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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GAME
Eugene Han X Hyejun Lee
한유진 X 이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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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n t a c t _ b u f f e r i n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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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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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네. 그쪽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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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무슨 일 있나?
눈 앞의 마르크 쟝 보르댕 그룹 총괄 회장이 유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뉴욕 셀렌느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조찬 겸 회의를 하고 있었다. 유진 앞의 그는 멀끔한 수트를 입고 있었고 주름가득한 얼굴에 백발이었지만 그것마저 멋스럽게 소화하는 미중년이었다.
그들의 테이블 중앙에는 가재살 모듬 야채 샐러드가 놓여져 있었고 유진의 앞에는 햄과 잉글리쉬 머핀을 곁들인 에그베네딕트와 따뜻한 커피. 그리고 그의 맞은편 보르댕 회장의 접시에는 각종 베리들과 바나나와 함께 메이플 시럽을 끼얹은 두툼한 팬케이크가 이제 막 서빙되었다.
보르댕 회장과 자리에 앉은지 꽤 되었지만 웅얼웅얼 거리는 소리와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로 유진은 좀처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유진을 보고 있던 보르댕 회장은 의아한 얼굴로 덧붙였다.
“Because there's no wine on the table, you can't concentrate? It's morning, so I'll get you a drink.”
테이블에 와인이 없어서 집중을 못하는 건가? 아침이니까 한잔만 시켜주지.
보르댕 회장은 손을 들어 근처에 서있던 웨이트리스를 불러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I’m sorry… Where was you?”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말씀하셨죠?
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 지우고 앞에 앉은 보르댕 회장을 바라보았다.
“when you couldn't concentrate in class, you had that stupid look on your face.”
수업시간에 집중 못한 때도 너는 그딴 멍청한 표정을 지었었지.
보르댕 회장은 유진을 힐끔 보고는 접시에 놓인 팬케이크를 무심히 썰었다. 유진은 그의 말에 옛날이 생각나 힐끗 입꼬리를 올렸다. 유진이 그를 처음 봤을 때는 12년전 대학에서 학생으로서 교수인 그의 수업을 들었었다.
보르댕 교수는 학생들에게 돈을 숫자로 보지 말고 사람이로 보라는 말을 자주했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의 경제이념에 공감하지 못했고 그의 경제론에 반박하는 레포트를 제출했었다. 이후 유진은 그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었다. 이에 항의하러 교수실로 찾아간 유진에게 마르크는 1시간동안 그 이상론을 설교했었다. 이에 학을 뗀 유진은 다시는 마르크의 교수실을 찾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이제 그가 유진을 집요하게 찾아 불러들였다. 그 시달림에 유진은 그 동화 속에 사는 괴짜 경제학자와는 더 이상 상종을 말아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진이 그 괴짜 경제학자를 다시 본 것이 신임 랑페테 시스의 총괄회장 부임기사였다. 그때에 바하마에 있었던 유진은 그 기사를 보고 인상을 구겼었다. 그리고 랑페테 시스의 명복을 빌었었다.
그런 그가 유진에게 다시금 연락을 해 온 것은 지난해였다. 바하마를 나오고 한국에서 빈털터리가 되어서 돌아온 유진에게 랑페테 시스의 사업총괄 회장이 된 마르끄 쟝 보르댕이 연락이 온 것 이었다.
"I don't know how to make stupid faces."
전 멍청한 표정 지을 줄 모르는 데요.
"What was that I just saw? You're thinking about the girl in your dream last night, aren't you?"
내가 방금 본건 뭐였지? 어젯밤 꿈속에 나온 여자라도 생각하는 모양이지?
"Stop making assumptions. just keep talking. The board is bothering you?"
지레짐작 그만하시고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 해보시죠. 이사회에서 괴롭힌다고요?
능청스럽게 대답을 피하는 유진에 보르댕 회장의 눈빛이 살짝 꿈틀했지만 유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더 이상 그 없는 번호 때문에 일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다.
"You know you're on the board, right? Well... as you know, our Rangpéte Sith was a bank built on the deposits of French farmers. It is also the beginning of the current French financial market. So you know that 10 percent of the total funding is invested in the agricultural sector right now, right?”
