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거주

예전에 독일 거주톨이 정성스럽게 올려 준 글을 보고 감동 받았어. 그래서 오늘 출장에서 돌아 오자마자 샤워도 안 하고 글을 올려봄ㅋㅋㅋ 참고로 이 글은 프랑스의 이웃나라인 독일에 거주하는 (그) 독일톨에게 헌정하는 글임. 그 독일톨이 잘 지내는지 염려가 되고 궁금하기도 해. 다른 인생과 다른 생각을 하며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같은 한국사람이라서 그런지 서로 느끼는 게 비슷한 것 같아서 말이야. 톨아, 어디에 있든지 몸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래!!


난 이제 파리거주 만 3년정도밖에 안 되서 프랑스를 어중간하게 아는 정도니까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래. 


예전에 미국, 스위스, 영국에 있었는데 만족도가 제일 높았던 건 미국>스위스=프랑스>영국. 미국은 가족이랑 같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놀라운 건 처음에는 프랑스가 리스트 중에 맨꼴찌였거든. 그런데 2년차를 넘기니까 프랑스의 장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더라구. 그래서 난 프랑스의 장점 위주로 써볼게.


1. 인종차별의 측면, 지극히 개인적인

'그나마' 백인 나라 치고 인종차별의 색채가 옅다는 점. 믿거나 말거나지만 내가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왔던 15년 전에 유럽에서 가장 친절을 느꼈던 나라가 바로 프랑스, 그것도 파리였어. 그 뒤로 출장으로 2-3번 더 와봤고 가족여행도 왔으나 매번 대친절해서 우리가족들 대만족. 우리아빠가 소매치기 당해서 길바닥에서 난리난리 피웠는데 길 가던 프랑스 행인들이 우리랑 같이 경찰서 가주고 우리 가족을 위해 호텔로 돌아 가는 택시까지 잡아 줌.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 보니 아빠 지갑은 호텔방에 있었다는 대반전...... 좌우간 이게 11년 전 샹젤리제 거리에서 있었던 일이야 ㅎㅎ 박사과정 중에 만난 프랑스 동기들도 다 좋았고 은근 잘 챙겨줘서 되게 놀랐어. 어쩌면 이런 경험들이 나를 프랑스로 이끈 것 같아. 확실히 다른 유러피안에 비해 프렌치들이 상호평등과 존중의식이 높음. 단, 이러한 의식들의 실천 여부는 미지수. 개인차 높음.


1-1. 인종차별이 정말 없을까?

너무나 개인적인 경험이고 일반화 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프랑스에도 당연히 인종차별은 있어. 작년에 내 중국, 태국인 친구들이 파리에 관광 왔다가 인종차별 제대로 경험했거든.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여기 프랑스가 외적인 것에 엄청 민감함. 패션감각 마이너스인 엔지니어들이 우루루 떼지어 다니다가 여기 불한당들한테 언어폭력과 위협을 당했음. 더 어이 없는 건 그 불한당 패거리들도 중동계였대. 그렇다면 백인들은 인종차별을 안 하는 천사들인가? 글쎄, 여기도 미국처럼 백인들은 대놓고 인종차별 안 해. 하지만 보이지 않게 하지, 아주 은근하게. 특히 중산층 이상은 확실히 달라. 이방인을 달가워 하지 않아. 자기들만의 울타리가 아주 견고하지. 하지만 내가 원하면 그 울타리에 끼어들 수도 있고 그들도 나름 이방인을 반기려는 노력이라는 걸 해. 그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프랑스야. 하지만 영미독일북유럽은 글쎄, 난 아닌 것 같아. 나도 미국에 꽤 오래 살았고 사실 그런 것들에 진저리가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때가 많았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런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이건 어쩌면 나랑 같이 일 하는 사람들이 의식수준이 높고 나를 존중해줘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해줬으면 좋겠어. 단, 우리 대학원 동문 프랑스 아저씨가 예전에 나한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 "XX선 전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는데 전철 안에 유러피안은 나밖에 없었더라 ㅎㅎ (자기빼고 다 유색인종이라는 뜻)" 이 정도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프랑스 인종차별의 최고 수위야. 


2. 미식의 나라, 한국인의 눈에는?

