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삿포로라

 

또다시 NO NAME으로 발신 된 이메일.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중얼거리던 소화가 휴대폰을 들었다.

 

**


? 정말요?”

=. 그러니까 회의 준비 좀 해줄래? 곧 출발할게.

. 조심해서 올라오세요.”

 

소화와의 통화를 마친 세린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심장을, 휴대폰을 쥔 손으로 꾹- 눌렀다. 방금 통화에서 소화는 그레이든의 거취를 알아냈다고 했다. 소화가 오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세린은 안규진 소장에게 보고를 하러 가기 전, 잠시 지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방음실로 향했다.

 

선임님!”

 

막 세린에게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인지, 시현이 들었던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뭐야, 쟤 상태 왜 저래.”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모니터 속 - 핏줄이 잔뜩 불거진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는 지호의 모습에 세린이 다급하게 인터폰을 들었지만 당연하게도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인터폰을 시도해봤다는 시현의 말에 세린이 보호 장치를 요청했다.

 

? 들어가시게요?!”

데리고 나와야 진찰이라도 하지.”

하지만

 

시현이 머뭇거리는 사이 정신을 잃은 것인지 지호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한 번 더 시현을 안심시킨 세린이 직접 보호 장치를 가져 왔다. 아무리 보호 장치를 착용한다고 해도 현재 방음실의 강도가 너무 높아 고막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걸 세린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방음실의 강도 조절은 방이 비워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선택지는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방음실 문 앞에 선 세린이 손가락 끝으로 문을 콕콕 가리켰다. 문을 열라는 신호인 것 같았지만 시현은 개방 버튼 대신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지호가 나와 주기만 한다면하지만 지호의 상태는 더 좋지 못한 것 같아 시현이 개방 버튼을 눌렀다. 세린이 지호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지호를 질질 끌고 문 앞까지 오는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시현이 요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괜찮으세요, 선임님? 선임님!”

……?!!”

 

바로 코앞에서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세린은, 몇 미터밖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굉장히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현이 빠르게 유진에게 전화를 한 후 세린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성유진 연구원 호출했습니다. 전 지호님께 가볼게요.]

 

유진과 진료부터 보고 오라는 말에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좀 어때?”

선임님. 괜찮으세요?”

, 괜찮아. 많이 다치지는 않았대.”

 

그래도 한 시간 정도는 보호 귀마개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시현이 착잡한 눈으로 지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지 말라는 듯 팔뚝으로 시현의 어깨를 툭, 하고 친 세린이 검사 결과를 요청했고, 시현이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수치가 많이 나쁩니다.”

그러네.”

 

정상 범위를 벗어 난 - 빨간 색, 파란 색 화살표가 가득한 수치들에 세린과 시현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건 의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실험이 아니었다. 사적인 감정을 배재하더라도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린 세린이 진정제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소장님께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 맞다.”

 

소화가 얘기한 걸 보고해야 하는데 많은 일들에 그새 깜빡했다. “지호 좀 잘 부탁해.” 마음 같아선 지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있고 싶었지만 이쪽도 지호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기에 세린은 지호를 시현에게 맡기곤 소장실로 향했다.

 

**

 

, 뭐해요?”

어서 와요, 솔 군.”

웬 케이크예요?”

 

소화의 외출로 하루 휴가를 얻은 두 사람이었다. 방에만 있기 심심해 인혁에게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하려 했던 솔이, 인혁의 방 테이블에 오른 케이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촛불을 끌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케이크 윗부분은 촛농 범벅이었다. 초에서 촛농이 떨어지는 걸 바라보던 인혁이 솔에게 촛불을 꺼주지 않겠냐고 물었다.

 

? 제가요?”

, 솔군이요.”

 

누구의 생일인지도 모르는 데 촛불을 꺼도 되나 싶어 솔이 머뭇거리자 인혁이 솔과도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 괜찮다고 말해준다. 케이크가 버려지는 게 아까워 솔이 우선 초를 불어 껐다. 짙은 연기 세 줄이 두 사람 사이를 오르다 이내 사라졌다.

