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슬기로운의사생활/겨울정원] 정원의 겨울. 下-2








 

5.

겨울.

    




 

PICU에 총담관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들어왔다. 보호자는 아이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궁금해 했고, 어떤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게 의사의 의무이기에 겨울은 보호자에게 수술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고 그것을 정원은 지켜보았다. 겨울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정원은 알았지만, 보호자에겐 더욱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 필요함을 겨울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정원은 보호자에게 가서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쉬운 단어를 사용하며 알려주었고, 겨울의 얼굴을 슬쩍 봤을 때, 겨울이 부족한 점을 스스로 탓하고 있음을 정원은 알았다. 겨울이 최선을 다했음을 정원은 알려주고 싶었다.

    



 

겨울이 익준의 수술에 어시로 들어갔을 때, 정원은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의 보호자와 만나게 되었다.

    


교수님~ 우리 재원이 잘 있죠? 걱정이 돼서요.”

네에, 수술 전에 잘 버티고 있어요.”

저번에 교수님께서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 장겨울 선생님도 수술 내용 잘 알고 설명 잘 했는데, 용어가 조금 어려워서 제가 다시 설명 드렸어요.”

, 잘 알려주시려고 한 마음은 저도 잘 알겠더라구요.”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지금 아이 보러 가시겠어요? 제가 열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재원의 수술 준비가 끝나고 정원은 수술대에서 겨울과 마주하게 되었다.

    


수술 잘 알고 있죠?”

, 교수님.”

시작하죠.”

    


수술실은 정원과 겨울의 말소리 말고는 수술용 도구가 부딪히는 소리만 울리며 시간이 흘러갔다. 마무리 작업만 남게 되고, 정원은 겨울에게 말했다.


 

어시 잘했어요. 마무리 잘 부탁하구요.”

    

 

정원은 마스크 안에서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지만, 눈도 같이 웃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수술이 잘 끝난 후 회복 중인 재원을 보호자는 걱정하며 보고 싶어 했다. 어느 부모의 마음이 그렇듯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고, 보고 싶어 함을 PICU의 사람들은 제일 잘 알기에 보호자를 시간이 날 때마다 재원과 만나게 해주었다. 겨울과 정원만 PICU안에 있고, 정원은 다른 아이를 드레싱할 때, 겨울은 보호자가 재원을 조금이나마 보고 싶어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겨울은 차트 정리를 멈추고 문을 열어 보호자가 들어오게 했다.

    


 

들어오셔서 재원이 보셔도 돼요.”

, 아니에요. 좀 전에도 봤어요. 근데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어서요. 선생님 수술 잘 된 거죠? 교수님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제가 아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잘 못 들었어요.”

잠시 만요. 제가 수술 들어가서 교수님 수술 도와드리고 직접 봤는데요.”

    


 

겨울은 종이를 가져와 그림을 그려가며 보호자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원은 다른 아이의 드레싱을 하면서도 귀는 겨울을 향해 열려 있었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어렵지 않은 단어선택에 정원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드레싱이 끝나고 마스크와 장갑을 정리하는 때에 보호자는 겨울에게 고마워하며 껴안고 있었고, 정원은 겨울과 눈이 마주쳤다.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성장한 겨울이 대견했고, 보호자에게 믿음과 감사를 받는 겨울이 기특했다. 그리고 정원의 눈에는 멋쩍어하는 그 겨울이 더 없이 사랑스러웠다.

    


 

PICU에 자주 있는 겨울 덕에 정원은 겨울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겨울의 얼굴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 자주 웃게 됐고, 그에 비례해서 더 고민이 많아졌다.

 

 

 

 

 

 

    



 

익준은 넓은 발로 PICU에 있는 간호사로부터 요새 안정원이 더 자주 웃고, PICU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익준은 수상하게 생각하며 정원을 놀리려 준완과 정원의 교수실을 열었지만, 다가온 겨울처럼 교수실 안은 차가운 기운을 풍겼고 정원은 푸석푸석한 얼굴이었다.

    


 

, 뭐야. PICU에서 분위기 좋대서 우리 정원이 기분이 왜 좋을까~ 놀리려고 왔는데, 무슨 3일 밤은 샌 얼굴이야? 아파?”

“...... 하여간 촉은 좋아.”

