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지호가 눈을 뜬다. 분명 어제 밤, 솔과 통화를 하다가 누군가의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왜 침대에서 눈을 떴을까솔과 다시 통화를 한 기억도 나지 않아 휴대폰을 찾던 중.

 

“!!!!”

 

지호의 눈이 커지더니 천천히 손목으로 시선을 옮긴다. 있어서는 안 될 문양.

 

"뭐야, ."

"내가 묻고 싶은 거야. 뭐야. 지금."

 

지호가 바로 세린에게 달려갔다. 세린 역시 지호의 손목에 자리 잡은 문양에 경악했다. 세린이 바로 그레이든에게 항의했지만 그레이든은 현의 단독 행동이라며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

 

[그게 무슨 말이죠?! 어떻게 동의도 없이 각인을!!]

[우리도 유감이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이 단독으로 행동한 것인데.]

 

분노로 충혈 된 눈으로 현을 노려보는 지호. 현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각인이 제대로 된 듯 현과 함께 있는 지금, 이 방에 모인 그 누구의 생각도 들리지 않았다.

하하핫!!” 지호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윤지호는 한 솔의 것이었다. 이건 처음으로 <고요>를 경험했을 때부터 정한 지호의 결심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겨 버리다니.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웃던 지호가 현의 멱살을 잡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 일이 끝나면넌 내가 죽여줄게."

"윤지호!!"

"선임님! 새로운 정보입니다."

 

정보요원이 세린을 찾아 왔다가 숨 막히는 분위기에 굳어버린다. 그 틈을 타 그레이든이 현을 데리고 나갔고, 세린은 머리 좀 식히라며 지호를 내보냈다. 그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된 요원이 세린에게 다가와 미국 쪽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것을 보고한다. 최악의 타이밍. 세린이 이마를 짚는다.

 

**

 

"궁금한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각인두 번째 방식은 뭐죠?"

 

꼬박 날을 새운 솔이 싸늘하게 물었다. 갑자기 각인에 대한 질문을? 인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기관을 통한 방식에 대해 설명하려하자 솔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들었어요. 주사 어쩌고 한다면서요. 다른 방식은 뭐죠?"

그게"

"뭐냐구요!"

 

눈물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는 솔에게, 인혁이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성관계입니다.”

 

!”

 

인혁의 대답에 코웃음을 치는 솔의 볼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

 

한 솔군. 일정이 변경 되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

현지 시각 13시에 출발할 예정이니 준비해 놓으세요.”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인혁은 자신의 할 말만 하곤 나가버린다. 솔이 목격한 것을 모르는 지호가 부탁한 것이었다. 짐 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솔이 어떻게 하면 인혁의 감시를 피해 지호에게 갈 수 있을 지만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이 착각일 수도 있다. 인혁은 그 방이 지호의 방이라고 했지만, 인혁이 잘 못 안 걸 수도 있다.

 

안 되겠다.”

 

창 밖 너머 마당엔 후발 요원들을 이송할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후방 요원들이 필요한 듯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몇몇이 떠드는 말로 곧 그 트럭이 출발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몰래 그 트럭에 올라타 마구잡이로 실린 짐 뒤에 몸을 숨겼다. 자신을 배려하는 인혁이니까 아마 출발 직전에나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런 인혁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

 

한국 가서 방안을 찾자. 지금은부탁할게, 지호야.”

 

세린의 부탁에도 굳은 얼굴의 지호는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린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발뺌하던 그레이든이 순간 지었던 미소, 세린은 현이 단독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것 같았다. 이러려고 가만히 있었던 것일까. 너구리새끼가. 담배 필터가 꼭 그레이든인 것처럼 세린이 잘근잘근 씹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각인을 풀 것이다.

 

-알파 격납고, 베타 호위.

-라져 댓.

-감마 위층 먼저 자리 잡아. 델타 호위.

-라져 댓.

