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안 추워?”

. 안 추워.”

코 되게 빨간데?”


지호의 말에 솔이 제 코끝을 거울에 한 번 비춰보곤 창문을 올린다. 솔의 귀여운 행동에 지호가 가볍게 웃으며 히터의 온도를 조금 높였다. 요 며칠 현우와 수아의 일로 기분이 가라앉아 보였던 솔이었는데, 다행히 속초로 향하는 지금 솔의 기분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예쁘다.”

윤슬이라고 한대.”

윤슬?”

 

햇빛을 받은 바다가 진주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거린다. 한참 넋 놓고 윤슬을 구경하는 솔의 손을 슬쩍 쥔 지호가 하고 싶은 말 대신 솔의 손만 어루만졌다.

 

걱정 돼? 내가 가이드 그만둔다고 할 까봐?”

, 아니?”

 

속마음이라도 읽은 걸까. 솔이 먼저 지호가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솔의 기분이 가라앉은 만큼 지호는 불안했다. 훈련을 마친 솔이 자신을 데리러 온 것도 모른 채 생각에 잠겨있을 때면, 겨우 새모이 만큼 밥을 뜬 숟가락이 쟁반에 닿는 것도 모르고 있을 때면, 잠들지 못한 채 자꾸 뒤척이는 등을 바라볼 때면 지호는 묻고 싶었다. 자신을 떠날 거냐고.

잠시 지호를 바라본 솔이 - 무슨 생각에서인지 지호에게서 제 손을 빼내버린다. 놀란 지호가 솔을 바라보려 했지만 운전 중이라 그럴 수 없어 그저 곁눈질로만 솔을 살폈다. 앞은 봐라봐야 하고, 자신의 행동은 굉장히 신경 쓰이고. 솔이 작게 키득거리며 - 손을 다시 잡아달라는 듯 죄암죄암 거리는 지호의 손에 제 손을 깍지 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두 사람이 힘을 주어 서로의 손을 잡았다.

 

안 그래. 걱정하지 마.”

걱정 안 했는데.”


누가 들어도 거짓말인 말투. 솔은 그저 어떻게 해야 매칭률을 높일 수 있는 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지호를 달래곤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

 

, !”

안녕하세요, 한 솔 군.”

 

속초 분원 연구소에서 의외의 인물이 마중 나왔다. 솔이 슬쩍 지호의 눈치를 보곤 인혁에게 달려갔다.

 

어쩐 일이야.”

, 부소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시는 연구에 필요한 기기가 분원 연구소에만 있어서요.”

 

며칠 전부터 훈련이 중지 된 이유가 이거였나 보다. 소화가 개인 연구를 하는 동안 뭐 하고 있었냐는 지호의 질문에 인혁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곤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휴가 중이였죠, .”

 

인혁의 뒤를 이어 마중 나온 연구원이 안내와 함께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해준다. 연구원의 말을 조금 건성으로 들으며 지호가 앞장 서 걷는 인혁과 솔을 바라본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솔이 기분 전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데려 오긴 했지만 자신은 이 곳에 있는 내내 바쁠 것이고, 솔의 고민이라면 자신보다는 연구원을 겸하고 있는 인혁이 조금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괜찮으시다면 바로 회의 소집해도 될까요?”


솔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 느긋하게 왔더니 미리 알린 도착 시간 보다 훨씬 늦게 도착해버렸다. 지호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연구원들 생각에 지호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자 회의실을 알려준 연구원이 준비를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연구원이 자신과 인혁을 지나쳐 가는 모습에 솔이 뒤돌았고, 지호가 솔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바로 회의에 참석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짐은 내가 풀어둘까?”

 

지호가 바쁠 것이라는 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솔은 서운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더 미안해 - 인혁이 옆에 있는 걸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지호가 솔을 끌어안는다. 외려 인혁을 신경 쓴 솔이 질색하며 지호를 밀어냈지만 이미 빠르게 지호의 등을 두 어 번 다독인 후였다. “바다가 예쁘네요최대한 흐린 눈으로 바다를 구경하던 인혁이 조금 발개진 솔의 두 볼에 미소 짓곤 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캐리어 옮겨드리겠습니다, 지호님.”

