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으음어디가

? 깼어?”

어디 가는데

 

이른 아침, 이미 나갈 채비를 다 마친 솔의 손목을 쥔 지호가 재차 묻는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손을 뒤로 둘러 지호의 등을 다독이자 지호가 허리를 감싸 안는다. 대답을 미룬 채 등만 다독이니 지호의 호흡이 조금 늘어진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지호의 품에서 빠져나온 솔이 세린에게 다녀오겠다고 속삭였다.


조용한 생활관과는 달리 연구소는 벌써 활기찼다. 스쳐 지나가는 연구원들의 대화에서 부소장, 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세린 역시 부소장이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 은근히 들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죽하면 연구나 과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을 붙잡고 그 부소장이 성공시킨 프로젝트들을 설명해주었을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해 하며 세린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왔어? 지호는?”

 

평소처럼 거의 모니터에 들어가기 직전인 세린이, 역시나 지호부터 묻는다. 익숙하게 책상 한 쪽에 산을 쌓은 컵들을 하나씩 들며 깨긴 했는데 바로 잠들었다고 대답하자, 세린이 과하게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일부러 고강도 훈련 다음 날로 잡았는데, 의미 없을 뻔 했다-”

하핫. 그나저나 웬 매칭률 테스트?”

 

지호와 한시도 떨어져 있던 적이 없어서 세린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했다. 솔의 질문에 세린이 이전에는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규정을 설명해준다. 솔 역시 다른 센티넬과 매칭률 테스트가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거부하면 세린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기에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소장님 지시를 거스를만한 권력이 있었어야 했어

부소장님 지시?”

 

솔이 되묻자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세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책임 자리 준다고 할 때 받을 걸 그랬나봐.” 훈련실로 향하는 내내 자신의 작은 권력을 아쉬워하는 세린을 달래느라 부소장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궁금해 하지도 못한 솔이었다.

 

그럼, 지호 깨기 전에 후딱 끝내자.”

.”

 

솔의 몸에 측정기를 부착한 세린은 측정실로 올라갔고, 솔은 지호가 푹 자고 있길 바라며 들어 올 센티넬을 기다렸다.

 

?”

솔 군.”

 

놀란 솔과는 달리 인혁이 놀란 기색 없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 인혁을 만난 게 의아하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니 인혁에게 가이드가 있단 말을 들은 적도, 가이드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잘 부탁합니다. 솔 군.”

저도 잘 부탁드려요.”

 

솔이 인혁의 등에 손을 대곤 눈을 감았다. 하지만 거의 감자마자 다시 눈을 뜬 솔이 고개를 갸웃댄다. 방어계 센티넬이어서 일까, 정말 제타파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건 맞는 걸까, 혹시 세린이 자신과 지호의 매칭을 위해 무슨 언질이라도 한 건 아닐까.

 

=솔아, ?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아냐.”

 

솔의 반응이 이상해 보이는 것인지 세린이 물었고, 인혁 역시 뒤를 돌아보려 해 솔이 얼른 대답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정말 이상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숨에 삼킬 것 같았던 지호의 제타파와는 달리 인혁의 제타파는 그저 무릎께에서 찰랑거리는 물결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호의 제타파가 정상인 것인지, 인혁의 것이 맞는 것인지 알게 되기도 전에 그만해도 좋다는 세린의 목소리가 들려 손을 뗐다.

 

고생하셨습니다. 솔 군.”

고생하셨어요, .”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인혁이 가볍게 솔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응원의 말을 대신한다.

 

, 아무래도 지호의 제타파가 이상한 게 맞나보다. 두 번째 센티넬을 안정화하며 솔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인혁만큼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센티넬 안정화 역시 수월했다. “후우숨을 고르는 솔에게 한 번 더 가능하겠냐고 세린이 묻는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보통 가이드들은 한 명에서 두 명까지만 매칭률 테스트가 가능했다. 하지만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솔이 두 팔을 위로 올려 크게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다음에 만날 센티넬이 어떨지는 몰라도 지금 상태로는 가능할 것 같았다. 솔직히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

 

화났어?”