 

명령을 받은 요원들이 움직였지만 텅 빈 공항 격납고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분명 이 곳엔 수많은 센티넬들이 와 있을 것이다. 저격수로 이루어진 베타 팀이 자리를 잡곤 조준경으로 곳곳을 살폈다. 은밀하게 진입한 팀들과 달리 격납고 안으로 들어 선 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곤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하, 하고 짧게 웃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큰 작전에 방어조치도 취하지 않은 애송이를 투입시키다니. 지호가 작게 중얼거리며 구석 곳곳에 숨은 적을 조종해 등장하게 만들었다. 지호의 지시대로 등장한 적들을 조준한 호위 팀들은, 조준경에 드러난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운 건 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사람의 기척만 느꼈을 뿐, 그 기척이 어린아이 - 그것도 민간인 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 손에 쥐어 진 총조차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하던 지호의 귓가에 날카로운 세린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함정이야!! 모두 은폐 해!!!

 

그 말을 시발점으로 곳곳에서 공격받기 시작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연준 바로 옆에 큰 균열이 생긴다. “연준아!!!” 다른 센티넬을 상대하던 희수가 놀라 소리쳤고, 잠시 흐트러졌던 방어막이 다시 견고해진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이지만 연준의 뜀박질엔 망설임이 없었다. 연준이 뒤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한 희수가 자신에게 향하는 공격을 피하곤 위쪽으로 뛰어오르며 양 손에 얼음 검을 만들어냈다.

 

"씨발."

 

지호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온다. 역시나, 정신을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그 아이들뿐이라 그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정신 조종을 할 수 없었다. 지호는 계속 정신 조종을 시도하면서 제게 달려드는 미국 요원의 발차기를 피했다. 피함과 동시에 쏜 총알이 저 너머 요원의 허벅지를 맞췄다. 무너지는 인형人形을 저격수가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던 중, 갑자기 무전이 어지러워졌다.

 

-베타! 베타! 갑작스러운 공격! 위치상으론 홍콩 요원들입니다!!

-?? 델타베타 호위 해!

-델타, 둘로 나뉘어 베타 호위합니다.

-감마, 위치 변경합니다.

 

후문을 맡고 있던 베타 팀도 싸움이 시작됐는지 간헐적인 총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린다.

홍콩이 배신을 했다. 지호와의 각인 또한 배신의 하나일까. 무엇을 위한 배신이지. 가장 뒤에서 모든 것을 듣고, 명령하는 세린의 얼굴엔 초조한 기색이 스쳤다. 한국과 홍콩, 미국인 줄 알았던 전투가 삼파전으로 바뀌었다. 아니, 어쩌면 홍콩과 미국이 손을 잡을 것일 수도 있다. 수 년 간 이어진 교류에 안일했던 자신을 욕한 세린이 홍콩 요원들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라며 - 아주 늦은 명령을 했다.

 

"씨발!!!"

 

한국의 주 전력이 지호인 것을 모르는 국가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미국 쪽 센티넬의 대부분이 지호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거기에 홍콩의 배신으로 지호를 엄호해야 할 다른 요원들까지 전투 중이다. 후방 요원들이 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 때까지 지호가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씨발씨발씨발다죽여버릴꺼야감히나한테어떻게이런

 

지호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좆같은 각인 덕분에 아침부터 방금까지 고요했던 귓가에 익숙한 속삭임이 <들렸다>. 한 번 인식을 해서 일까. 속삭임이 점차 커지기 시작해 지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현은 없었다.

 

**

 

격납고에서의 전투를 배경음 삼아 그레이든이 현에게 다가온다. 흥얼흥얼, 마치 자장가 같은 선율을 흥얼거리던 그레이든이 한 쪽 무릎을 굽혀 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 스위티.]

"……"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그레이든이 현 앞에 주사기 하나를 내려놓았고 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약속지켜]

[당연하지. 난 영국 태생이라고. 지금 상태는 어때?]

 

그레이든의 질문에 현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기기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억지는 여기까지였던 듯, 수치들의 변화가 크다. 그 중에서도 제타파 - 센티넬의 능력 측정 전파 -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레이든의 콧노래가 한층 더 커진다.

 

[스위티. 아무 능력도 없는 널 사왔을 때부터 난 이 날만은 기다렸어.]