“3일 밤이 샌 게 맞다는 거야, 아프다는 거야. 우리 정원이 열 나나 선생님이 열 한번 재볼까요?”

    


 

익준이 다가가자 정원은 옆에 있던 쿠션을 집어던졌다. 저리 안 가?

    


 

내 촉으로 봤을 때, 고민 때문에 밤에 잠 잘 못 들고 있고, 안정원이 잠을 잘 못 잘 만큼 고민한다는 건 흠...... 어머니 아프시거나, 이 병원이 문제가 있거나 지 몸이 아프거나 이런 이유인데. 아니면 롱윈터선생 때문에 신부를 포기하고 싶거나.”

    


 

익준의 마지막 말에 동요될 찰나 문을 열고 준완이 들어와 익준에게 와다다다 말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 누가 내 거 초콜릿 자꾸 빼먹어!!! 너지 이익준!!!!”

 

 

 

 

 

    





 

 

정원은 논문자료를 위해 일반외과 의국으로 가는 참에 익준의 문자를 받았다.



 

[지금 우리 겨울이 어시 들어갈 수술 정할 거니까 얼른 와.]



 

한동안 PICU에 있던 겨울은 일반외과의 하나뿐이 외동딸이기에 다른 교수들의 어시에 들어가야 해서 정원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정원은 고민들로 싸여있으면서도 웃음이 밀려나왔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한 상황에서만 좋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불행한 상황에서도 사랑이란 감정은 움트는 것이라고. 정원이 정해놓은 모든 계획은 겨울과 의사를 선택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원의 마음은 기울어 갔다.

    


 

문 가까이에 가니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에 살짝 남아있는 장미향에 정원은 숨을 들이마시며 들어가자 익준을 비롯한 일반외과 교수들은 콜라를 들고 축하할 일이라며 외쳤고, 겨울의 앞에는 장미꽃다발이 놓여있었다.

    


 

, 정원아. 너 빨리 와. 너 빨리 와서 축배를 들어. 장겨울, 오늘 프로포즈를 받았대.”

    


 

익준의 말에 정원은 겨울과 눈이 마주쳤다. 바로 눈을 피해버리는 겨울에 정원은 머릿속이 온통 프로포즈라는 단어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라고 간신히 대답했지만, 정원은 자기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몰랐다.

    


 

건배!!!”

    


 

익준과 일반외과 교수들의 콜라건배가 이어졌고, 정원은 컴퓨터 앞에서 자신과 상관도 없는 논문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근데 장겨울, 그래서 다음 수술은 뭐 들어올 거야. 정했어?”

, 저는.”



 

여전히 정원은 프로포즈의 늪에 갇혀 있었는데, 겨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쏘라코스코픽 이에이 리페어(흉강경 식도 폐쇄 수술/소아외과 수술.) 들어가겠습니다.”



 

정원은 자신에게 쓸모 없는 익준의 간담췌 관련 논문의 스크롤을 내리다 겨울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말한 건 얼마 후에 있을 자신의 수술이었다. 겨울이 이 수술에 들어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원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자신에게 여지를 주는 것 같았다. 물론 겨울의 의사로서의 노력일 수도 있다는 걸 정원은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간절한 자신의 마음을 정원 스스로가 알았다.

 

 

식도 폐쇄 수술 어시는 한 번 밖에 못 들어가서 제대로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이어지는 겨울의 말이 진실이겠지만, 자신이어서 선택해준 거라고 믿고 싶었던 정원은 대답했다.

    

 

고마워요.”

 

 

    






 

 

 

어두운 저녁, 익준과 정원은 흡연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애들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 어른들은 아파도 안 아픈 척, 안 아파도 아픈 척한다며 이야기를 하던 정원은 익준의 이어지는 말에 숨을 툭 내쉬었다.

    


 

넌 어때. 너는 거짓말 안 해?”

글쎄,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

    


 

익준의 표정만 봐도 알았다. 저건 겨울의 이야기를 꺼내기 직전의 장난스런 표정이라는 것을. 장난스런 말투였지만 익준이 하는 모든 말이 정원에 가슴에 화살마냥 꽂혀왔다.

    


 

너 장겨울 좋지? 신부 포기해야하나 고민할 만큼 좋잖아, 좋으면 좋다고 말해. 비밀로 할게.”

아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정원은 다가오는 익준을 피해 앉았다.