그 이사회에 너는 없는 가 보지? 크흠...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랑페테 시스는 프랑스 농민들의 예금을 기반으로 세워진 은행이었어. 지금의 프랑스 금융시장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지. 그래서 지금도 전체 자금의 10%는 농업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Of course."
물론이죠.
유진은 가볍게 호응하며 자신의 접시에 있는 베이컨을 썰었다. 테이블 위로 아까 마르크가 주문했던 와인 한잔이 서빙되었다. 잔 안에는 붉은 와인이 담겨있었다. 유진은 다시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를 억누르며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유진이 애써 생각을 털어낼 때 맞은편에 앉은 마르크는 여전히 떠들고 있었다.
유진은 이따금 한번씩 이렇게 마르크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들어줘야 했다. 그는 원래부터 사람들과 수다떨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였다. 이렇게 신나서 소탈하게 떠드는 그를 보면 기업총수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가 훨씬 어울리는 사람 같았다.
"French farmers recognize banks that once opened a deal as trust companies and do not easily change banks. Based on that trust, our bank is investing not only on whether it will generate profits, but also on the corporate value and the people in it. But when he came to USA, They said it was a 100-year-old old bank system and they only tried to fix it.”
프랑스 농민들은 한번 거래를 튼 은행을 신뢰기업으로 인식하고 쉽게 대출 은행을 바꾸지 않지. 그 신뢰에 따라 우리 은행도 수익창출 여부뿐 아니라 기업가치와 그 안의 사람을 믿고 투자를 하는 거지.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그게 100년 묵은 은행의 구닥다리 시스템이라고 하면서 뜯어고치려고만 한다는 거야.
"I don't think that's what all the board members. So am I. I don't think we need to change the system that has worked well for 100 years because it now symbolizes our bank's tradition. But let's do the pruning according to the circumstances."
모든 이사진들이 그런 뜻은 아닐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100년동안 잘 굴러간 시스템이라면 이제는 우리 은행의 전통성까지 상징하는 것일 테니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정에 맞게 가지치기를 하자는 거죠.
"What, for example?"
예를 들면 어떤?
"Hmm... I was originally going to take the time to tell you,"
흠… 원래는 따로 시간을 내서 말씀드리려 했는데,
유진은 손에 잡은 포크와 나이프를 놓고 옆에 있는 브리프 케이스에서 아이패드를 꺼냈다. 그러고 몇 번 툭툭 터치하더니 화면을 마르크 앞으로 내밀었다.
아이패드를 받아든 마르크 회장은 화면을 넘기며 유심히 살펴보았다."As you know, our bank is known to be picky in selecting companies to invest in. However, as prudent as it is, when the investment is decided, the investment is unabashedly invested and supported for a long period of time. So I looked at companies that have invested more than a decade in basic investment, and there are quite a few sub-items that have a payback rate of less than five percent."
아시다시피, 저희 은행은 투자를 할 기업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죠 그렇지만 그렇게 신중한 만큼 투자가 결정되면 과감없이 오랜기간 동안 투자하고 지원합니다. 그래서 기본 10년이상 투자한 기업들을 쭉 봤는데, 장기 투자기업 중에 자금 회수율이 5%도 안되는 하위 품목들이 꽤나 있더군요.
"The last page is a list of the bottom ten items."
맨 끝장은 하위 10개 품목을 리스트업 한 겁니다.
마르크는 아이패드를 살펴보았다. 화면에 몇몇 PDF슬라이드에 수치그래프와 분석데이터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리스트가 보였다.
"No.3 Lawrence Moss and No.7 Foult Traubinas have an average annual recovery rate of less than 2 percent. And Lawrence hit zero last year."
그 중 3번 로렌스 모스와 7번 파울트 트라우비나스는 연간 평균 회수율이 2%도 안됩니다. 게다가 로렌스는 작년엔 0%대를 찍었고요.
유진이 살짝 일어나 아이패드 화면을 늘리면서 로렌스의 회수율 수치 0.4%를 강조했다. 리스트를 살펴보던 마르크는 입매를 문지르며 미간을 모았다.