 

품에서 총을 꺼내 현을 겨눈다.

 

[조만간 솔은 내 것이 되겠지.]

 

방아쇠를 당기는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

 

지호가 함정에 빠져 전투가 시작됐을 때, 솔은 인혁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다. 멍청했다. 자신의 안정화 능력은 저조했을 뿐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바로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워낙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에 인혁은 솔을 데리고 격납고로 향하는 것을 택했다. 완전 무장을 한 요원들 사이에 앉은 솔의 어깨가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 인혁은 지속적으로 격납고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솔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현재 격납고 상황이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발, 이 차량에서 내리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한 음절 끊어 말하는 인혁. 꽤 화가 많이 난 듯해 솔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참 모래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트럭이 점점 속도를 늦췄고, 솔의 귓가엔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놀라 인혁을 바라봤지만 요원들에게 무기와 보호구를 확인하라고 소리치는 인혁은 솔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상황은 더 화급해졌다. 인혁이 멈추라고 소리쳤고, 트럭은 불쾌한 소음을 내면서 급정거를 한다. 요원들은 한 치의 지체도 없이 트럭에서 뛰어내려 격납고로 뛰어갔고, 마지막으로 내리려던 인혁이 트럭에 손을 댔다. 뭔가 노란빛이 보이는 것 같더니 이내 사라져버린다.

 

"웬만한 공격에는 버텨 줄 겁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인혁이 몸을 돌려 격납고로 달렸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솔이 손으로 톡톡톡, 보호막을 쳐보았다.

 

**

 

"?"

""

 

지호와 세린.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외마디가 튀어나온다. 세린은 급격하게 솟구치는 지호의 제타파에, 지호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에.

 

"으아아아아아!!!!"

 

각인이 해제 되었다, 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억지로 막았던 속삭임들이 아귀처럼 지호에게 달려들었다. 총을 쥔 손이 잘게 떨렸고,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어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윤지호!!” 세린이 지호를 불렀지만, 지호의 귀엔 하나 들리지 않았다. 허억, 허억. 거칠고 가쁜 자신의 숨소리가 귀를 가득 채운다. 단전에게 시작되는 열감이 금세 온 몸으로 퍼지고.

 

눈앞이 어두워진다.

언제고 한 번 느껴봤던 감각.

결국, 지호가 자신을 공격하는 반작용을 이기지 못한 채 폭주해버렸다.

 

민현우!! 지 현 가이드 생사여부 확인해!!! 채희수!! 막아!!!”

 

세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현우가 세린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어 놓곤 밖으로 뛰어나갔고, 희수는 지호 주변에 얼음벽을 만들었다. 지호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지호에게서 모두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담긴 얼음벽은 - 지호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쩌엉, 하는 큰 울림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희수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울컥 피를 토했다. “으아앙!!!” 희수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 연준 또한 고통스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 으아아-!!]

[하지 마!! 살려줘!!!]

-모두윤지호 센티넬과 눈을 마주치면안 돼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는 그 틈 사이, 억눌린 세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지호가 폭주하게 되면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지배되어 버리고, 주변 반응으로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 지호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 센티넬 연구소에서도 수 년 간 고작 주변 반응 보호 장치 - 그것도 100% 막지는 못한다. - 밖에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니 미국과 홍콩에선 오죽할까. 물가에 작은 파동이 번지는 것처럼 지호 주변으로 미국과 홍콩 요원들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지호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 싫어제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애원하는 요원이었지만 지호는 가차 없이 요원이 스스로를 쏘게 만들어버렸다.

 

[씨발-!!!]

 

한 센티넬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지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초음속超音速계 인 듯 눈 깜빡할 사이에 지호의 앞에 당도한 센티넬이었지만, 지호는 그저 손을 뻗는 것만으로 센티넬의 움직임을 구속했다.

