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환자가 많아졌다.
오늘은 네가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들고 왔다.
한약 냄새 풍기는 병원에 드나들면서도 한 번을 싫은 내색이 없다.
지금은 적응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처음엔 분명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한의원을 거의 가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향기를 중시하는 너니까.
그건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랬다.
그러니까... 아주 예전에 말이다.
꽃을 가까이하기 시작한 것도, 화분을 집에 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과거 시험을 목표로 학문에 정진하던 어린 시절, 세상의 아름다움을 돌아볼 줄 몰랐다.
하루 세 끼 꼬박 먹는 상차림 반찬이 무엇인지도 중요하게 눈여겨보지 않았다.
감사하기는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소소한 즐거움을 감지하는 안테나가 지금보다 둔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별것 아닌 일상에도 까르르 소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 웃음소리를 따라가면 끝에는 너가 서있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너를 그토록 즐겁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지난 시간들, 색이 바랜 사진처럼 너와의 추억도 너의 목소리도 너가 웃음짓는 모양도 전부 흐려지는 가운데, 끝끝내 이 마음은 처음처럼 또렷하게 점점 더 번져나가기만 한 이유를 말이다.
너는 어느 것에나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너를 잊을 생각도 없었지만 때로는 잊는 게 좋을까, 잊고 이 도깨비 생활을 청산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도 그저 너가 그리워진 이유였다.
어느 날 혼자 열심히 처음 만들던 요리가 실패했을 때도 너는 탄 모양새가 웃겨서 한참을 미소짓다가 울상지으며 설거지했고,
또 오늘 다녀간 너는 그 때 그 요리가 성공해서 처음 나에게 먹여주는 것에 뿌듯해하며 자랑을 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고.
가끔 아침에 먼저 일어난 너와 처음으로 마주치면 '김태희 일어났어?' 말하는 얼굴이 밝아서 좋다.
그럴 때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말하면 너가 어김없이 해주는 말이 좋다.
너를 봐서 그런 거야.
난 조용히 웃고 말았지만 사실 마음 속은 한없이 뜀박질하게 된다.
너무 기쁘다.
나도 너의 소소한 일상 속 행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적 같다.
생각해보면 너는 스스로도 말할 정도로 슬픈 시간들을 지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밝고 긍정적이라서 그게 너무 대단하게 여겨진다.
나라면 못 했을 거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 그건 너라서 가능한 거야.
이 모든 말을 담아서 그저 오늘도 한 마디 문장으로 전했다.
고마워요.
언젠가 너와 이번 생 처음으로 연인이 될 수 있다면 그 때는 좀 더 솔직한 진심을 쏟아부어줄게.
네가 다 받아들여줄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그 때는 모든 걸 이야기할 거다.
지금도 충분하다고 너는 생각하겠지만,
내가 표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반의 반.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사랑을 담아서 가장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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