스위스랑 영국에 비하면 확실히 치즈와 와인, 해산물의 종류가 다양해. 하지만 한식과 채식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그래. 프랑스는 빵이랑 소스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내 입맛엔 그냥 서양음식 ㅎㅎ 하지만 디저트 종류는 인정. 타유럽 디저트에 비해 크게 달지 않고 종류가 다양해서 프랑스 케익이랑 과자 먹는 낙이 꽤 커. 치즈랑 와인, 버터 좋아하는 사람은 프랑스가 천국일거야. 내가 프랑스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음식에 있어. 한국인들이 먹는 걸 되게 중시하고 심지어 집착까지 하잖아. 여기 프랑스인들도 비슷해. 이탈리안이나 코리안만큼은 아니지만 프렌치들 또한 먹는 거에 진심인 민족이야. 하지만 음식 가격이 꽤 비쌈. 영국보다 장바구니 물가도 비싼 편인데 그 이유는 프랑스 음식 재료의 품질이 영국보다 좋아서라고 함. 영국 어쩔........


3. 물가와 임금, 반비례 관계

물가는 높고 임금은 낮음.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세금이 높기로 유명한데 샐러리까지 낮아서 정말 평범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어찌 보면 비참할 정도로. 그런데 이건 유럽 어느 국가를 가도 마찬가지일걸. 유럽에는 미국이랑 한국처럼 세금이 낮은 나라가 별로 없으니까. 스위스가 조금 낮은 편일거야. 다행히 저소득층한테는 주택지원금과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있지만 그거 타먹으려면 악명 높은 프랑스 행정관청에 몇달 혹은 몇년에 걸쳐서 신청해야 해. 그래야 겨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의 똑똑하고 집이 좀 살만한 자재들은 영미권으로 유학을 많이 가서 프랑스에 영영 안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 알지? 런던을 제2의 파리라고 하는 거. 그만큼 런던에 프랑스인들이 많아. 왜냐고? 왜긴. 다 돈 벌려고 간 거지. 자국 임금이 너무 낮으니까 런던 가서 영어도 익히고 돈도 벌려고 외노자로 가는 것. 흑흑. 내 생각에 아주 프랑스인 최저소득계층은 프랑스에서 사는 게 제일 좋을거야. 학비, 의료비 무상지원에 주택보조금도 상당 부분 지원해주거든.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 사는 건 어떨지 모르겠네. 일단 프랑스어가 외국어로서 수요가 많은 언어도 아니라서 배워봤자 큰 효용이 없어. 두번째로, 물가 높고 세금도 높지만 임금은 낮은 나라에서 어떻게 저축을 하고 미래를 설계할 건지 도저히 답이 안 나와. 여기도 물론 고액연봉자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영미 유학파들이거나 프랑스 내의 최고 그랑제꼴 나온 사람들이야. 그런 거 생각하면 교육으로 인해 파생되는 불평등의 속성은 한국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4. 엘리트주의, 뼛속 깊은

영국의 옥스브리지, 미국의 아이비리그 못지 않게 프랑스의 그랑제꼴도 서양에서 엘리트주의를 상징하는 교육기관 중 하나야. 그랑제꼴의 학비가 영미권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입학이 우리나라 명문대 가는 것 못지않게 힘들어서 그랑제꼴 (프랑스 top 3) 가려는 애들은 어릴때부터 과외받고 학원 다니고 새벽까지 공부해. 우리회사가 좀 큰 회사라서 그런지 대부분 그랑제꼴 나온 사람들이 많아. 평범한 프랑스 공립학교 나온 사람을 딱 한명 봤데 그 친구마저 미국에서 석박하고 왔다는 점. 참고로 여긴 대학교 순위별로 신입사원 초봉도 달라..... 구글이나 유튜브 검색하면 진위여부를 알 수 있을 것임.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한국교육제도가 더 불평등하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 


