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막상 술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랬다. 글쎄, 남들이 보기엔 어떨런지.



내가 술자리에 가서 마시는 건 대체로 음료수, 혹은 차가운 물이었다. 뼛속까지 시린 얼음물은 늦은 저녁 비몽사몽한 나를 깨웠다. 속이 물로 꽉찰 무렵이 돼서야 나는 비로소 물컵에서 입을 뗐다.

우리 친가쪽 가족들은 대체로 술을 잘 마셨다. 한살 위의 사촌언니는 제사때 술을 마시면서 본인의 주량이 소주 두병이라고 했다. 쎄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그때도 물을 마셨다. 고모가 옆에서, 우리 집안에서 너만큼 주량 약한 애는 처음 본다, 다소 놀리는 투로 말했다. 그러게요, 왜 이렇게 약할까. 나는 웃었다.


제사를 제하고는 대체로 일 년에 두손에 꼽을만큼의 음주만 했다. 그랬을 것이다. 허나 술자리에 참석하는 횟수는 그보다 좀 더 많았다. 이 주일에 한 번. 어떨때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생 때는 술자리가 일주일에 한두 번 있으면 다행일 정도로 많았다. 나는 그때도 물을 마셨다. 내 주량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물만 마시는 나에게 뭐라 말을 한 적도, 술을 마시라고 강요를 한 적도 없었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술자리도 제사도 아닌데 난생 처음 집에서 자작을 했다.
그래봐야, 남들은 음료 취급하는 이슬톡톡을 마셨을 뿐이다.
그런다 한들 나에게는 술이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봐도 알콜이 함량됐으니 술은 맞았다. 술에 취해가며 나는 문득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의 차이를 생각했다.

얼마전, 친구들과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논쟁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에 뭐랬더라. 흐린 기억이지만 선과 악은 주관적이라는 다른 친구의 말이 유독 생각났다. 나는 그에 동의했다. 설령 선이 사회의 암묵적 약속이라 한들 결과가 선하지 않다면 행동에 선하더라도 선은 아니라는, 칸트의 생각과 대립되는 주장도 내세웠다.

술에 취한듯 혼미한 정신으로 논쟁했다. 논쟁 후에 다소 피곤해진 것까지 술에 취했을 때랑 비슷했다. 왜 그때의 생각이 났을까, 모르겠다.





수필... 내일 일어나면 삭제할거 같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7년만에 글 써보니까 좋다. 재능이 없어서 글을 놨는데 종종 글 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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