"Well, Lawrence had a mass closure last year because of typhoons and Sheep-viruses, so it must have been a big blow. However, it is the highest quality fabric company in the U.S. that produces wool in the U.S. for a long time. And Traubinas, you know well because you like music, too. It's one of the world's leading string instrument They're all companies that our bank has been investing in for 20 years. When we collect the investment, they go bankrupt."
흠, 로렌스는 작년엔 태풍이랑 쉬프바이러스 때문에 집단 폐사까지 있어서 타격이 크긴 했을 거야. 하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산하는 양모 중에 퀄리티가 제일가는 직조 기업이 않나. 그리고 트라우비나스는 자네도 알고 있겠지, 음악을 좋아하니.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현악기 제조 장인 기업이야. 모두 우리 은행이 20년 전부터 투자하던 기업이지. 우리가 투자금은 회수하면 이들은 도산해.
"Before you worry about their bankruptcy, you should know that our safe is leaking.”
그들의 도산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 금고가 새고 있다는 걸 아셔야죠.
보르댕 회장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걸 느낀 유진은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Let's just make a few things clear before I start talking. "
일단 제 말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확실히 하고 넘어가죠.
“First, we are not a charity like UNICEF. We are bank. If you have the benefits and the potential to take, you have to invest and then you have to get that much profit to get the bank going. The other one is that this list is not a killer book. I'm showing you the problem that we're having right now, so that you know the truth."
첫째로 저희는 유니세프 같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은행이라는 것. 취할 수 있는 이득과 가능성이 있으면 투자하고 그만큼의 수익이 얻어야 은행이 돌아가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이 리스트는 살생부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보시고 실정을 아시라고 보여드린 겁니다.
"I'm aware of the situation. The companies we've been investing here for a long time, so corporate stability is pretty good, and it's too early to judge from a brief setback. Isn't it okay that the dropped recovery rate also has bank equity profits in ' Rangpéte Plus Life' and ' Rangpéte Landmark'?"
실정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여기 있는 기업들 우리가 장기간 투자해 온 만큼 기업안정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잠깐 휘청이는 걸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군. 떨어진 회수율도 랑페테 플러스라이프와 랑페테 랜드마크에도 은행지분 수익이 있으니 괜찮지 않은가.
*랑페테 플러스라이프 Rangpéte PlusLife _랑페테 시스 그룹의 보험사업 계열사
*랑페테 랜드마크 Rangpéte Landmark_ 랑페테 시스 그룹의 부동산사업 계열사
랑페테 플러스라이프와 랜드마크. 둘다 랑페테 시스 은행이 주주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였다.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수익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기에 은행으로 들어오는 수익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유진은 돈 많이 버는 자회사 때문에 괜찮다는 마르크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That sounds like 'the other subsidiary fills the safe, so the bank just needs to give away.'
그 말은 다른 자회사에서 금고를 채워주니 은행은 퍼주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Eugene, If the bank backed out of the way right now, what kind of companies would survive? If Lawrence goes bankrupt, the models in the New York Collection will have to walk around naked on the runway. Besides, when Traubinas goes bankrupt, all over the world orchestras and violinists ....”
유진, 은행이 지금 걷어오는게 없다고 바로 발을 빼버리면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겠나. 로렌스가 도산하면 뉴욕컬렉션의 모델들은 발가벗고 다녀야 할거야. 게다가 트라우비나스가 도산하면 전세계 오케스트라나 바이올리스트들은….
“Pick up the Stradivarius. Because Something better than.”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겠죠. 더 좋은 걸로.
유진은 살짝 인상을 쓰며 다리를 꼬았다. 그의 나쁜 버릇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평온히 대화하던 마르끄 회장도 살짝 심기 불편함을 드러냈다.
"Eugene, is this a sarcastic matter? Don't just judge by the number of pieces of paper, you have to look at the people in them. All the companies on the list are somebody's dream and home. We can't just decide in front of the table."
