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장님.”

어서 오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규진 소장이 악수를 청하자 류소화 부소장이 소장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자신을 마중 나온 연구원들을 사이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세린이 보여 소화가 미소 지었다.

 

홍콩에서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마무리가 좋지 못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닥터 그레이든이 그런 일을 벌일 줄이야

부소장님 책임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죠. 사람 속을 누가 알겠습니까.”

죄송합니다.”

피곤하지 않으시다면 바로 장관님께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많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

 

안규진 소장과 류소화 부소장이 탄 차량이 연구소 밖을 나가는 것까지 전부 지켜본 세린이 그제야 뒤돌아 걷는다. 조금 신난 걸음으로 걷던 세린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 뒤따르던 인혁도 따라 멈췄다. 소화가 돌아온 게 기뻐서 깜빡했다. 인혁이 원래 소화에게 소속되어 있는 연구원이었다는 걸. 이제 소화가 돌아왔으니 인혁도 제 자리를 찾아 가야한다.

 

차인혁.”

?”

거기서들 뭐하냐.”


자신의 연구실로 이동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지호와 솔의 등장으로 끊겼다. 나갔다 온 것인지 외투 차림의 두 사람. 솔의 두 눈가가 붉고 부어 있는 것은 추위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잘 다녀왔어?”

 

세린이 잔뜩 얼어 있는 솔의 볼을 감싸며 묻자 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의 뒤에서 지호가 거 보라는 듯 눈썹을 한 번 들썩여 세린이 입술을 삐쭉거렸다. 열흘 전, 현의 소식을 들은 솔은 이틀을 꼬박 앓았었다. 온 몸이 불덩이가 된 채 현의 이름만 부르는 솔의 모습에 세린이 지호의 성급함을 책망했었지만 오늘처럼 보고 싶을 때 다녀오는 모습을 보니 알려주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되게 예쁘더라.”

그래? 같이 갈 걸. 나도 눈 좋아하는데.”

고마워. 이세린

 

자신의 팔에 팔짱을 낀 세린의 손을 꼭 쥐며 솔이 몇 번이나 했던 감사 인사를 다시 건넸다. 세린이 아니었다면 솔은 또 현을 잃어버릴 뻔했다.

 

, 윤지호.”

.”

 

세린이 고개를 돌려 인혁과 대화를 나누던 지호를 불렀다.

 

솔이 나보고 또 고맙대.”

 

세린의 말에 지호가 한숨을 내뱉는다. “, 그럼 뭘 먹을까-” 뭔가 즐거워 보이는 세린과 반대로 뚱한 지호.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는 솔과 인혁이 시선을 교환했다.

 

,

후훗. 솔이 나한테 고맙다고 할 때마다 윤지호가 커피를 쏘기로 했지.”

에엥?”

 

세린의 말에 솔이 눈을 크게 굴리며 지금까지 세린에게 몇 번이나 고마워했는지를 세어보았다. 그리고 인혁은 쏘는 인원에 자신도 포함되는 지를 물었다.

 

아 당연히 포함이지-! 가자, 차인혁.”

모시겠습니다!”

주인공인 솔부터 모셔-”

알겠습니다!”

? 어어??”

! !!”


인혁이 솔의 반대편 팔에 팔짱을 낀다. 아직 영문도 모르겠고, 거의 연행되다시피 걷는 종종걸음이지만 어째서인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오랜만이야, 이세린 선임.”

오랜만에 뵙습니다, 부소장님.”

 

세린이 소화를 다시 만난 건, 소화가 돌아온 지 닷새가 지나서였다. 여기 저기 불려 다닌 티가 나는 소화는 피곤해보였다.

 

그 동안 나대신 고생했다며.”