그럼 신세 좀 질께.”

신세는요.”

그럼 이따 끝나고 전화 해.”

.”


속초에 도착하면 나란히 방으로 들어가 느긋하게 테라스 너머 펼쳐 진 바다를 바라고는 게 지호의 계획이었지만, 그 계획을 인혁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캐리어를 들어 주겠다, 괜찮다 혼자 들 수 있다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뒷모습 역시 자신과 솔의 것이어야 했는데. 착잡하게 - 멀어지는 인혁과 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호가 회의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 진짜 예뻐요.”

 

대충 짐을 푼 - 풀었다기 보다는 그저 캐리어를 방 한 쪽에 옮긴 것 밖에 없지만 - 솔이 인혁과 함께 테라스에서 저녁노을에 물드는 바다를 구경한다. 낮의 윤슬도 아름다웠지만 해질녘 노을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바다를 바라보는 솔에게 인혁이 슬쩍 현우의 상태를 물었다.

 

오늘 오전에 퇴원했대요. 수아도 상담 받고 많이 좋아졌구요.”

 

덤덤한 솔의 대답에 인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이드라면 한 번은 꼭 겪은 시련이라지만 이들에게는 좀, 아니 많이도 빨랐다. 여전히 시선은 바다에 고정한 채 이번에는 솔이 묻는다. “형은왜 가이드가 없어요?” 그 질문에 힘이 빠진 듯 툭. 하고 인혁의 팔뚝이 솔에게 닿는다. 그렇게 나란히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던 인혁이 한숨처럼 대답했다.

 

평생 한 명이길 바랬던 가이드가 떠나가서요.”


몹시 쓰고, 너무나 무거운 목소리에 솔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에 맞춰 고개를 조금 비튼 인혁이 다가왔다. 입맞춤이라도 할 듯 지척까지 다가온 인혁의 숨이 솔의 솜털을 간질인다. 차가운 난간을 꽉 쥔 솔이 눈을 질끈 감자 인혁이 피식거리곤 솔의 귓가에 속삭였다. “추운데 들어가서 이야기 할까요?”

 

기분이 이상한 듯 인혁이 속삭였던 오른쪽 귀를 문지르며 솔이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생활관에 비치되어 있는 건 커피뿐이라 아주 옅게 탄 커피를 솔 앞에 내려준 인혁이 맞은편에 앉았다.

 

미안해요, 많이 놀랐어요? 바람이 꽤 불어서 잘 안 들릴까봐

 

인혁의 말마따나 바닷바람이 세긴 했지만, 굳이 그렇게 귓속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혁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 같아 솔은 이 찝찝함을 흘리기로 했다. 인혁이 타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솔이 - 인혁 몰래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가 - 아무렇지 않은 척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까 가이드에 대해서 물었었죠.”

, 혹시 실수했다면-”

아닙니다. 이상하기는 했죠?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가이드 매칭도 하지 않는 게.”

 

솔직히 이상하기는 했기에 솔이 인혁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혁이 솔직한 솔의 대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역시 가이드가 있었습니다.”

 

짐짓 예상만 했던 인혁의 이야기에 솔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 인생은 그 친구에게 달렸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습니다. 그 친구를 잃기 전까진 말이죠.”


센티넬이 가이드를, 가이드가 센티넬을 잃는 건 잦지는 않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혁의 일은 그것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일과는 결이 다른 무언가.

 

모르겠습니다. 센티넬이라면 응당 다른 가이드와 매칭 해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

마음이 따르지 않아서

 

눈물을 닦듯 인혁이 손끝으로 연신 머그잔의 가장자리를 문질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솔은 그런 인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에게 지호가 전부인 것처럼 인혁에게도 전부였던 가이드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마실 용기가 나지 않는 커피 머그잔만 빙빙 돌리다 솔이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 센티넬로써 가이드에게 안정화를 받지 못하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

안정화를 받지 못하면 막 가이드가 미워지고 그래요? 다른 가이드랑 매칭 되고 싶어지고 그러나?”

프흡.”

??”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인혁의 웃음에 솔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본다. “, 죄송합니다. 옛날 일이 생각나서

 

옛날 일이요?”