    


 

근데 넌 장겨울 대변인이냐?”

, 나 겨울이 매니저

    


 

익준은 자신이 아는 겨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전공의 1년차부터 치프까지의 모든 일을 혼자 하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는 사람, 공감능력이 조금 결여되어있지만 노력으로 점점 변하고 있는 사람. 서전으로서 훌륭한 사람,

    


 

난 그래서 겨울이가 잘됐으면 좋겠어. 내 친구 정원이랑.”

    


 

익준이 붙어오자 떼어낸 정원은 전화를 받는 익준의 모습을 지켜봤다. 환자를 지켜보고 있던 겨울의 전화였다. 겨울이가 찾는다며 가던 익준은 돌아와서 다시금 정원에게 말했다.

    

 

 

정원아, 하느님은 이해하실 거야. 머리랑 가슴이랑 따로 놀 땐 여기가 맞아. 여기가 시키는 대로 해. 그럼 후회 안 해.”

 

괜찮겠지라는 말은 요행이야.”

    

 

정원은 피려던 담배를 손에 쥐다 결국은 부러트렸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입 밖으로 입김이 밀려나왔다. 눈이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신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 그러한 신의 발자취를 따라 살고 싶었다. 겨울을 만나기전까진 그것이 자신에게 신이 준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신부는 정원, 자신이 이뤄야할 꿈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걷고 있는 마라톤이고. 정원은 자꾸 울리는 콜이 그저 지난 사랑처럼 스쳐갈 사람에게서 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을 멈추고 싶어졌다.

    


 

신의 발자취를 따라 갈 사람이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아이를 더 건강하게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님을, 함께 하고 싶은 이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정원은 알아가며 걸음이 자꾸 무뎌졌다. 익준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정원아, 하느님은 이해하실 거야.”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마라톤을 뛰고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않는 발을 보면서도 천천히 걷고 있는 거라며 스스로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정원에게는 확신이 없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지. 지금까지 이렇게 그냥 그 길로 걸어가는 게 괜찮겠지, 내 감정을 숨기는 게 괜찮겠지 생각했던 정원은 괜찮을 거란 말을 핑계로 숨어 직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익준의 말이 자꾸만 정원에 귀에 들려왔다. 겨울은 도망치지 않고 마주한다는 것, 괜찮겠지라는 건 요행이라는 것.

    


 

정원은 오늘에서야, 빨간 장미꽃을 받아든 겨울을 보고 나서야, 확신했다.그리고 이제서야 확신한 자신이 미웠다.

 

 

 

 

 

    





 

 

송화에게 키다리 아저씨 일을 부탁했던 정원은 송화의 방으로 자주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대학시절부터 송화는 정원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곤 했었다. 이건 정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송화를 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송화에게 거짓말하는 사람은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들키고 말 거라는 공공연한 룰도 있었다.

    

 

정원을 가만히 바라보던 송화에게 정원이 물었다.

    

 

.”

너 나한테 뭐 할 말 있지. 뭐 고민 있어?”

아니.”

    

 

이어지는 정적에 송화는 웃으며 말했다.

    

 

나두 찬성.”

?”

지금 네 생각에 나도 찬성이라고.”

    

 

송화는 모든 걸 알고 있고,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정원에게 말을 이어갔다.

    

 

정원아, 세상엔 3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애. 지가 맛있는 걸 먹는 게 행복한 사람. 대표적인 인간으로 이익준, 김준완이 있지. 그리고 혼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사람.”

석형이 아마 지금도 신서유기 보면서 라면 먹고 있을 걸.”

그리고 마지막은 너,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나 안 그래.”

너 그래.”

 

 

그러니까 결정 잘 했어. 병원에 남아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

당분간 애들한텐 말하지 마.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 있어서.”

    

 

송화는 밖을 바라보았다.

    

 

와 진짜 겨울이네. 겨울이 왔어. 겨울이.”

    

 

율제에서의 첫 계절이었던, 그리고 다시 맞게 된 겨울이 하늘에서 흩뿌려지고 있었다.

 

 

 

 

    




 

 

 

송화와 만나기 전, 정원은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며, 추천서를 써준 신부에게 전화했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안드레아 형제에게 맡기신 것은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아닌, 어린 천사들을 살리는 일임을 아셨군요. 안드레아 형제를 위해 많은 기도하겠습니다.”