아뇨, 고생은요. 그저 제가 부소장님을 대신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세린이, 소화가 건네는 커피 잔을 받아들며 고개를 저었다. 세린은 거의 차기 부소장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 세린이 자신의 라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커피 한 모금과 삼킨 소화가 세린을 시작으로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안부를 물었다. 역시, 인혁을 많이 신뢰하고 있는 것인지 인혁의 안부가 제일 길다. 폐는 끼치지는 않았는지, 다른 센티넬 - 특히 지호 - 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꼼꼼히 묻는 소화의 모습에 세린은 아무래도 인혁을 데리고 오는 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윤지호 센티넬은 요즘 어때? 들리는 소식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 그거요.”

 

화제가 지호에게로 옮겨졌다. 세린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소화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소화는 흥미 있게 세린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격납고 대목에서는 얼마나 놀란 것인지 커피를 조금 흘리기까지 했다.

 

정말 폭주 한 윤지호 센티넬을 안정화 했다는 거야? 그 가이드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 그랬습니다.”

그 가이드가 누구라고 했지?”

 

태블릿에 가이드 명단 화면을 띄우며 묻자 세린이 오른쪽 상단의 솔의 사진을 가리켰다. “한 솔 가이드입니다.”

그 이후론 헤어질 때까지 소화가 홍콩에 있으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은 짐작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스케일에 세린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포스트 류소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역시 소화를 따라가기엔 자신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마 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회의가 잡혀 있는 소화라 세린은 아쉬운 걸음을 떼야했다.

 

, 세린아. 이거 선물.”

 

세린을 불러 세운 소화가 커다란 쇼핑백을 건넨다. 안에는 소화가 이야기 해준 프로젝트 초안본들이 들어 있었다.

 

부소장님!”

다른 걸 줄까 했는데, 내가 아는 이세린은 이쪽을 더 좋아할 것 같아서 말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웬만한 권력자가 아니면 반출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세린을 보낸 소화가 수화기를 들었다. “차인혁 센티넬 좀 불러줄래요?”

 

**

 

왔냐.”

, 오셨다.”

 

두 사람의 매칭률 테스트가 있는 날. 긴장한 것인지 솔은 설명을 듣는 내내 지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오늘은 다를 거니까.”

 

솔의 몸 곳곳에 측정기를 부착하며 세린이 말한다. 뭐가 다른지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지호가 제타파를 한계까지 올려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리는 솔이 중얼거린다. 문이 열리고 거친 숨을 내쉬는 지호가 들어온다. 격납고에서 느꼈던 죽음의 공포는 없었지만 지금 눈앞의 윤지호도 꽤 위험한 상태였다. 만일을 상황에 대비해 안정제를 소지한 연구원들이 두 걸음 뒤에 서 있고, 방어계 센티넬들이 지호 주변으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럼 시작하자.

 

세린의 신호에 방어막 안으로 손을 뻗은 솔이 데일 것 같은 - 뜨거운 지호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세린의 말이 맞았다. 지호를 안정화 할 때 느꼈던, 자신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수월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만, 여기까지.

 

지호의 제타파가 더 이상 안정되지 않는 걸 확인 한 세린이 안정화를 중단시켰다. 화면에 뜬 숫자에 놀란 시현이 세린을 쳐다보았다.

 

-

 

보고 드립니다. 테스트 결과, 윤지호 센티넬과 한 솔 가이드의 매칭률 78% 기록했습니다.”

 

세린의 보고에 안규진 소장이 눈을 크게 뜨며 화면과 자신이 받은 서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작전 파견 전 마지막 결과는 60%를 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소장의 질문에 세린이 주머니에서 작은 바이알 병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노란빛의 보석 조각이 들어 있었다.

 

그게 뭐지?”

그레이든 박사가 홍콩에서 연구한 것으로 보이는 물질입니다. 안정화 능력을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능력을흡수한단 말인가.”

샘플이 부족하긴 했지만, 우선 연구한 결과로는 그렇습니다.”