……아니.”

화났네-”

 

누가 봐도 토라진 티가 나는 지호와 그런 지호를 달래는 솔. 지호 몰래 진행한 매칭률 테스트는 이튿날 바로 들켜버렸다. 지호에게 비밀로 한다는 걸 몰랐던 인혁이 지호에게 솔의 안부를 물은 것이다.

 

솔 군 괜찮습니까? 어제 네 명이나 진행했다고 하던데.’

?’

……이만 가보겠습니다.’

 

빠르게 뒤돌았지만 이미 지호의 품 안이다. ‘차인혁.’ 인혁은 지금 이 살기가 지호가 부른 제 이름에서 나오는 것인지, 제 눈앞의 - 벽을 짚은 지호의 손에서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전신에서 뿜어지는 것일 수도 있었다. 솔과의 의리를 위해 어떻게든 넘어가보려 했지만, 무의식은 의리 없게도 어제 진행했던 매칭률 테스트를 떠올렸다.

 

매칭률 테스트?’

? 아뇨?’

, 이세린

아뇨! 아뇨!’

 

당장이라도 세린에게 따지러 갈 듯 한 분위기에 인혁이 빠르게 뒤따랐지만 지호가 향한 곳은 자신의 - 요즘은 솔과 지호의 - 방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솔 군.’


부술 듯 문을 열고 들어 온 지호가 성큼 성큼 다가와 솔의 몸 곳곳을 살핀다. 지호의 손길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던 솔이 의아한 눈으로 문 너머에 서 있는 인혁을 바라보았고, 인혁은 온 힘을 다해 입만 벙긋거리며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지만 솔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 우이오임이? ?’

아픈 데 없어? 컨디션 어때.’

살짝 피곤한 거

우아악! 한 솔군!’

 

피곤하다는 단어에 지호의 살기가 다시 느껴진다. 인혁이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교차해 엑스 자를 만들었다.

 

같진 않아. 컨디션 좋아. ?’

정말? 피곤하거나 처지는 거 없어?’

. 없어.’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답하는 솔. 솔의 말대로 다행히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솔의 상태를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차인혁, 이세린 지금 어딨어.’

?!’

?’

 

세린에게 따지는 것뿐. 지호의 질문에 인혁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은 며칠 전에 부소장 소속으로 바뀌어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연신 솔에게 눈짓을 보낸다. . 인혁의 눈짓에 담긴 간절함에 솔이 지호의 손을 붙잡았다.

 

안 피곤해? 우리 한 숨 잘까, 윤지호?’

, 그러세요. 지호님 오전 훈련 마치고 오신 거 아닙니까?’

괜찮아, 솔아. 나 안 피곤해. 잠깐 이세린한테 다녀올게.’

 

홧홧한 안광과는 달리 부드러운 음성이었지만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냐, 자자. 내가 피곤해.’ 곧 있으면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솔은 어떻게 해서든 지호를 재우겠다는 의지로 지호를 침대 쪽으로 잡아끌었다. 지호의 발이 한 걸음 뒤로 움직이는 걸 본 인혁이 빠르게 방문을 닫아주었다.

 

그리고 지금, 침대에 모로 누운 지호의 팔뚝에 자신의 팔짱을 얹은 솔이 연신 지호의 기분을 살핀다.

 

규정이라잖아~ 규정을 어기면 안 되지~”

그래도 어떻게 나한테 언질도 없이


지호가 속으로 한숨을 쉰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지호는 솔과의 매칭률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현을 차치하고 그 동안 매칭 됐던 가이드 중 가장 높은 매칭률을 보인 솔이었다. 그런 솔의 능력이라면 다른 센티넬과의 매칭률도 높게 나올 것이 뻔했다. 그나마 세린 역시 자신과 솔을 매칭 시키고 싶어 하고 있고, 자신에게 가이드를 빨리 매칭 시키는 게 화급한 점으로 인식되고 있어 다행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솔이 다른 센티넬과 매칭률 테스트를 한 걸 알게 되니 더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세린도 싫었는데- 그 부소장이라는 분이 시킨 거래.”

