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파
내가 어릴 때는 마냥 성격이 털털하고 강해보였는데
요 몇 년 많이 여려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싶더니
최근에 미행을 당한다, 도청을 당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시네
사실 약해져간다는 느낌이 왔을 때부터 병은 시작되었던 것 같아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본가에 자주 가질 않아서
10월에 본가에 갔는데, 처음으로 미행당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름대로 이전에 관련된 일을 당한적 있다는 주변 일화를 얘기하길래 그럴 수도 있겠다+조금 과민반응하네 라고 생각하고
엄마한테 직접적으로 연락이 온다거나 접촉하려는 태도 없으면 무시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넘겼어
1년에 두어번 본가에 가는 내가
어쩌다보니 일이 있어서 11월에도 본가에 가게 됐어. 좀 피곤하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잘된 일이었다 싶어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봐 "그냥 신경안쓰고 일상생활하면 괜찮을 것 같다, 걱정하지말라"는 말을 10월이나 11월이나 똑같이 하면서도
본인을 미행하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대상이 확대되고, 차에 GPS를 붙인 것 아닌가하는 망상까지 했더라구(카센터가서 확인도 함)
이 때 바로 병원에 갔어야했는데, 한 번만 더 신호가 오면 가야겠다고 기다린 게 좀 아쉽긴하다
그저께 그냥 다른 일로 통화를 하는데 휴대폰 도청 당하는 것 같았단 얘길하더라
그 와중에도 내가 걱정할까싶어 덤덤한척 "그래서 그냥 은행어플같은거 지우고 옛날폰으로 쓰고있어~" 이러는데 .. 정말 순식간에 심란해졌어
바로 가족들한테 알리고 주변 정신과 전문의 지인한테 조언을 구했어
감정에 취해서 외면하고 회피하지말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고 매시간 매일같이 마음먹고 있는 중이야
지인이 처음 추천해 준 병원은 2주 뒤에나 첫진료가 가능하대서
도움받아 본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내일 바로 진료 가능하도록 예약해뒀어
엄마는 그래도 아직 조금은 내 얘기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답변해
=엄마 많이 불안한가보네. 근데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한거 없잖아
-그래 내가 기간이 길어지고하다보니 예민해지고 약해진 것 같다 괜찮아질거야
근데 가족을 너무 위하는 사람이라 이것도 표면적이었나봐
어제 통화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이성적으로 엄마를 설득하려 하다보니
=엄마 근데 엄마를 그렇게 몇달동안이나 미행하고, 도청까지 할 이유가 사실 없잖아
-그래 그건 아는데 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내가 허무맹랑한 소리 한다고 생각하겠지
덜컥하더라 이러다 가족들까지 안믿고 병원이나 치료 다 거부하겠다 싶어서
초기단계라고 믿고 싶었는데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인걸 직감적으로 알겠더라구
처음에 병원 얘기 꺼냈을 때 수긍하던 엄마가
다른 도시까지 넘어가면서 바로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그래도 어떻게든 설득해서 일단 내일 정신의학과 첫 방문하기로 했는데 나는 멀리 있다보니 직접 가보진 못하구...
혹시 본인이나 가족이 이런 질환을 앓은적 있었던 톨 있다면 치료 진행과정이나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
좋은 얘기만 해달라는건 아니고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됐고 이런 부분이 아쉬었다하는 모든 얘기가 필요한 것 같아
약물치료로 호전되면 좋겠지만, 입원까지 생각하고 있고.. 심각성을 알기에 가족동의입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혹시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는 톨 있으면 부탁할게..
톨아 지금 많이 힘들고 당황스럽겠다.. 아직 진단을 정확히 받은 것은 아니지?
진단 받고, 아마 어머님께서 1~2달은 병동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을거야
우선 정확한 것은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아야 할 거고,
약물치료는 무조건 필요함!!! (******꾸준히 약물치료해야 함******** 매우매우중요함 강조)
나는 비슷한 증상 겪은 엄마랑 아직 같이 사는 중이고, 증상이랑 예후도 다 지켜본 지금 먼저 말하자면
우리 엄마는 새로 취직도 하시고, 동네 아주머니랑 재밌게 잘 지내고 계셔
감사하고 다행히도 꾸준히 치료받아서인지 엄마 잘 지내고 있음!!
울엄마 병명은 양극성 장애였어. 근데 병명은 어떤 큰 카테고리에 속하는거고 정신병은 개인마다 증상이 많이 달라!
톨네 어머님도 병원에서 진단 결과에 맞는 약물치료를 하게 될 거야.
우리 엄마 예시는.. 조증 - 울증 사이클이 있고 조증 심해지면 망상, 환시, 환청 겪어서
본인을 누군가가 미행한다고 생각하고, 본인을 괴롭히는 귀신의 저주에서 벗어나려고 초등학생 자식들 데리고 무전취식 2박 3일도 하고 그랬어
집에서 세미 굿도 하시고;; 귀신 쫓아낸다고 이상한 본인만의 의식 + 행동 + 갑분 폭력적인 행동이나 언행이 있다가도..
울증 시기에는 가만히 우시고 자살충동 오고 이랬었네.
아무튼 울 엄마도 정신증 증상이 있었으니 조금은 비슷한가 싶기도 해서 도움될까 댓글 남겨.
치료 과정은.. 사실 환자는 병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면 병원 안 가려 함 ㅋㅋ...ㅋ.
강제로 입원 치료 했었어;;;
처음 정신증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 강제로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입원시켜서 한 두달동안 폐쇄병동에 있었었어.
그리고 약물은 꾸준히 먹었는데.. 증상이 또 3년 뒤에 발현되더라 (정신증적인 앞에 적어놓은 행동들 또 하기 시작)
그래서 병원 또 갔었고..(이때도 폐쇄병동 1달 좀 안되게 갔던 듯)
마지막으로 크게 터졌던 게 한 6년 뒤에 약 끊어보자고 해서 약 끊었다가 제대로 터졌음
(이때는 1주일 좀 넘게 갔었나 싶다.. 아빠가 자식보고 알아서 케어하라고 그냥 다시 집으로 데려왔던 듯;; 폐쇄병동은 입원 비용이 좀 있던 걸로 기억)
근데 그 이후로 8년 지나가는 지금까지는 엄마도 사회생활하시면서 돈도 벌고,
다른 아주머니들이랑도 가끔 소소하게 놀러다니시고 그랬어. 톨네 어머님도 치료 받고 호전되셨음 좋겠다. 내가 기도해줄게
병이 아무래도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지우는 것 같아서 지켜보는 마음이 더 많이 힘들 수 있는데
그럴때일수록 톨이 톨 자신을 돌보는 데에 집중해야 돼
어머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든 때 톨이 본인 돌보는 것도 잊지마
나는 미성년자 시절이었어서 엄마를 옆에서 돌보는 게 어느정도 가능했는데 (하교하고 집에 붙어서 엄마 돌발행동 막기;;)
톨은 아마 성인일 것 같은데 계속 붙어서 케어하는 게 불가능할거야
어렵겠지만 어머님이 아프신 것과는 별개로 톨의 일상도 잘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