5. 프랑스인의 사랑, 다수가 하는

이건 내가 별로 경험이 많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이 주제는 1번과 연결지어서 설명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난 처음에 프랑스문화를 전혀 몰랐는데 스위스에서 공부할 때 나를 이성으로서 동성으로서 사랑해 준 친구들은 다 프렌치들이었어. 내가 눈치가 없어서 몰랐을 뿐이지 이 사람들은 정말 사랑에 빠지면 인종따윈 중요치 않구나 싶더라. 내가 경험한 프렌치 남자들은 은근 소심한데 한번 빠지면 불구덩이에라도 들어가는 용기와 대범함이 있는 것 같았어. 나한테 몇번이나 데이트 신청을 한 프랑스 남자애가 있었는데 난 그 친구가 그저 그랬거든. 그래서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했더니 그 친구가 굉장히 실의에 빠져서 내가 스위스를 떠날 때까지 연락을 안 하더라고 ㅎㅎ 역시 일관성 있는 소심함이야 ㅋㅋㅋㅋ 그런데 그 소심남도 초반엔 내 관심을 끌려고 시를 써서 보내고, 그림 그려주고 (박물관에 걸려 있는 명작 수준이었음), 노래까지 녹음해서 파일로 줘서 놀랐어.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나를 더 정떨어지게 만들었지. 난 내가 관심 없는 사람이 나한테 그러는 거 딱 질색이거든ㅋㅋㅋㅋ 그 다음에 잠깐 썸 탔던 프랑스인 친구는 내가 처음에 되게 마음에 들어 했는데, 알면 알수록 집착을 부려서 막판엔 떼어 내느라 너무 고생했어.... 동양인 여자라고 날 너무 만만하게 본 건지 내가 만나는 친구들 다 알려고 하고 보고하게 만들어서 질려버림. 보통 서양인들은 연락에 집착 잘 안 하는데 그 인간은 그렇게 집착을 했어. 이 프렌치는 그 중에서도 완전 찰거머리여서 겨우 끊어냈음ㅠㅠ 헤어지고 난 뒤에도 계속 관음하고 스토킹 비슷한 거 해서 랩실 동기들이랑 교수들이 내 걱정파티. 오죽하면 같은 프랑스인 친구들이 이 친구 설득해서 나 괴롭히지 말라고 함. 심지어 우리교수가 너 자꾸 이러면 추천서 못 써준다고 협박도 하고. 그런데 이 인간이 어떻게 내가 파리로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내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내가 어디 사는지까지 물어 봤대. 대환장. 결국 그 인간때문에 링크드인 비공개로 해놓음ㅡㅡ 


5-1. 프랑스인의 사랑, 소수가 하는

그 다음엔 동성친구와의 해프닝. 우리가 공대생이다 보니 여자여자한 애들 정말 드물고 나도 단벌신사만 면했지 맨날 청바지에 후디 입고 다녔거든 ㅋㅋㅋ 특히 박사 마지막 1년때는 피크 찍었지 ㅋㅋㅋ 좌우간 그 무렵 알게 된 내 친구네 랩실 딱 그런 프랑스 여자애가 있어. 공대녀 느낌 안 나는 프렌치 쉬크. 난 30대 초반에 박사를 시작해서 20대 중반 박사들 보면 아주어린 사촌동생들같았거든. 그 프랑스 여자애도 그런 애 중 하나였는데, 그 친구가 한국문화에 관심 많고 삼성제품 좋아해서 그걸 계기로 친해졌어. 그러다가 내가 그 친구 고장난 스마트폰, 랩탑, 헤드폰 따위를 고쳐 주다가 (나 사실 맥가이버임) 친해졌어. 그때까지만 해도 동생 느낌이었지. 그런데 그 친구 자동차 고장났을 때 내가 2달 걸려서 고쳐준 적이 있거든. 그 일로 그 친구가 고맙다며 크리스마스 때 프랑스 자기네 본가 가서 쉬다 오자는 거야. 글쎄, 그 친구랑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연말에 혼자 있는 것도 좀 그래서 숙소는 따로 예약하고 난생 처음 프랑스 소도시에 가봤어. 연말의 프랑스는 정말 예뻤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누군가 내 손을 잡고 프랑스억양이 가득한 영어로 고백 비스무리한 걸 해서 23일날 밤 띠용했지 ㅋㅋㅋ 역시나 엔지니어톨인 나는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해가 안 된다고 직설적으로 물어봤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문자 그대로 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ㅋㅋㅋ 솔직하게 난 잘 모르겠다고 말한 다음에 대강 얼버무렸어. 그 친구도 당황한 나를 보고 놀랐고 그 뒤로는 그냥 어물쩡하게 지나갔어. 그런데 애가 은근 담백하고 진중해서 지금까지 계속 친구로 지내고 있어. 스킨십 한번도 없었고 이렇다 할 로맨틱한 사건도 없었지만, 왠지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 친구도 지역은 다르지만 프랑스에 있어서 가끔 보기는 하는데 서로 조심하는 부분이 꽤 있어. 난 여기서 얼마전까지 대만인 남친을 사겼고 그 친구도 작년까지 동성친구랑 한집에서 살았지만 서로의 연애에 둘 다 입 다물고 있었던 거 보면 서로 굉장히 의식을 하는 것 같긴 해. 분명한 것은, 나는 이 일을 통해서 내가 완전한 이성애자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나는 평소에 규범적인 테두리를 좋아하고 특히 연애할 때는 인종차별을 굉장히 하는 편인데 (서양인 안 좋아함ㅋㅋ) 유럽인 중에서도 프랑스인들이 이런 틀에 되게 얽매이지 않는 것 같아서 놀랍기도 하고 그들의 용기가 부럽더라. 그냥 사랑 하나에 목숨 거는 민족들 같음.