유진, 이게 비아냥 거릴 문제인가? 단순히 숫자로 나열한 종이쪼가리로 판단하지 말고 그 안의 사람을 보란말이야. 여기 리스트의 있는 기업들은 모두 누군가의 꿈이고 터전이라고. 우리가 이렇게 밥상머리 앞에서 단순히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Ha- no way... A dream... That's quite sentimental. You should have said that only when you were a professor!”
하- 설마... 꿈이라니... 꽤나 감상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그런 말씀은 학교에서 교수님이실 때나 하셨어야죠!
“Eugene!”
유진!
마르크가 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지만 유진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Now You are the head of a group. Rather than making such emotional decisions, rational decisions based on data with clear causes and results can reduce risk. I can only say that it is a dereliction of duty to let money leak….”
지금은 한 그룹을 이끄는 총수이십니다. 그런 감성적인 판단보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데이터에 따른 이성적인 판단을 하셔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돈이 줄줄 새는게 보이는데 그냥 두시겠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밖에…
챙그랑---!!
마르끄 회장이 손에 쥐고있던 포크와 커트러리를 확 내팽겨 쳤다. 금속의 강한 부딪힘에 그릇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열 띄게 말하던 유진의 말은 끊어지고 마르끄 회장의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You said that when you were in college. I thought you changed after you got that money crazy Bahamas... I was wrong.”
자네는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말했어지. 그 돈 귀신같던 바하마를 나오고 나서 사람이 좀 변한 것 같았는데,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나보군.
실망가득한 눈빛으로 유진을 쏘아본 마르끄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냅킨을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휙 일어나 나가버렸다. 식탁에 홀로 남은 유진은 가만히 벌어진 상황을 되감아 생각하며 어디서부터 브레이크가 없어졌는지 복기했다.
유진은 얼굴을 감싸며 순간 뻗쳐오는 열을 다스리지 못하고 말을 절제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보르댕 회장의 발걸음이 멀어진 후에 조용히 에밀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It's a breakfast meeting, but the chairman just asked me to eat with you after a long time. If we were going to have such a passionate conversation, I should have booked boxing."
조찬회의라고 일정에 적긴 했지만 그냥 회장님이 오랜만에 식사하자고 부르신 거였는데, 이렇게 열정적인 대화를 하실 거였으면 복싱링을 예약할 걸 그랬습니다.”
유진은 여전히 얼굴을 감싼 채 한숨쉬었다.
“Ha... Did he go?”
“하- 가셨습니까?”
“Yes, but He paid the bill.”
“네, 그래도 계산은 회장님이 하시고 가셨습니다.”
한껏 심각해진 상황에 고뇌하던 유진은 풋 웃어버리고 얼굴을 감싼 손을 내렸다.
이미 오랜 세월 서로의 입씨름 상대였기에 상한 서로의 기분을 풀어줄 방법은 알고 있었다. 며칠 있다가 그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산 체다치즈와 샤또와인을 사들고 가면 그는 못이긴척 문을 열어줄 것이다. 다만 그때 2시간은 그의 설교를 들어야 할 것이 곤혹스럽긴 하겠지만,
상대가 이해가능한 사람이어서 다행이지 중심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자신의 행동에 한숨 나오는 상황임은 다름없었다. 유진은 마르끄의 집을 찾아갈 시기를 생각하며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식탁 위에 고고하게 서있는 와인잔으로 이어졌다. 마르크가 집중 못하는 유진을 위해 시켜 놓은 와인이었다. 와인이 테이블에 서빙되고 그가 한모금하기도 전에 마르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상황이 되버렸지만...
유진은 붉은 와인 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둥근 잔에 굴절되어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보였다. 오늘 하루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뒤죽박죽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한사람이 떠올라 더 구김이 갔다.
이혜준…
여전히 그 여자는 잔잔한 그의 평온에 돌을 던지는 인물이다. 아침부터 그 없는번호에 몇번이나 전화를 다시 걸었지 모른다. 매번 다른 응답을 기다리며 걸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같았다. 아직도 그의 통화목록에는 발신이 연결되지 않은 통화목록이 가득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그 기계적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유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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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blic of Korea. Sejong.