 

[으윽]

 

관자놀이를 파고드는 지호의 손가락에 센티넬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린다. 일반인도 아닌 센티넬이었다. 하지만 잡힌 센티넬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다 축, 늘어졌다. 두개골이 부서진 센티넬을 내팽개친 지호가 다른 희생양을 고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막아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지호가 만들어 내는 고통 속에서 이성을 찾고자 저마다 입 안을 씹은 요원들이, - 하고 선혈을 뱉으며 지호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작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 인혁이 지호의 어깨에 총을 쏜다. 한 번 휘청거린 지호가 인혁 쪽으로 몸을 돌리려해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달렸다.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됐다. 하지만, 뒤 돈 지호가 걸어가는 방향을 인지 한 인혁이 낭패란 듯 한숨을 내쉬었다. “선임님!!”

 

**

 

"윤지호 목소리인데"

 

격납고에서 총과 전투 소리를 능가하는, 고통에 찬 소리가 들렸다. 솔이 초조한 얼굴로 밖을 내다본다. 나가고 싶지만 인혁의 엄포가 있었기에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밖을 살피던 솔이 결심 한 듯 트럭 문을 넘었다.

 

날 잡는 순간 전부 방어막 씌우고 전투계 센티넬은 공격 퍼부어, 알았어?!”

-그게 무슨!! 안 됩니다!!

그럼 다 죽이겠다는 거야?! 정시현, 윤지호 거리 계속 보고 해.”

-2미터1미터 50


세린은 눈을 감은 채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호를 막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생사 따윈 상관없다. - 하지만 지호에게 정신 지배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 세린의 고함에 요원들이 착실하게 총구를 겨눴지만, 그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정신 지배가 아니라 직접 죽이려는 듯 지척까지 다가온 지호. “머뭇거리면 안 돼!!!” 세린의 악지르는 명령에 서로 짧게 시선을 교환한 인혁과 희수가 타이밍보다 빠르게 - 각자 총을, 얼음 화살을 날렸다.

 

이세린!!”

 

모든 것은 동시에 일어났다. 세린을 향해 손을 뻗던 지호는 희수가 날린 화살을 맞고 뻗던 손을 멈추었고, 그 찰나에 솔이 세린을 낚아채 옆으로 뒹굴었다. 그리고 인혁이 쏜 탄환은 나뒹구는 솔의 펜던트를 맞췄다. 다친 곳은 없는 지 확인 할 새도 없이 솔이 세린을 일으켜 방어막을 치고 있는 요원들 쪽으로 뛰었다. 뒤돌아 바라본 지호는 누군가가 쏜 총알을 맞은 것인지 오른팔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악귀와도 같은 그 모습에 솔이 경악한다.

 

"뭐야, 왜 저래. 윤지호 왜 저래!!!!"

"폭주중이야."

"? 현은? 현이 있었잖아?"

생사가 파악이 안 돼. 지금 쟤를 막을 수 있는 건!! 돌아와, 한 솔!!"

 

이번엔 총알이 지호의 허벅지를 스쳤다. 투둑, 지호에게서 흐른 피가 어느 새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어깨에는 희수가 날린 화살 몇 개가 박혀 있었다. 그 모습에 정신을 놓은 솔이 앞뒤재지 않고 지호에게 달려갔다.

 

윤지호!! 윤지호!!”

 

솔의 고함에 지호가 솔을 바라보았다. 폭주한 센티넬이 주는 공포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죽음이다. 저기 서 있는 건, 윤지호가 아닌 죽음 그 자체였다.

 

솔아! 제발, 솔아!!”

 

하지만 죽음이면 뭐 어떻겠는가. 솔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에게 죽을 자리를 정할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윤지호의 옆이었다. 사실 그건 각인을 염두 해 둔 각오였는데, 여기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솔이 몸을 날려 지호의 등을 껴안았다.

 

**

 

아파살려줘죽기싫어엄마나좀사랑해줘솔아어디있어나는왜이렇게고통받아야하지나도사랑받고싶은데왜아무도날사랑해주지않는거야아파시끄러워닥쳐그만속삭이라고뜨거워아파무서워나좀안아줘솔아미안해나때문에엄마아빠나를사랑했나요세린아미안해모두미안해요모두내잘못입니다아파아파고통스러워그냥이대로---

 

눈앞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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