6. 프랑스인의 결혼, 그럼에도 사랑

그렇다면 프랑스인들의 결혼은 어떨까. 사랑에 목숨 거는 민족들이 하는 결혼과 그 실상은? 내가 가진 표본이 많이 없어서 통계 내기 어렵지만, 프랑스도 다른 서양 선진국과 비슷하게 결혼비율은 낮고 사실혼관계가 많아. 하지만 그 중에도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내 생각엔 사회적 지위가 좀 있는 계급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 아니면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거나 서로 미친 듯이 사랑을 하거나. 어떤 경우가 됐든 프로포즈를 받은 프랑스 여자들은 매우 뿌듯해 하고 기뻐하지. 워낙 결혼율이 낮은 나라인데다 남자들이 결혼을 기피하다 보니 프로포즈 받은 여자들이 득의양양할 수밖에. 프랑스 포함 유럽은 워낙 어릴 때부터 연애하고 동거를 해서 그런지 내 주변은 30대 초반만 되도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사회진출 시기가 빠르고, 출산, 육아가 빨라서 그런 것 같아. 그러나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한 결혼도 파국을 맞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서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야. 동양인들은 애들 불쌍해서, 내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 양가 가족들 생각해서 이혼하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여기는 서로 정 떨어지면 속전속결이야. 나로서는 그 부분이 참 흥미로웠는데, 유럽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젠 이해가 되는 지경. 서로 행복하자고 결혼한 건데 행복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굳이 왜 유지함?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 하지만 너무 맞는 말인 것 ㅋㅋㅋ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처 받은 동양계 여자들이 꽤 있는 걸로 알아. 연애할 때는 세상 사랑꾼이었던 장 미쉘이 이젠 사랑이 식었다고 이혼하자니. 이게 무슨 일?? 그럼 나는 다시 내 고국으로 가야 하는 거임?? 너 뭐야?? 앞으로 내 인생은 뭐가 되는 거야?? 라고 보통의 동양여자들이 생각하지. 하지만 프랑스 포함 유럽에서는 여자들이 이혼한 것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없고 터부도 아니거든. 그런데 이혼에 관한 동서양의 정서적 차이가 너무 크니까 결국 상처 받는 건 동양여성들이지. 혹시라도 국제결혼을 염두에 둔 한국여성들은 이런 차이점을 반드시 알고 했으면 좋겠어. 내 체감상 이혼은 미국보다 유럽이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아. 그리고 프랑스도 결혼을 할 때는 서로 비슷한 환경과 교육수준을 가진 사람들끼리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사실 유럽은 대놓고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오히려 격차 나는 결혼 (K 드라마 단골소재) 을 하면 그거야말로 영화감이고 그런 결혼은 보통 십수년 사실혼을 거쳐서 하기때문에 실제 결혼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엄청 걸려. 


7. 프랑스 여자처럼 살기, 정말 좋기만 할까?