현관 철문이 열리고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혜준이 터덜터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깜깜했던 집안에 사람이 들어오자 현관문의 센서 등불이 켰졌다. 혜준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던 서류가방과 이동통신사 쇼핑백이 하나 들려있었다.
혜준은 손에 쥔 쇼핑백을 힘겹게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툭 하고 놓여지는 무게감에 오늘 하루 혜준이 느꼈을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외투도 벗지 않고 그대로 식탁에 앉은 혜준은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다가 앞에 놓아둔 쇼핑백을 꺼내 보았다. 쇼핑백안에서는 새 휴대폰상자와 평소 혜준이 들고 다니던 핸드폰이 나왔다.
그렇게 혜준의 앞에는 핸드폰이 2대 놓여져 있었다. 핸드폰 하나는 오늘 오후까지 쓰던 핸드폰이었지만 이제 막 사용이 중지된 공 기계였다. 이제 혜준은 이제 앞으로 쓰게 될 다른 낯선 핸드폰으로 눈길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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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기획재정부 부총리실
“그래서 내가 제안 하나 할까해요.”
“제안이라 하시면…”
“다음주 VIP일정에 대해서 아나요?”
*VIP = 대통령
“다음주면… 5개국 유럽순방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대통령의 5개국(독일, 스위스, 덴마크, 프랑스, 바티칸시티) 유럽 순방이 예정되어있었다. 때문에 여러 정부부처에서 각 부처가 담당한 의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한동안 세종시 전체가 분주했었다.
물론 기재부 국금과도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 우리의 경제의제가 무엇인도 알고 있겠네요.”
“대한민국의 다자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 포용적 경제성장, 경제 디지털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국금과에서 관련 제안서와 보고서를 제출 했었습니다.”
막힘없이 대답하는 혜준을 보면서 바라보던 마리아의 만족스런 미소가 더 깊어졌다. 그러면서 관찰하는 송곳 같은 눈빛은 누그러 뜨리지 않았다.
“잘 알고 있네요. 물론 그것들도 있지만 그거 말고도 이 사무관이 알아야할 의제가 더 있어요.”
“네?”
“스위스에서 공식일정 말고도 비공식일정이 하나 있어요.”
혜준은 긴장했다. 마리아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이건 무언가 엄청난 걸 들어버릴 것 같았다.
“스위스에서 비공식 한미 경제 실무자 회의가 있을 거에요. 의제는 한미 통화 스왑 및 FTA합의서 초안이 메인 의제일겁니다. 거기에 나는 이혜준 사무관을 실무관으로 참석시킬 생각이에요.”
“제가 아직 그런 실무자회의에 참여할 만한…”
“누가 이혜준 사무관 혼자 보낸대요? 물론 옆에 훌륭한 동료들이 같이 할 겁니다.”
똑똑-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검은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큰 체격에 길다란 눈매가 날카운 인상을 주는 첫인상이었다. 익숙한 듯 성큼성큼 부총리실을 걸어오는 남자는 혜준도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늦었네요, 차실장.”
“이사무관, 이쪽은 청와대 차영진 비서실장이에요.”
“차영진 입니다.”
“아, 네... 이혜준 입니다.”
영진은 선뜻 혜준에게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영진의 등장에 혜준은 상황을 파악하려 눈을 굴렸다.
“좀 늦었네요. 차실장님.”
“청와대에서 세종시까지 거리가 있는데, 차가 막히면 좀 더 걸립니다. 제 점심시간까지 쪼개서 온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마시죠.”
“우리 유능한 이 사무관보다는 못하지만 차영진 비서실장도 뉴욕대에서 교양경제 정도 수업을 받아서 도움이 조금은 될거에요.”
“너무 후려치시는거 아닙니까? 전공자입니다. 그리고 졸업도 했습니다."
영진이 소탈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영진이 자리에 앉자 마리아가 반대편의 혜준을 소개했다.
“이쪽은 내가 전에 말한 이혜준 사무관입니다. 작년 상반기 영국 파운드화 통화 스왑 초기 제안자이기도하고, 토빈세 TF팀에도 있었고… 도드라진 성과를 내고있는 이번 회담에 우리 기재부에서 내세울 만한 인재에요.”