 

누구 생일인데요? 윤지호는 여름이니까 아니고, 이세린인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제 가이드였던 친구의 생일입니다.”


잔뜩 녹은 초를 빼낸 인혁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친구가 세 살은 아닐 테고, 설마너무나 가벼웠던 자신의 태도에 솔이 머쓱하게 웃으며 인혁의 눈치를 보았다. 인혁이 괜찮다는 듯 미소 지어 보였지만 솔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그 분과 인연이 있어요?”

솔군이랑 저랑 친하니까,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도 인연이 있는 거죠.”

그런가?”

 

둘 다 차인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했지만, 인혁의 뉘앙스는 그보다 조금 더 깊은 것처럼 들렸다. 촛농 범벅인 케이크를 줄 수 없어서 일까, 인혁이 케이크를 박스에 넣어 한 쪽으로 치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소장님도 안 계시는데,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

 

케이크와 함께 우울한 감정도 박스에 넣은 것인지 인혁의 말투는 평소처럼 다정했다. 그럴 의도로 찾아온 것이기는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인혁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거절하려는 솔에게 인혁이 선수를 쳤다.

 

혼자 있으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요. 솔군만 괜찮다면 저랑 같이 놀아주실래요?”

그래도 돼요?”

당연히 되죠.”

 

인혁이 솔의 외투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려주곤 자신도 외투를 입었다. 속초에 있으면서 꽤 많은 곳을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인혁이 데리고 가 준 곳은 어김없이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우와 형은 어떻게 모르는 곳이 없어요?”


아무도 없는 산책길을 걸으며 묻자 인혁이 바다 수평선 너머를 바라본다,

 

홍콩에 있을 때

홍콩이요?”

. 전 홍콩 연구소에 입소했습니다. 유학 중에 능력을 각성해서.”

그 친구랑 가보고 싶어 찾아본 곳들입니다. 그 친구는 홍콩 사람이었거든요.”

 

잠시 말을 멈춘 인혁의 눈이 살짝 붉어진다. 그 친구를 떠올리는 것일까. 솔이 얌전히 뒤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인혁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었다. 산책길 끝에 위치한, 커피가 굉장히 맛있다는 카페로 향하며 솔은 인혁이 한숨처럼 뱉은 혼잣말을 곱씹어 보았다. ‘가이드와 센티넬로 만났다면 우린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앞에 선 소화가 위성 지도를 스크린에 띄우며 말했고, 세린은 보호 귀마개를 벗어 내려놓았다. 물속에 있는 듯 웅웅거리기는 했지만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제 소속 센티넬들이 가져 온 정보에 의하면 닥터 그레이든은 현재 싱가포르 어느 부호에게 의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치는 이 곳으로 추정 됩니다.”

싱가포르 부호?”

개인 경호원으로 센티넬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닥터 그레이든과 사적 거래를 한 것 같습니다.”


대저택 마당에서 찍힌 두 남자의 모습이 화면에 떴지만 좋지 못한 화질에 그레이든이라고 확정짓기는 어려웠다.

 

이 사실을 미국과 홍콩은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그래서 이 회의를 요청 드린 겁니다. 미국과 홍콩이 눈치 채기 전에 저희가 먼저 움직여야 하니까요.”

 

소화의 단호한 말투에 안규진 소장의 눈이 가늘어졌지만 굳이 입 밖으로 자신의 의견을 꺼내지는 않았다. 사실 여부만 확인 되면 바로 센티넬이 투입되길 바란다는 소화의 요청에 안규진 소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고, 그 사이 연구원들도 소곤거리며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회의실 안을 바라보던 소화와 세린의 눈이 마주쳤다. 소화는 세린의 의견보다 보호 귀마개가 더 궁금했었는지 손가락으로 귀를 가리켜 세린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고민을 끝낸 안규진 소장은 소화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인지 센티넬 명단을 요청했다. 세린을 향한 말이었지만 소화가 현재 연구소에서 대기 중인 센티넬 명단을 화면에 띄웠다. 가장 맨 위에 떠 있는 지호의 사진을 본 안규진 소장이 물었다.

