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애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태어난 지 겨우 몇 시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1, 3, 5, 8."

애나의 어머니는 처음에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 역시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 후 신생아는 계속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읊조렸다. 그것도 막 태어난 아이의 입으로, 정확한 발음으로.

"1, 3, 5, 8."

이는 애나의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그 숫자를 받아적자 멈췄다. 이후 애나는 아주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았다.

하루는 그녀의 어머니가 애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계속 말 안 하면 전문가를 찾아갈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애나가 말했다.

"뭐?"

"그냥 말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애나는 언제나 내성적이고 뚱한 상태였지만, 이따금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큰 노력을 들이는 것을 싫어했지만 집안일을 하기는 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있을 때면 정상적인 아이처럼 연기도 했다. "그래야지 질문을 안 하니까요," 애나는 그렇게 말했다.

애나가 7세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그녀가 자물쇠 따는 것을 발견했다. "이래야 기분이 좋아요," 애나가 행동에 대해 대답했다. 그래서 부모는 애나가 계속 자물쇠를 해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어쨌든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애나가 8세가 되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자물쇠를 따는 것처럼 창고 문을 딸 수 있는지 물었다. 애나는 할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도움이 안 되거든요," 라면서.

애나가 9세가 되었을 때, 가족은 오페라 관람을 하러 갔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이었다. 인터미션 때, 애나는 부모를 남겨두고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관람객이 워낙 많은 탓에 아이가 부모의 손을 놓치기기란 참 쉬웠다.

군중을 헤치고 이동한 애나는 무대 뒤 복도로 들어갔다. 감시 탐지기를 피한 애나는 시설 유지 시스템 자물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가 옷에 숨겨뒀던 손전등을 가지고 좁은 공간으로 내려갔다. 이제 때가 됐다.

폭발물은 꽤 제대로 설치된 상태였다. 애나는 설치 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었다. 이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폭발물이 하나하나 독립된 키패드와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서 도움을 받아서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오페라를 늦춰봤자 참극을 잠시 연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공연 중에 사람들을 대피시킨다면 폭발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끝낼지도 모르는 마지막 방법만 남은 상태다.

그래서, 이를 꽉 깨문 애나는 다음 번호를 입력했다: 1, 3, 5, 8.

차라리 다행이었던 것은 폭발이 빠르게, 한 번에 터졌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애나는 터졌다는 느낌도 받을 새 없이 사망했다. 그 건물에 생존자는 없었다.

--------------------

애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태어난 지 겨우 몇 시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1, 3, 5, 9."


출처 https://old.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c5edty/1358
https://blog.naver.com/iamsuekim/221716170199

  • tory_1 2020.02.25 19:52

    헐 성공할 때 까지 무한회귀하는 거구나...

    9.5년에 한 번 0000번 부터 하나씩 하나씩 시험해 보면서ㅠㅠㅠㅠ 세상에ㅠㅠㅠㅠㅠ 세상에ㅠㅠㅠㅠㅠㅠ


    지금까지 최소 1359번 회귀... 중혁이니?

  • tory_2 2020.02.25 20:23
    1톨 중혁이ㅋㅋㅋㅋㅋ근데 진짜 중혁이같네 하나를 이루기위해 몇천번을 회귀한다니ㅜㅜㅜㅜ
  • tory_3 2020.02.25 21: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2/27 14:50:59)
  • tory_4 2020.02.25 21:3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5/01 04:52:34)
  • tory_26 2020.03.02 23:04
    빨리 성공하길 ㅠㅠㅠㅠㅠㅠ 중혀기 생각에 맘 아프다
  • tory_5 2020.02.25 22:35
    아 헐 바보 나는 계속 새로 태어나면서 폭발시킨다는 건줄 알았어ㅜㅜㅜ
    폭발을 막으려고 하는거구나ㅜㅜ
  • tory_6 2020.02.25 23:3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07 13:26:48)
  • tory_7 2020.02.26 02:13
    이번엔 꼭 성공해 애나ㅠ
  • tory_8 2020.02.26 03:43
    아 난 또 애나가 나쁜 천재라 사람들 다 죽이는줄 안쓰러운 어린이였구나ㅠㅠ
  • tory_9 2020.02.26 04:47
    아이고 애기야 ㅠㅠㅠ
  • tory_10 2020.02.26 07:0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01 15:55:33)
  • tory_11 2020.02.26 08:59
    숫자 9553 이런거면 어떡해ㅠㅠ
  • tory_12 2020.02.26 09:01
    아이고 ㅠㅠㅠㅠ 나같으면 미쳐버릴듯 ㅠㅠ
  • tory_13 2020.02.26 09:11

    애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4 2020.02.26 09:39

    첫 번째 생이 궁금하다.... ㅇㅁㅇ 처음엔 그냥 죽고 두 번째엔 거기서 죽는다는 걸 아니까 이것저것 시도해 봤을 거고... 계속 반복하는 과정에서 폭발물을 발견하고 또 이것저것 하다가 0000부터 번호 입력을... 하기 시작했겠지... 으아아

  • tory_15 2020.02.26 10:03

    아.. 정말 너무 맘아파ㅠㅠ 겨우 9년의 삶이 천번단위로 중첩되고 있는거잖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6 2020.02.26 11:05

    애나ㅠㅠㅠㅠ 안타까운 히로인이다

  • tory_17 2020.02.26 11:49

    슬프다ㅠㅠㅠㅠ처음 죽었을때도 겨우 9살이었던거잖아ㅠㅠㅠㅠ

  • tory_18 2020.02.26 12:28

    헐....... 계속 ㅜㅜ..