마리가 혜준을 가리키며 소개하자 영진은 혜준을 가늠하듯 바라보며 턱을 문질렀다. 마리아만큼 만만치 않은 사람이 더 등장하자 부총리실 안 공기의 무게가 한층 더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 여러 사람 앞에 관찰당하는 혜준은 긴장과 함께 피곤함도 느꼈다. 어서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노크소리와 함께 부총리실 비서가 들어와 영진의 앞에도 자스민 차를 내어왔다.
자스민 차향도 한 층 더 짙어졌다.
“다 좋네요. 부총리님이 추천하신 분이면 믿고 가죠. 그런데, 그전에… 한가지만 묻죠.”
조용히 혜준을 바라보던 영진이 다물고 있던 입을 떼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일련의 행동에 말에 공백을 주면서 영진은 다른이들이 자신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유진 한. 그 사람과 무슨 사이입니까?”
깜박이 없이 훅 들어오는 영진의 질문에 혜준은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정적에 마리아는 조용히 관망했다. 혜준이 아무 말 없이 영진을 바라보자 영진은 조금 더 덧붙였다.
“아닐 때 굴뚝에 연기날까… 제가 여의도 바닥에서 이것저것 주워 들은 게 많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진한 그 사람 캐릭터를 아는데 누굴 구하고, 어떤 문제에 책임을 지고 자수하고 그럴 인간은 전혀 아니거든요. 게다가 그 녀석 찌라시에 여자가 직접적으로 등장한 것도 처음이고. 정말 아무 사이 아닙니까?”
“무슨 사이면 뭐가 변할까요?”
영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혜준의 표정을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평온한 혜준의 얼굴에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물음의 답을 얻기에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 사무관의 동행을 재고해 볼 수도 있죠.”
“그럼 가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믿기 힘든 사람과 어떻게 일하시겠어요.”
“워워 까칠하게 굴지말죠. 저는 그저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자. 확인 차 묻는 겁니다. 정말 아무사이 아닙니까?
“차실장님이 말하는 ‘아무 사이’가 무슨 의미입니까?”
“내가 3번 물었습니다. 질문에 대답이 길어지면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가 무슨 대답을 하건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생각할 테니까.”
영진이 말을 하려 입을 뗐지만 그보다 먼저 혜준이 힘주어 말했다.
“한가지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사무관이라는 겁니다. 거기에 벗어나는 일은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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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준의 단호한 대답을 끝으로 영진과 혜준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조용히 그들의 신경전을 지켜보던 마리아는 태연하게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그녀의 차마시는 소리만 정적속에 들렸다.
마리아는 찻잔을 가만히 내려놓고 서로를 강렬하게 노려보고 있는 두사람을 둘러보았다.
“벌써부터 사이가 좋네요, 두 분. 두 사람이 이렇게 처음부터 잘 맞을 줄 알았어요.”
마리아는 웃음 섞인 반어법으로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이에 영진도 노려보던 눈빛을 한 수 접고 타협했다.
“이혜준 사무관의 입장과 의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문제없겠네요.”
영진이 한 수 접고 혜준을 인정했지만 혜준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눈 앞의 차영진이 아무런 소득없이 자신의 의견을 접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영진이 말을 더했다.
“절차적으로 VIP일정에 동행하는 비서진이나 사무관들은 보안상 감찰 관리대상이됩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최근까지의 인간관계까지 조사항목이 되죠. 이혜준 사무관에 대해서는 한가지 옥에티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방금 이혜준 사무관의 말에 어느 정도 해소된 거 같네요.”
그의 말을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권하겠습니다.”
“핸드폰은 바꾸는 걸로 하죠. 번호까지.”
“그게 무슨 상관이죠?”
“저희 스위스 일정은 대외적으로 비밀로 붙여야 할 비공식 일정입니다. 보안이 필수지. 이혜준씨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그냥 못 믿는다고 말씀하시죠.”
혜준의 날선 대꾸에 영진은 부정하지 않았다.
“안전장치라 해두죠.”