 

한 솔 가이드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세린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소화가 원하는 대로 - 타국에서 눈치 채지 못하고, 빠르게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신계 센티넬이 필수지만 지금 지호는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지금 보고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하는 세린의 귀에 소화의 보고 소리가 들렸다.

 

많이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센티넬을 안정화 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먼저 물은 것치고는 심드렁하게 대답한 안규진 소장이 곧 새로운 명단을 화면에 띄웠다. 정말 딱, 필수 능력으로만 구성 된 팀에 세린이 속으로 감탄한다. 안규진 소장이 꾸린 팀을 살펴 본 소화가 굉장히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차인혁 센티넬은 며칠 전 작전 투입 거부서를 제출했습니다.”

예에?”

얼마 동안인가요.”

“1개월입니다.”

 

작전 투입 거부서. 여러 이유로 작전에 투입될 수 없을 때, 혹은 투입되고 싶지 않을 때 센티넬들이 제출하는 서류였다.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는 놀랄 일이 없지만 그 서류를 제출한 사람이 인혁이라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인혁은 3년 전, 홍콩 연구소에서 한국 연구소로 전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작전 투입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

 

몸이 좋지 못한 건가요?”

 

회의가 끝났다. 이번 작전을 담당하게 된 세린이 소화에게 묻자 개인적인 사유라고 말해주었지만 아마 솔의 치료를 끝까지 돕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며 자신의 견해를 살짝 곁들였다. 소화 역시 같은 이유로 이번 작전에서 빠지는 것이라 세린은 인혁이 이해가 됐다. 끝이 보이는 연구에서 중간에 빠지고 싶어 하는 연구원은 없을 것이다.

 

차인혁 센티넬은, 센티넬보다 연구원이 더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그러게. 아마 능력을 각성하지 않았으면 크게 한 자리 했을 수도 있겠다.”

, 그럼 제 라이벌?”

 

세린의 농담에 소화가 가볍게 웃었다.

작전에 필요한 여러 서류들을 살펴보던 소화가 슬쩍 이번에 개발한 억제제를 입에 올렸다.

 

이번에 개발한 억제제 윤지호 센티넬에게도 효과 있다며.”

, . 이전 억제제보다는 어느 정도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까?”

 

소화는 세심한 사람이었다. 부소장이라는 권한으로 명령을 해도 됐지만 자신의 의견을 묻는 소화의 태도에 세린이 감동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보고 순서가 잘 못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화에게도 보고는 해야 할 일이라 세린이 그간 진행했던 실험에 대해 전부 말해주었다. 센티넬이 능력을 가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던 소화는 세린의 보고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지만, 아무래도 실험에 실패한 것 같다는 세린의 마지막 말에 굳은 표정을 풀었다. 다행히도 세린은 소화의 표정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입원 중입니다.”

고생이 많았었네, 두 사람.”

아닙니다. 저보다는 윤지호 센티넬이 더 고생이 많았죠.”

윤지호 센티넬이 그런 결정을 한 게 혹시한 솔 가이드 때문이니?”


세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 놀란 기색인 소화가 회의실 어딘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소화도 자신처럼 솔에 대한 지호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지호에게 솔은, 그저 자신의 반작용을 안정시켜 줄 가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죄송해요.”

 

두 사람의 상념이 진동소리에 깨진다. 발신자를 확인한 세린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 다급한 시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지호 센티넬이 사라졌습니다!!

 

**

 

너무 늦어버렸네요. 피곤하죠?”

아뇨? 하나도 안 피곤한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구소로 오는 내내 졸았던 솔이 민망해 웃음을 흘렸다. 인혁 역시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인지 쿡쿡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구

옆에 있어 줬잖아요. 그거면 되죠.”

 

인혁이 솔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곤 자신은 잠시 통화 할 일이 있어 방까지 데려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한두 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오히려 데려다 주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한 솔이 내일 보자며 인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찌뿌둥했던 것인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멀어지는 솔을 잠시 바라보던 인혁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빠르게 씻고 잠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솔이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실루엣에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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