  • tory_19 2020.02.26 12:42

    폭발물 위치 파악하는 것도 시설유지시스템 자물쇠 따는 것도 익혀야 했을 건데 오페라 늦춰보는 것도 대피시켜보는 것도 다 시도해봤네 ㅠㅠㅠㅠ 최소 1400번 환생했을 듯.......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20 2020.02.26 15:19
    말안했던 것도 숫자를 잊어버릴까봐인가봐...ㅠㅠㅠ
  • tory_21 2020.02.26 18:29
    아이고 애기 ㅠㅠㅜㅜ 정안붙일려고 일부러 가족이랑 쓸데없는 말 안하는거 아냐ㅜㅜㅜㅠ
  • tory_22 2020.02.26 19:32
    일명 Groundhog Day류 이야기구나.. 아니 근데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건 많이 봤어도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건 첨 봐. 넘 가혹한 운명 아니냐ㅠ
  • tory_23 2020.02.27 11:33
    ㅠㅠㅠㅠㅠㅠ겨우 아홉살짜리 어린애에게 너무 가혹하고 잔인해....... 너무 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ㅠ
  • tory_24 2020.02.27 17:25

    해피데스데이야 뭐야... 싫다 ㅠㅠ 애나의 삶이 너무...가혹해

  • tory_25 2020.03.02 17:21
    너무 이기적이지만... 가족 설득해서 그 오페라 안 보면 안 될까... 행복했으면 좋겠어 애기ㅠㅠㅠ
  • tory_27 2020.03.12 16: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2/20 19:05:44)
  • tory_28 2021.06.11 15:30

    헉 ㅠㅠ 너무 슬퍼 ㅠㅠㅠ 

  • tory_29 2023.04.19 11:20
    뭔가 했더니 이런ㅠㅠ 애나 지켜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조경가 정영선의 사계절 이야기 🎬 <땅에 쓰는 시> 힐링 시사회 7 2024.03.29 489
전체 【영화이벤트】 라이언 고슬링 X 에밀리 블런트 🎬 <스턴트맨> 대한민국 최초 시사회 58 2024.03.27 1817
전체 【영화이벤트】 “드림웍스 레전드 시리즈!” 🎬 <쿵푸팬더4> 시사회 72 2024.03.26 1449
전체 【영화이벤트】 웰 컴 투 세포 마을 🎬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시사회 54 2024.03.21 5130
전체 【영화이벤트】 4.3 특별시사회 🎬 <돌들이 말할 때까지> 시사회 12 2024.03.20 4691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56533
공지 꿈글은 오컬트방에서 작성 가능합니다. 2021.02.25 264156
공지 공포방 공지 69 2017.12.18 2793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90 실제경험 토리들 커피 배달 조심해. 3 16:26 173
3089 실제경험 악몽 꾸고 일어나서 몸이 떨리고 힘들어... 2024.03.28 167
3088 질문/잡담 일본관련 사건사고나 괴담 듣기 좋은 채널 있을까? 11 2024.03.21 903
3087 질문/잡담 (찾아줘)대학 도서관 괴담인 것 같은데 기억나는 톨 있니? 6 2024.03.17 1103
3086 공포자료 국내 스레딕 중에 재밌게 읽었던거 11 2024.03.10 2537
3085 실제경험 장례식장 밥 9 2024.03.09 2250
3084 질문/잡담 어제 밤 (3월 6일) 돌비 시참무 들은 토리 있니? 2 2024.03.07 1285
3083 실제경험 한일 혼혈 사촌동생이 말해준 일본 안가는 이유 27 2024.03.05 4034
3082 질문/잡담 (찾아줘) 소꿉친구 장례식에서 웃은 친구 이야기? 8 2024.02.28 2187
3081 실제경험 자취 첫날에 태어나서 처음 가위눌렸던 적 있어 3 2024.02.20 1171
3080 질문/잡담 트라우마나 공포증 있음? 45 2024.02.20 2806
3079 질문/잡담 혹시 글 하나 찾아줄 수 있을까 1 2024.02.20 520
3078 질문/잡담 공포잡담? 혹시 공포 불감즘인 톨 있어? 3 2024.02.20 628
3077 실제경험 귀접 당할뻔한 적 있는데 공포보다는 유머 같은 이야기 19 2024.02.18 2523
3076 공포괴담 개쫄보였는데 괴담 안 무서워진 이유가 18 2024.02.16 4078
3075 공포괴담 신기 있는 친구랑 술 먹는데 웬 아줌마 얘길 하는거야 7 2024.02.16 3607
3074 공포자료 영화관 귀신.jpg 21 2024.02.15 3547
3073 실제경험 주워온 거울은 사용하지 말것 11 2024.02.12 2774
3072 미스테리 난 윤시원 유튜브중 김양님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는데 2 2024.02.12 1461
3071 실제경험 대학생때 친구가 싸패임 19 2024.02.12 4418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155
/ 155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