 

안규진 소장이 보아도 턱없이 부족한 샘플이다. 헌데 지금 세린은 이 부족한 샘플로도 연구를 마쳤다. 류소화의 뒤를 이를, 아니 류소화를 뛰어넘을지도 모를 과학자. 깍지 낀 손등에 제 턱을 댄 채,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세린을 바라보는 안규진 소장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깃든다. 세린을 제 밑에 둔 것은 자신에게 천운이었다.

 

그럼 그 동안 매칭률이 낮았던 이유가 이 물질 때문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럼 물질이 없는 지금 이 매칭률이 두 사람의 최종 매칭률인가?”


세린이 고개를 저으며 화면을 전환 시켰다. “최소 78%입니다.” 세린이 띄운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던 안규진 소장이 중얼거렸고, 세린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뒤적거리던 안규진 소장이 지 현을 입에 올렸다.

 

지 현이라는 가이드와의 최종 매칭률이 얼마였지.”

“88%입니다.”

두 사람은 그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 같나, 이세린.”

 

톡톡. 안규진 소장이 손끝으로 현과 솔의 안정화 능력 비교 그래프를 두드린다. 88%를 기록한 현의 안정화 능력은 솔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안규진 소장의 물음에 세린이 생각에 잠긴다. 세린 역시 가진 의문이었다. 더욱이 안정화를 흡수하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의심은 깊어졌다. 분명 현에게도 <무언갈> 했을 것이다.


-

 

, 시현아.”

어머, 계셨네요? 회의 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제 막 가려고.”

 

소화가 서류를 살짝 들어 보인다. 없는 줄 알고 노크 없이 들어 와 조금 민망한 시현이 택배 상자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홍콩에서 보낸 택배입니다.”

, 그거 내가 하던 프로젝트 샘플들일거야. 폐기 된 거기는 한데 아쉬워서 보내달라고 했거든.”

 

소화가 상자에서 보랏빛 액체가 담긴 바이알 병을 들어 보인다. “색이 예뻐요.” 시현이 감탄하자 소화가 굉장히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완성됐으면 더 예뻤을 거야.”

여기서 다시 진행하시면 되지 않아요?”

모르겠네. 연구 자료도 없고, 샘플도 이거뿐이라. , 늦겠다. 정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문만 잘 닫고 나가줘.”

 

소화가 먼저 연구실을 나간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시현은 상자 안에 든 서류들을 소화의 책상 한 쪽에 올려놓았다. 그 색이 예쁜 보랏빛 액체가 든 바이알 병을 쥔 시현이 책상 주변을 살피다 소화의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액자 앞에 내려놓는 것으로 정리를 마쳤다.


**

 

다음 날, 세린이 지호와 솔 두 사람의 매칭률 테스트 기록을 들고 소화를 찾았다. 지호와 솔의 기록과 다른 센티넬과 가이드들의 기록을 비교하던 소화가 물었다.

 

한 솔 가이드, 다른 센티넬들과의 매칭률 최근 기록이 누락됐네?”

? , 그게

 

이미 지호와 솔의 매칭을 마음먹은 세린이라 솔이 안정화 능력을 되찾은 이후 다른 센티넬과 매칭률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었다. 누락이 아니라 진행하지 않았다는 세린의 보고에 소화의 눈빛이 조금 싸늘해졌다.

 

어째서? 설마 이세린 선임이 규정을 잊은 건 아닐 테고.”

 

매칭이 되지 않은 센티넬과 가이드들은 -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한 달에 한 번씩 매칭률 테스트를 하는 것이 규정이었다. 세린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현재 가장 높은 매칭률을 보이는 솔과 지호에게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지만, 소화는 고개를 저었다.

 

이세린 선임.”

, 부소장님.”

나도 윤지호 센티넬에게 가이드가 빨리 매칭 되길 바라. 하지만, 규정까지 어기면서 그러고 싶지는 않아.”

죄송합니다.”

 

소화의 질책에 세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다시 만나길 기다렸던 소화였지만, 지금만큼은 지호와 솔이 매칭 된 이후에 돌아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일부터 매칭률 테스트 진행하고 보고하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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