혜준은 그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영진이 한 수 접은 만큼 자신도 언제까지 뻣뻣하게 버티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혜준은 ‘그렇게 하죠.’ 조용히 수긍하며 두사람의 논쟁을 마무리했다.
영진은 수긍하는 대답 끝으로 고개를 돌리는 혜준을 바라보며 내심 의외라 생각했다. 작은 체구에 깡마른 경력도 별로 안된 햇병아리 사무관이란 정보를 듣고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것과 얕본 마음이 있었는데 강단 있는 목소리와 날 선 워딩으로 대답하는 모습에 얕본 이미지는 사라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 부총리가 그냥 어중이 떠중이를 데려가라 하지는 않을 테지.
영진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두사람이 협의점을 찾아서 다행이네요.”
서로의 만족스런 대답을 얻은 두 사람을 보고 마리아도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가져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다.
이렇게 혜준은 경제부총리 최마리아와 대통령 비서실장 차영진과의 불편한 미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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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준은 눈앞의 낯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이제 막 개통된 핸드폰에 아무런 연락처 정보도 입력되지 않은 텅빈 연락처에 번호 하나를 눌러 저장했다.
유진의 번호였다.
‘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번호가 연락처에 저장된 것을 보던 혜준은 손가락을 통화버튼 가까이 가져갔다가 화면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스위스 회의를 위한 합숙일정이 있을 예정이라 혜준은 짐을 싸기 위해 옷장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U.S.A
NewYork.
Rangpete sith.
유진은 노트북 속 메일 하나를 노려보고있었다. 혜준에게 연락이 닿을 만한 방법은 일회선 방향이긴 하지만 딱 한가지 남아있었다.
혜준의 메일.
메일을 보낼까 생각해보다가 창을 열었을 때, 유진은 한마디도 쓸 수 없었다. 하얀 공백에 까만 작대기 커서가 미동없이 깜빡거리고만 있었다.
똑똑-
유진의 방문을 두드리는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에밀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말을 했었는데 막무가내로 들어온 사람이거 보면 만만치 않을 불청객일 것 같았다.
“Hi, Eugene.”
하이, 유진.
레이첼 배런.
윤기나는 금발을 높이 묶고 몸에 붙는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문가에 기대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랑페테시스의 이사로 회사 내 나른한 암사자로 불리는 화려한 외모와 화통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그녀의 엄청난 남성편력으로 증권가 찌라시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런 그녀가 요근래 유진의 사무실에 자주 방문했었다.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뜨리는 방해꾼의 등장에 유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 같은 기분에 상대하기에 거북한 여자였다. 유진이 불쾌한 내색을 했지만 레이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You don't even say hello?”
인사도 안해?
"What's going on?"
무슨 일이야?
"I heard that your eating manners are awesome, so I thought I'd go eat with you."
너 밥먹는 매너가 끝내준다는 얘기를 들어서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해서.
게다가 회장 마르크와도 죽이 잘맞는 것까지 편해지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그새 들었는지 유진의 신경을 긁는 소리를 해댔다.
살짝 영국식 발음이 섞인 레이첼의 말투에서 비아냥을 느낄 수 있었다.
“I’m busy.”
바빠.
“No way, I just saw you lose your mind. Don't be shy. Kind I'm willing to put up with your terrible table manners.”
바쁘긴, 방금까지 넋 놓고 있던 거 봤거든. 부끄러워 마. 친절한 나는 네 그 끔찍한 식사매너도 참아줄 의향이 있어.
레이첼은 여유롭게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Rachel, come on, find someone else. I know you're a philanthropist who's not a woman or a man, but I want you to leave me out. I don't want to crawl out of your bed.”
레이첼, 나한테 이러지 말고 다른 놈 찾아봐. 네가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는 박애주의자인 거 알지만 난 빼 달라고. 난 네 침대에서 기어나올 마음이 없어.
날 세워 쏘아 대는 유진의 대답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지금 그의 단단히 꼬인 심기에서 얌전한 단어를 고를 수 없었다.
“Well, something must have happened. Didn't the woman who crawled out of your bed pay you yesterday?”