. 아마 그 고민은 가이드라면 한 번 쯤은 하는 것 같습니다. 아까 이야기 했던 그 친구역시 같은 질문은 제게 했었거든요.”

 

나 밉지 않아? 괜찮아?? 그래도 나 사랑해?’

 

순간 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인혁이 머그잔을 세게 쥐었다. 그럼 사랑하지. 너라는 존재가 늘 날 안정시키는데. 인혁의 대답에 준은 언제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민현우 센티넬이 한수아 가이드를 미워할 일은 없을 겁니다. 지호님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가이드는 센티넬을 안정시켜야 하는 사람인데. 그 걸 못 하면

 

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리지 않을까요? 어딘가의 장소든, 누군가의 곁이든.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불안감에 인혁이 고개를 저었다.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관계는 안정화라는 특수목적이 중심이 되는 건 맞지만, 결국 센티넬도 가이드도 사람입니다. 한 솔 군.”


솔이 뭐라 더 말하려던 찰나, 회의가 끝난 것인지 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에 뜬 지호의 이름에 인혁은 전화를 받으라는 듯 자신과 솔의 잔을 치우며 일어났다. 한참 지호와 통화를 하던 솔이 설거지를 하는 인혁의 귀에 제 휴대폰을 갖다 대 인혁이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지호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댔다.

 

, 차인혁입니다. , .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듯 인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떼어 내 솔이 휴대폰을 거뒀다.

 

식당까지 안내를 부탁하셨어요. 갈까요?”

 

깔끔하게 싱크대에 튄 물까지 닦아 준 인혁이 외투를 집어 들며 말했고, 솔이 그런 인혁의 뒤를 따랐다. 마감 직전이라 식당에는 먼저 온 지호밖에 없었다. 솔이 지호를 향해 달려 가 안기자 지호는 솔의 등을 어루만져 준다. 지호가 인혁에게 함께 밥을 먹자고 권했지만 인혁은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진짜?”

. 몰랐어?”

 

솔이 인혁에 대해 이야기해주자 지호가 눈을 크게 뜬다. 몰랐다. 그저 막연히 매칭이 될 만한 가이드를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혁이 원치 않는 것이었다니. 지호는 솔의 말에 불안감이 확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누굴까?”

글쎄. 누구지?”

 

인혁은 한국 센티넬 연구소로 전소轉所 할 때부터 가이드가 없었다. 깊게 궁금해 하기엔 인혁의 개인사 인 것 같아 자연스레 두 사람의 대화는 신변잡기로 흘렀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식당을 나섰다. 조금 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바로 잠들기는 아쉬워 연구소 근처 해변을 걷기로 했다.

 

바다는 참 좋네-”

그래?”

. 낮의 바다도, 밤의 바다도 다 예뻐.”


솔은 바다가 퍽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두 볼과 코끝이 발개져도 파도가 부셔지는 곳에서 멀어지지 않는 걸 보니. 지호는 꽤 차가워진 솔의 손을 쥐었다. 솔은 자신의 손을 꽉 쥔 지호를 한 번 쳐다보곤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밤. 들려오는 것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인 뿐인 이 곳에서 - 지호의 체온을 느끼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솔아.”

?”

많이 좋아해.”

 

솔이 손이 지호의 체온에 제 온도를 찾을 때쯤 - 지호가 툭, 하곤 제 마음을 던졌다. 던진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솔이 쿡,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나도.” 솔이 제 진심을 돌려주어 지호가 진하게 미소 지었다. 오늘, 솔을 데리고 오길 너무나 잘한 것 같았다.

 

콜록, 콜록콜록-”

괜찮아?”

 

하지만 그건 두 사람 관계의 이야기였을 뿐. 늦은 밤바다 산책에 솔이 호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이불을 목 끝까지 덮은 솔이 지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침은 감출 수 없어 지호의 얼굴엔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회의- 콜록콜록콜록!!”

여기, 물 좀 마셔.”