 

 

신부님은 1가지 이유만으로 정원에게 축복했지만, 정원은 다른 이유도 함께 이루기 위해 포기해야만 했다는 말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겨울의 프로포즈 이후 어느 날, 민하와 퇴근길에 마주친 적이 있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추민하 선생님, 퇴근해요?”

이 시간에 퇴근이라도 해야죠, 내일은 당직인 걸요.”

고생하네요. 일반외과 의국에 간식 많다던데 가서 얻어먹어요.”

겨울쌤이 좋아하는 초코과자만 엄청 많더라구요. 저는 감자칩 좋아해서요.”

다음에는 감자칩도 사둘...”

    

 

정원은 입을 닫고 민하의 눈치를 봤다.

    

 

? 뭐라고 하셨어요? 그거 교수님이 하신 거예요???? 아니 병원에 이익준교수님 팬이 맨날 사두는 거 아니냐고 소문났는데 왜 가만히 계셨어요? , 설마 교수님.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죠~? 장겨울 선생님 좋아하는 그런 거.....”

    

 

눈을 껌뻑이는 정원에게 민하는 박수를 치며 말을 이어갔다.

    

 

맞아요? 진짜요? 아니 우리 겨울쌤 가짜 프로포즈 받아가며 한 보람 있네요, 정말로!”

가짜 프로포즈요?”

...... 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

내 비밀도 하나, 아니 두 개 들켰으니 추민하 선생님도 얘기 해줘요.”

이익준 교수님이 한 번만 해보자고 빨간 장미꽃다발 가져 오셨다고 들었어요. 교수님, 겨울쌤한테 안 말하실거죠? 이익준 교수님한테두요?”

우리 서로 약속하죠. 티 내지 않기로요. 꼭 감자칩은 사다둘게요.”

 

 

 

    








 

어떤 날, 정원은 수술실 사이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익준이 거기 있다는 정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을 여니 겨울과 함께 있는 익준이 보였다. 초콜릿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는 겨울을 보는 정원의 마음은 이전과 달랐다.

    

 

안녕?”

    

 

처음이었다. 정원이 먼저 겨울에게 인사한 것은. 언제나 겨울이 먼저 인사했고, 정원은 받기만 했을 뿐이다.

    

 

겨울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익준은 정원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지금 반말했다??”

    

 

그러지 않았다고 말을 돌린 뒤 익준에게 VIP실 수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익준은 이미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며, 정원의 인사를 보며 어느 정도 눈치 챘다. 겨울과 정원 모두가 행복하길 익준은 바랐다.

 

    









 

 

정원은 컴퓨터 문서에 있는 추천서 파일들을 마지막으로 지웠다. 퇴근하기 전 마지막 할 일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헛웃음과 함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묘한 얼굴의 정원이었다. 허탈하면서도 행복한.

 

 

생각에 잠겨있던 정원은 환기를 시킨다고 열어놓았던 시간이 너무 길었는지 손끝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창문의 프레임 너머 하얀 눈이 날리고 있었다. 눈에 이끌리듯 정원은 창가에 섰다. 얼마 전 송화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진짜 겨울이네. 겨울이 왔어. 겨울이.’

 

 

    





 

정원은 창가에 서서 겨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간의 신호음이 사라지고 겨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교수님. ER이에요?”

아니. ER 아니고. 혹시 지금 시간 괜찮아요?”

좀 이따 이익준 교수님 환자분 한 번 보러가기 전까지 괜찮아요.”

    

 

겨울의 목소리가 떨려옴이 정원은 느껴졌다.

    

 

그러면 지금 내 방으로 좀 올래요? 할 말이 있어서.”

“......네 알겠습니다.”

    





 

겨울은 병원에 도는 소문을 듣고 알고 있었다. 정원이 병원을 그만두고 신부가 되기 위해 외국으로 간다는 것을. 겨울은 정원이 하려는 말이 당장이라도 내일 떠난다는 말이 아닐까, 마지막 인사가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정원의 교수실로 향했다.

    

 

겨울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겨울이요.”

, 들어와.”

    

 

정원은 겨울과 눈을 마주치고 싶었으나 겨울은 고개를 숙인채로 자신의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길 기다리던 정원은 겨울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말을 건네려고 할 때 겨울은 고개를 들어 눈물지으며 말했다.