타유럽처럼 프랑스 또한 남녀평등에 굉장히 예민해. 더구나 프랑스여자 드센 건 전세계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난 여기 살면서 느낀 것이, 미국보다 유럽 여성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더 살기 힘들다는 거야. 여기는 데이트를 해도 남자가 당연히 더 내야 하는 문화가 거의 없고, 경제력 부분에서도 남자한테 의존하는 걸 안 좋게 보거든. 그러니 어찌 됐든 내 인생 내가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심지어 부부간에도)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반면 미국이나 아시아는 성공한 남자에 대한 전형이 있잖아. 내가 그래서 유럽남자를 안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열심히 돈 버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유럽 남자들은 남자가 아닌 것 같아ㅠㅠ 책임감과 끈기가 미국이나 아시안들에 비해 너무 적다 보니 연애대상이 아닌 그냥 남동생쯤으로 보게 되더라. 남자가 너무 마초같은 모습도 싫지만 유럽남자들처럼 적당히 얹혀 가려는 것도 별로라서 말이야. 그리고 여기 남자들 바람을 워낙 많이 피워서 (여자들도 많이 피지만 압도적으로 남자가 많이 핌) 프랑스 여자들이 더 세진 것도 있대. 그렇게 별로인 남자들은 제대로 된 사랑을 못 하고 산 사람들이겠지만, 그런 남자라도 사랑해주는 여자가 있는 게 현실이니까 그만큼 상처 받는 프랑스여자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큰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랑스 여자들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좀 짠할 때가 있어. 


8. 결론

어찌 어찌 흘러 온 프랑스이고 처음에는 이 나라를 경멸을 했으나 지금은 체념반 이해반 하고 살아. 하지만 확실한 건 여기 살면서 한국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됐고, 프랑스의 장점도 정말 많이 알게 됐다는 거야. 적어도 내 나라보다는 피부색과 가진 것으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 노약자에게 관대할 것, 노동자의 권리, 소수와 약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것, 지나친 상업/자본주의를 경계하는 태도 등은 자본주의가 심한 한국과 미국에서 자란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음. 마지막으로, 내가 패션과 화장품은 잘 모르지만 나같은 사람이 봐도 프랑스 사람들은 멋쟁이고, 평범한 것도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 같아. 내가 언제까지 이 나라에 살지 모르지만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은 최대한 맛있는 빵 많이 먹고 예쁜 공원 많이 다니려고. 이상 끝. 

  • tory_1 2024.04.25 06:29
    프랑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글 써 줘서 잘 읽었어! 고마워 토리야~
  • tory_2 2024.04.25 06:54
    평범한 것도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말에 정말 공감해! 아직 2년차인 나는 프랑스가 싫은 마음과 그럼에도 좋은 마음이 반반인데 좋은 마음을 가진 이유가 저거거든ㅋㅋ 뭘 해도, 뭘 입어도, 어떻게 꾸며도 프랑스만의 멋진 분위기가 살아. 프렌치 감성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 같아.
  • W 2024.04.25 17:48

    프랑스 톨이구나! 반가워. 4년째 살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봤어. 이 나라의 단점이 정말 무수하게 많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맛있는 빵과 이쁜 공원원만 생각하자야. 그 이상 생각하면 이 나라에서 살 수가 없다 ㅋㅋㅋㅋ 톨도 맛있는 디저트와 빵 많이 먹고 프랑스 생활 잘 이겨내길 ㅎㅎ

  • tory_3 2024.04.25 06:54
    우와 재밌다 ㅎㅎㅎ 글 잘 쓴다 술술 읽었어 역시 평등의 나라라 해도 그랑제꼴 입시....이런건 다 똑같구나
  • tory_4 2024.04.25 07:01
    정성들여써줘서 고마워 토리야👍
    해외거주에 항상 로망이 있는 토리인데 톨들의 글 보면서 대리만족하고있어!
  • tory_5 2024.04.25 07:04
    아 너무너무 재밌다!!!
  • tory_6 2024.04.25 07:37
    재밌다 역시 매력적인 나라
  • tory_7 2024.04.25 08:25
    정성글 재밌게 읽었어! 다음에 또 글쓰면 꼭 삐삐 쳐주기야!!
  • tory_8 2024.04.25 09:39
    유럽이 대놓고 계급사회라는건 영국만 해당되는건줄 알았는데 프랑스도..? 글 정독하면서 놀랍네!
    프랑스 단점중에 임금 짜다는 건 다른 국제커플 브이로그랑 블로그봐도 나오는 말이던데 공통적인 단점인 듯ㅠㅋ 글 잘봤어 토리야!
  • tory_9 2024.04.25 09:44
    프랑스 얘기 흥미롭다 ㅎㅎ 정성글 고마워 ㅎㅎ
  • tory_30 2024.05.02 18:04

    22 

  • tory_10 2024.04.25 10:46

    넘 재밌다 모르는 것도 많이 알게 되네 ㅎㅎ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들 들려줘서 고맙고 토리의 프랑스 생활에 행복만 있기를 바랄게!