무슨 일이 있긴 있나 보네? 어제 네 침대를 기어 나온 여자가 화대를 안 주고 갔니?
유진이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유진만큼 말빨로 뒤지지 않는 레이첼은 더 세게 받아 쳤다. 사납게 노려보는 유진의 반응에서 긍정의 의미를 읽은 레이첼은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
“Oh, did you already have a woman? That's right. I'm not the charm that won't work with men.
I thought you were gay.”
이런, 이미 임자있는 몸이었어? 그럼 그렇지. 내가 남자한테 안 통할 매력이 아닌데. 난 너 게이인 줄 알았어.
“Huh, Can you go out and say something stupid?”
하, 헛소리는 나가서 해줄래.
“It's so much fun being dragged around like a virgin. Don't be so sick and call me.”
숫총각처럼 절절 끌려 다니는 꼴이 너무 재밌어서 놓치기 아쉬운데. 그렇게 앓지 말고 연락해.
"How can get in touch with a number that doesn't exist.”
없는 번호로 어떻게 연락해.
“Then, go find it.”
그럼 찾아가.
“I can’t”
못 가.
“why?”
왜.
유진은 떼려는 입을 잠시 머뭇하다 민망한 듯 조금 시선을 돌리고 대답했다.
“I’m No Entry.”
…입국금지야.
“What? Hahahahahaha-”
뭐? 하하하하하하하-
유진의 대답에 눈물까지 찔끔흘리며 레이첼은 폭소했다.
"Did you say no entry? Korea Is where you can't go? The love that the Foreign Ministry stands in the way -
it's awful. It's hilarious.”
입국금지라 했어? 못 간다는 데가 한국이야? 외교부가 가로막는 사랑이라 - 엄청 처절하다 진짜 웃겨.
상대의 비웃음에 유진은 자신의 상황이 더 어이없고 거지같아서 기분이 더 나빠졌다.
유진은 앞의 인터폰을 눌러 방 밖에 있을 비서 에밀을 호출했다.
“Emil, why did you let that crazy woman in!”
에밀, 저 미친 여자를 왜 들여 보낸거야!
유진은 애먼 에밀에게 짜증을 냈다. 그 사이 웃음을 멈춘 레이첼이 유진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Well, there's nothing you can do. You have to beg."
“그럼, 어쩔 수 없네. 빌어야지.”
“What?”
“뭐라고.”
“You said ‘Honey, Please come to me.’”
자기야 제발 나에게 와줘 라고 빌라고.
레이첼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한껏 불쌍한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비는 흉내를 내었다. 이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유진은 헛웃음치며 고개를 저었다.
“She's not the one who'll come by talking”
오란다고 올 사람이 아니야.
"So. You are begging her. Please come."
그러니까. 부탁하고 빌어야지. 제발 와 달라고.
“begging?”
빌라고?
"Why? You don't feel that way? Then forget it. Why do you hang on to someone who doesn't even contact you? Let's just go eat with me."
왜? 그 정도 마음은 아니야? 그럼 잊어버려. 연락도 없는 사람 뭐 하러 매달려. 그냥 나랑 밥이나 먹으러 가자.
레이첼은 별거아니라는 반응으로 잊어버리라고 말했다. 잊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화 한통 한걸로 초조하게 해매진 않았겠지.
유진이 정말 고민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않고 시선을 늘어뜨는 모습에 레이첼은 그가 가진 마음의 정도를 짐작할 수있었다.
“If you can't do this or that, find something else to focus on. Let's go out. It's work.”
이것도 저것도 못하겠으면 집중할 다른 걸 찾아. 나가자 일 얘기야.
레이첼은 어서 나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유진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 가만히 생각하던 유진은 옷걸이에 코트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상황설정디테일은 모두 지어낸거임. 아무튼 지어낸거임. 반박 안 받음. 나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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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하나 잘못해서 그동안 썼던 거 다 날라가 버려서 ttlqkf 다 때려 칠 뻔했습니다.
뭘하시든지 여러분들은 언제나 백업의 중요성 가슴속에 새기며 삽시다.
읽어주는 토리들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