좇아 비명을 지르며 (남의 인생을)사는 대신, 스스로 침착하게 자기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에 함께한 류승범 선배님은 전부터 굉장히 존경했어요. 준열이도 그래요. 그 친구의 행보를 보면 그 베풂과 선행이 존경스럽죠. 다만 제가 흙수저 청춘을 대변하거나 위로한다는 어쭙잖은 생각은 안 해요. 저는 보통 젊은 친구들보다 돈도 많고 유명하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데, 위로라니요... 오만이죠. 단지 책방은 제가 20대 때 좋아하던 곳이니, ‘와서 즐겨보시라’고 권해보는 정도죠."


(중략)


-매번 그렇게 반성하나요?

"모두의 감정을 다 맞출 순 없죠. 하지만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면 제 부족을 뼈저리게 느껴요. 영화 ‘사바하'도 ‘타짜'도 비슷한 궤적으로 반성합니다. 배우는 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영화적으로 사건을 만나 크고 작은 메시지를 전하게 돼요. 감독의 디렉션과 관객의 정서 사이에서 선을 지키려면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중략)


-강박증에 관한 고백을 보고 놀랐습니다. 심리 질환이 어떻게 극복되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더군요.

"2006년 군대에 가서 알았어요. 탈영병 잡는 헌병대 소속이라 휴대폰이 있었는데, 밤마다 폴더폰이 모포 모서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날까 봐 잠을 못 잤어요. 불안해서 깨어있으니 점점 좀비가 되고 컵이나 수건, 관물대에 물건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식은땀이 났죠. 죽을 것 같아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첫 질문이 "살면서 구속을 많이 받았느냐?"예요."

그 말에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도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했어요.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그랬죠. "지금은 힘들지만, 결국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말이 예언처럼 맞았어요. 강박을 잘 쓰면 부족한 걸 느끼고 노력을 쏟아붓게 돼요."


(중략)


-요즘 당신을 지배하는 가장 강렬한 감정은 무엇이죠?

"여전히 불안입니다. 꽤 오랫동안 이 상태로 살아온 것 같아요."

-뭐가 제일 불안한가요?

"들킬까 봐. 저의 부족이 ‘뽀록’날까 봐 두렵습니다."

-저도 그 마음 상태를 잘 압니다.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데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부정을 떨칠 수 없겠지요?

"네. 그걸 사기꾼 콤플렉스라고 하더군요. 내가 사람들을 속이고 있고, 들켜서 손가락질 받을까 봐 두려운 증세. 나는 능력 있는 상태가 아닌데 언젠가 그게 대중 앞에서 뽀록날까 봐 불안해하는 상태. 태생적으로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랍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었어요."

-위로가 되는군요!

"네. 그런 의미에서 웬만하면 다 나 같은 사람, 비슷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우리 모두 잘 속이려고 애쓰며 사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쓸만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겉으로만 그럴듯하고 속은 썩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가 어느 날은 결핍이 심한 사람이 되기도 해요. 다행히 어릴 적 친구들이 한없이 우울해하는 저를 지금까지 잘 지켜주고 있어요(웃음)."


(중략)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지 않고 촬영장까지 직접 운전하며 오가는 이유는 뭔가요?

"(경쾌한 목소리로)그게 편해요. 그렇지 않으면 허둥지둥 집에서 나와 밴에서 자고, 부스스한 얼굴로 촬영 스태프들을 만나겠죠. 언제부턴가 "제가 잠을 못 자서…" 이런 말로 첫인사를 하는 제가 꼴 보기 싫었어요. 직접 운전대를 잡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차 안에선(경차 ‘모닝'이다) 대사도 연습하고요. 점점 정신이 맑아지고 사람이 좀 독립적으로 돼요(웃음). 매니저는 현장에서 만나고 우린 각자의 일을 하죠."


(중략)


-요즘엔 무슨 고민을 하나요?

"영화 한 편을 만들 때, 어디까지 신경 써야 할까? 어떤 영화가 왜 세상에 나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함께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열광한 영화는 ‘시네마’의 범주인데, 요즘엔 어벤져스와 마블이 대세더라고요. 오랫동안 선배 감독들이 닦아놓은 길을 또 어떻게 쓸고 닦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파수꾼에서 박정민의 연기를 좋아했고, 그 후 박정민의 인터뷰와 책을 보면서 호감을 갖고 있는 정도인데,

이 인터뷰는 정말 좋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가 언어를 골라 써서 더 좋은 인터뷰가 나온 것 같아

전문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어.


  • tory_1 2019.11.30 08:47
    되게 건강한 인터뷰다
  • tory_2 2019.11.30 08:52
    밑에서 두번째 답 멋지다... 달리 보이네
  • tory_3 2019.11.30 09:26
    박정민 너무 좋다...
  • tory_4 2019.11.30 09:49
    와 읽고 뭔가 배울 수 있는 인터뷰다.. 누군지 몰랐지만 찾아봐야겠다 급호감가네
  • tory_5 2019.11.30 09:52
    질문도 좋고 답변도 좋네ㅎㅎ 들고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기운찬 하루 시작한다...!!
  • tory_6 2019.11.30 10:16

    이 기자님이 진행하시는 인터뷰 가끔씩 읽어보는데 이번 기사 내용도 좋다

  • tory_7 2019.11.30 10:31
    동주 때부터 지켜봄 사람이 ‘연예인’ 같지않고 ‘연기가 직업인 사람’ 같아서 좋아해
  • tory_8 2019.11.30 11:38
    오 책 낸 건 알았는데 서점 하는구나
  • tory_9 2019.11.30 15:41
    박정민 정말 똑똑해
  • tory_10 2019.11.30 15:4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2/04 01:07:52)
  • tory_11 2019.11.30 16:12

    인터뷰 전문 홀린듯이 다 읽음ㅠㅠ 원래도 좋아했지만 더더 좋아졌어 

  • tory_12 2019.12.01 00:0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9/07 22: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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