부소장? 류소화 부소장?”

 

솔의 말에 지호가 고개를 든다. 생각보다 날카로운 반응에 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어어

?”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바꾼 지호의 가슴을 베고 누운 솔이 물었지만 지호는 대답하지 않은 채 솔의 볼만 어루만졌다.


사실 연구소 내에서 소화와 지호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수 년 전만 해도 지호를 비롯해 몇 몇 센티넬들은 소화가 지시한 -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심지어 무의미한 살생까지 해야 했던 그 명분 없는 작전에 회의감을 느낀 센티넬이 적지 않았다. 언제고 가진 술자리에서 센티넬 한 명이 뱉은 류소화는 국방력을 높일 수만 있다면 우리를 갈아 마실 수도 있을 것이라는 농담에 모두가 쓰게 웃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지호에게 소화는 그저, 센티넬과 가이드를 국력을 위한 자원으로밖에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많이 났어?”

?”

 

여전히 화가 난 것으로 생각한 솔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솔에게 화가 난 건 하나도 없는 지호가 고개를 저었고, 솔은 꼼질거리며 지호의 옆구리에 자신의 몸을 끼웠다.

 

이세린한테 뭐라 하지 마, 내가 말하지 말자고 했으니까. 알았지?”

알았어-”

진짜지? 약속해.”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재차 묻는 솔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매칭률 테스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솔과 매칭 될 것이라고 - 말로 설득이 되지 않으면 능력을 사용할 의향까지 있다. - 마음먹으며 지호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솔의 손가락에 걸곤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그런 지호의 행동에 한참 웃던 솔이 속삭였다.

 

그리고

?”

어차피 나한테 센티넬은 너뿐이야, 윤지호.”

 

**

 

한 솔 가이드라 그랬니.”

.”

 

며칠 간 진행되었던 매칭률 테스트가 끝이 났다. “정말 대단한 가이드다.” 테스트 결과를 살피던 소화가 감탄했지만 세린은 소화의 감탄에 동조할 수 없었다. 그저 소화가 인혁과의 결과 - 95% - 에 별 관심을 두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톡톡톡. 하지만 소화의 손끝은 아까부터 계속 인혁과의 결과를 두드리고 있었다.

 

, 부소장님

?”

 

당장이라도 인혁과 매칭시키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세린이 선수를 치기로 했다.

 

한 솔 가이드가 다른 센티넬과의 매칭률이 높기는 하지만

하지만?”

현재 연구소 내 모든 가이드 중 윤지호 센티넬을 안정화할 수 있는 건 한 솔 가이드가 유력하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세린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소화가 잠시 침묵했고, 세린은 그 침묵이 불안했다.

 

모로코에서 안정화를 느낀 센티넬이 있었다고 했지?”

? , . 그렇습니다.”

그럼 그거 관련해서 테스트 진행해보자. 괜찮지?”

 

매칭에 대해선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화제를 돌린 소화였다. 괜찮냐는 소화의 질문 - 을 가장한 지시 - 에 세린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나가보라는 듯 소화가 세린을 빤히 바라봐 세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 없이 닫히는 문을 끝까지 지켜본 소화가 미간과 눈썹 뼈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내쉰다. 왜 닥터 그레이든이 한 솔이라는 아이를 그렇게 원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

재밌게 읽고 있는 지 궁금하네..ㅎㅎ 오늘도 함께 해줘서 고마워:)


++) 지독한 감기로 고생 중.. 한 주 쉬어갈께ㅠㅠ 토리들은 아푸지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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