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녹음 2장 사이에 새 앨범 1장, 그것도 전부 트랙 꽉꽉 채워서 쉴새없이 발매하고
올투웰 10분 버전이며 3시간 반짜리 에라스 투어까지 1년을 돌면서도
할리우드에서 제일 경계해야 하는 이미지 과소비의 타격은 1도 없고
오히려 끊임없는 노출로 계속 신기원 쓰는 중이니
이번 앨범도 자기 재능 과시하듯 31곡이나 꽉꽉 채운 거 이해는 함
음악적 영감이 넘치고, 그걸 뒷받침할 재능과 역량도 되고, work ethic까지 갖췄으니 뭐
보여주고 싶은 거 다 보여주고도 남을 만큼 자신만만한 게 당연하니까
근데 내가 볼땐 이번 앨범이 테일러 이미지 과소비의 정점이 될 거 같은 느낌
팬들은 31곡이 아니라 310곡이라도 그저 황송할 따름이지만
캐주얼한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이미 피로하고 접근성 떨어진다는 말 엄청 도는 중이고
제아무리 테일러라 해도 (이번 앨범만큼 트랙 많은) 다른 앨범들 작업 병행하면서
31트랙짜리 슈퍼 정규 내놓은 이상 일정한 퀄리티 유지하기 어려울 텐데
노래 많은 만큼 이번엔 필러도 많아 보이고... 퀄리티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듯
보통 가수들 정규 하나 작업할 때 최종 수록되는 곡 * 3배에서 10배까지 작업하고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앨범 내는 건데
무려 31곡씩 수록하다 보면 그냥 볼트에 남겨야 할 퀄리티의 곡들까지 분명 최종 컷에 들었겠지
또 이 정도로 체급 큰 앨범을 만들면서 협업한 프로듀서는 또 제한적인 데다가
잭 앤토노프랑 에런 데스너 둘 다 최근 앨범들에서 질리도록 협업한 사람들이라...
테일러 입장에선 공장 수준으로 노래 찍어내려면 편한 협업자들과 작업하는 게 당연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지루하고 피로할 수밖에
그냥 트랙 절반 아래로 확 쳐내고, 주어 애매하게끔 조랑 매티와의 결별 경험 오가면서 서술한
간결한 결별 앨범이었으면 훨씬 반응 좋았을 텐데 (나도 아직 31곡 다 익히진 못해서 이상적인 트랙리스트 추리진 못하겠지만)
이번 앨범은 확실히 이도저도 아니게 중구난방 과유불급 느낌이야
미드나잇 때 느꼈던 과욕이 이번엔 두어 걸음 더 나아가서 미스가 나온 거 같음
그리고 늘 앨범 버전 여러 개 내왔지만 이번엔 특히 바이널 별로 보너스트랙 하나씩 다르게 넣기까지 했는데
팬덤 사이에선 이러다 예약 주문하는 거 의미 없는 거 아니냐는 말 소소하게 나왔거든 (늘 디럭스 나오니까)
근데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앨범 여러 번 사게 만드는 이런 물량 공세도 슬슬 피로해질 수밖에
어차피 이번 앨범 이후로 렢-셀타 재녹음 & 에라스 투어 마칠 때까진 새 앨범 안 나올 거긴 한데
테일러는 시류를 잘 읽는 영리한 아티스트이니까
다음 앨범은 지금까지 정규 중에서 제일 분량 짧게 한 10곡 정도로 확 추려내서
cohesive한 주제와 색다른 사운드를 탐험했으면 좋겠음...
에라스 투어 & 재발매 끝나면 테일러 커리어에 방점 찍고 새 앨범으로 새 장을 열어야 하는데
그 앨범도 이런 식으로 스밍 기록 의식해서 20~30곡 쏟아내면 좋은 평가 받기 힘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