    


 

교수님 제가, 제가 교수님. 좋아합니다. 죄송합니다. 자꾸 눈물이 나지. 죄송합니다. 주제넘은 말인 줄 아는데요. 교수님, 신부 되지 말고 병원에 계속 있으시면 안돼요? 하느님 말고 제 옆에 있어주세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겨울의 쏟아지는 말에 정원은 조심스럽게 겨울의 팔을 잡았다. 겨울이 그제야 말을 그치고 정원을 바라보았다.

    


 

겨울아.”

    


 

그리고 정원은 겨울을 다정하게 안았다.

    


 

미안해요. 이렇게 불안하고 마음 졸이게 만들어서.”

    


 

겨울의 등을 토닥이며 정원은 말을 이어갔다.

    


 

고백하는데 죄송하다고 사과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내가 내 마음도, 장겨울 선생님 마음도 모른 척 하고 지나치려고 해서 미안해요. 괜찮을 줄 알았어. 내가 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못 가겠더라.”

    

 

겨울은 정원의 품에서 벗어나 물었다.

    

 

? 교수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병원...... 남기로 했어요. 이거 알려주려고 오라고 한 건데, 먼저 말 하는 바람에.”

안 떠나시는 거죠? 당장 몇 개월만 미루신 거...... 아니죠?”

안 가요. 여기 있을 거예요. 장겨울 선생님 옆에도.”

    

 

정원은 다시금 겨울을 안았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강하게 안고는 속삭였다.

    

 

고마워요. 나 계속 좋아해줘서.”

    

 

근데 다음부터 울리면 안 되겠다.”

왜요? 저 우는 거 이상해요?”

내 심장이 내려앉아서. 아 이 말은 준완이 있을 땐 금지.”

간 떨어질 뻔한 거는요?”

그건 익준이 앞에서 금지.”

 

 

    











 

 

에필로그.

 

 

 

안정원 출국 안 하지?”

어떻게 알았어? 정원이가 당분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하지 말랬다고? 정원이가 왜 그랬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장겨울한테 반말을 하더라고!!!”

 

?!!?!!”

 

순서대로 준완, 송화, 석형, 익준의 말이었고, 익준의 마지막 말에 3명이 다같이 소리지른 것이었다. 석형의 집 지하연습실에서 모여있던 4명은 얼른 정원이 오길 기다렸다.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4쌍의 눈이 계단으로 향했다. 정원이었다.

    

 

안정원 실망이다. 간다고 왜 우리한테 당분간 말하지 말라고 했냐?”

김준완 조용히 해봐. 안정원 우리 겨울이한테 왜 반말했냐고. 이 거짓말쟁이 키다리아저씨야!!!”

이익준 뭐라고 했냐 지금, 키다리 아저씨? 그게 얘야?”

    

 

    


 

조용히 좀 해봐. 설명할게.“

    


 


정원의 말에 언성이 높아졌던 익준과 준완은 자리에 앉았고, 지켜보던 석형과 송화는 정원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나 이제 키다리 아저씨 아니고. 안 간다고 지금 말하려고 왔고, 장겨울한테 반말한 건 내 마음이다. 오늘 연습 나 좀 빠져도 되지? 기다리는 사람 있어서. 간다!”

    


 

정원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그 뒤를 따라 익준, 준완, 석형, 송화가 빠르게 뛰어올랐다.

    



 

정원의 마이 아픈 차 운전석이 열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겨울을 본 4명은 같이 소리 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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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오래걸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번 편은 가을보다 더 긴듯ㅋㅋㅋㅋㅋ

잘 마무리 지었는지 모르겠네. 읽어줘서 고맙고~

우리 2021년 겨울정원을 기다려보도록 하자ㅠㅠ


다들 겨울정원해!!!




  • tory_1 2020.06.09 20:46
    너무 좋아ㅠㅜㅠㅜㅜㅠ
  • tory_2 2020.06.11 21:33
    선생님 시즌2 함께 존버합시다.....
  • tory_3 2020.06.12 20:5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겨울정원 감정선 잘 정리해줘서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톨 덕분에 행복했어 시즌2 이후에 또 와줘 ㅜㅜㅜㅜㅜㅜ
  • tory_4 2020.06.20 00:22
    이거지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야 겨울정원이 완벽해졌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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