회의 가야지

 

잔뜩 쉰 목소리에 지호가 미간을 찌푸리자 솔이 피식거리며 두 번째 손가락 끝으로 지호의 미간을 위로 끌어올렸다. “못생겼으니까그런 표정 짓지 마농담처럼 건넨 말이지만 지호는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테이블에 놓아 둔 휴대폰이 또다시 울린다. 벌써 세 번째다. 네 번째 전화가 오기 전에 지호를 겨우 침대에서 일으킨 솔이 의무실에 가서 수액이라도 맞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지호를 달랬다.

 

가기 싫어.”

책임감을콜록콜록!!”

하아

가지세요


그럼 의무실까지 만이라도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솔이 고개를 저으며 지호의 등을 떠밀었다. “빨리 끝내고 와서 날 보는 게 낫지 않겠어?” 솔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지호가 황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어떻게 해서든 빠르게 회의를 마치겠다고 다짐하며, 인혁을 불러서라도 수액을 맞고 오라고 말한 지호가 솔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문을 닫았다.


문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무너진 솔이 색색 거리며 잠시 호흡을 고른다. 지호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바닷바람 굉장하네하며 겨우 휴대폰을 쥔 솔이 인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인혁에게 방 비밀번호를 알려 주곤 잠시 눈을 감았다.

 

솔 군? 솔 군!”

.”

괜찮습니까?”

 

사색이 된 인혁이 제 등을 보였다. “업히세요. 의무실로 가죠.” 솔이 미적거리며 인혁의 등에 올라타자 인혁이 크게 한숨을 쉰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더니 온 몸이 완전 불덩이였다.

 

빨리 걸으면 솔이 어지러울까봐 최대한 천천히 - 하지만 빠른 속도로 의무실에 도착한 인혁이 조심스럽게 솔을 침대에 눕혔다. 그 사이 정신을 잃은 것인지, 잠든 것인지 솔은 의식이 없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의무실로 오는 동안 진동이 여러 번 느껴졌지만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부재중 전화는 3건이었는데 2건은 지호에게서, 1건은 소화에게서 온 것이었다. 둘 중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할지 잠시 고민한 인혁이 많이 걱정하고 있을 지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회신이 늦은 것인지 다시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지호에게 방금 의무실에 도착했다고만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 어디야?

, 저 잠시 의무실에 와있습니다. 부소장님.”

=? 어디 아파?

 

의무실이란 단어에 소화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소화의 걱정에 인혁이 고개를 저으며 아픈 건 자신이 아니라 솔이라며, 솔에게 수액만 주사하곤 찾아뵙겠다고 말로 전화를 끊었다.

 

……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수액을 잠시 지켜 본 인혁이 침대 옆 보조의자에 앉았다. 수액 덕분인지 솔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잠든 솔이 잠결에 침대를 더듬다 인혁을 손을 쥔다. 지호의 손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솔이 무의식적으로 인혁의 손을 조물조물 거린다. 솔의 손을 잡은 인혁이 - 조심스럽게 솔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소리 없는 입맞춤이 간지러운 것인지 솔이 작게 키득거렸다. 솔의 손을 이불 안으로 되돌려 놓은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솔 위로 허리를 굽혔다. 귓가에 닿는 솔의 새근거림. 여차하면 입술이 닿을 거리에서 한참 솔의 숨소리를 듣던 인혁이 몸을 일으켰다.

 

**

 

정말 신은 자신의 편인 것 같다. 소화는 잠들어 있는 솔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슬쩍 바라 본 수액은 이제 1/3정도가 남아 있었다. , .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액이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소화가 여기까지 오는 내내 쥐고 있었던 - 주머니 속 약병을 다시 한 번 힘껏 쥐었다.

남은 수액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정말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힘껏 숨을 들이마신 소화가 천천히 내쉬며 수액 커넥터에 보랏빛 약물을 주입했다.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소화는 주사기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노란빛의 수액과 보랏빛의 약물이 섞여 만들어진 갈색이 다시 노란빛이 될 때까지 지켜 본 소화가 아플 만치 뛰는 제 심장을 꾹 누르며 의무실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소화가 빈 병을 만지작거린다. 홍콩 연구소에 모든 자료를 두고 온 지금 약물은 시제품이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것이었다. 솔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레이든에게 넘기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연구 결과를 얻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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