  • tory_11 2024.04.25 11:05
    톨이 사랑하는 프랑스의 모습이 뭔지 알겠어
    고학력 직종인가? 경험한 인종차별 강도가 낮은것 같아서 부럽다
    20대부터 10년 거주하다 한국 들어왔는데
    난 그들이 말하는 똘레랑스만큼 내로남불이 없다고 생각해
  • W 2024.04.25 18:14
    사실 그 문제들도 쓸까 했는데 장점 위주로 쓰다 보니 내로남불을 놓쳐버렸네. 나는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고, 프랑스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어서 프랑스인들과 접촉을 잘 안 하고 살거든. 나이가 들다 보니 같은 동양인들끼리 지내는 게 더 편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고 싶어서 현지인들과는 교류를 안 하는 편이야. 겨우 직장만 다니는데 우리회사가 외국회사다 보니 프랑스인 절반, 외국인 절반이거든. 그렇다 보니 현지 프랑스인들과는 형식적으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친한 프랑스 친구들랑 이웃들 몇명 있는데 그들을 보고 내가 프랑스의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것 같아. 내가 올린 글을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프랑스견문록 ㅎㅎ 하지만 주변에서 프랑스에 학을 떼고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내 친한 프랑스 친구들도 프랑스 사람들 너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라고 질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 유럽 내에서도 프렌치들을 별종취급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난 그저 이방인의 입장으로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니까 그들과 직접적으로 겪은 안 좋은 에피소드는 없어. 이러지러 잘 피해 다녔지 ㅎㅎ 다만 프랑스인들이 영어권 백인들에 비해 인종차별을 덜 하는 것 같고 존중해주는 시늉이라도 해서 그 점은 좋게 보고 있어. 주변에서 듣다 보면 왜곡된 톨레랑스의 폐단도 있는 것 같고 빈부차, 학력차, 인종갈등도 많은 것 같지만 난 언젠가 떠날 사람이니까 크게 관심을 안 갖게 되더라. 이런 포지션이 외국인의 장점이랄까?ㅋㅋㅋ 하지만 한국처럼 전체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정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 없고 그냥 쿨하게 넘어가는 태도는 마음에 들어. 사실 이건 프랑스인들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무심한 것 같기도 해. 어찌 됐든 동양인들에 비해 타인에 대해 덜 비난적이고 거리를 두는 그런 모습이 나쁘지 않더라고. 매사에 남의 일에 관심 많은 나라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타인의 일에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 걸 보고 괜찮다 싶었어. 가족, 연인, 친구간에도 구분이 명확해서 조금 냉정하다 싶기도 한데 이건 서양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남탓하면서 내 인생을 비관하는 것보다 서로간에 조금 거리를 두더라도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사는 게 더 나은 것 같거든. 철저하게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동양인인 내 눈에는 저렇게 사는 방식도 있구나 하고 그냥 구경하고 있어 ㅎㅎ
  • tory_12 2024.04.25 11:31
    프랑스 진짜 흥미롭다, 대학교별로 임금에 차등을 준다는 것도 놀랍고! 글 올려줘서 고마워, 재밌게 잘 읽었어
  • tory_13 2024.04.25 11:35

    넘 재미있는 이야기 올려줘서 고마워. 흥미롭게 읽었어~~

    난 파리에 "사는" 동양인 하고 파리에 "방문한" 동양인에 대한 대우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어. 옷차림이나 미감, 말씨에서 이 사람이 파리에 사는 이너써클이란 느낌이 들면 그들도 잘 해주는데, 반대로 외지인 티가 난다면 약간의, 그러나 가차 없는 푸대접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은 ㅎㅎㅎㅎ 그래서 그런가, 잘 차려 입는 만큼 아웃풋이 보장되는 도시가 파리인 것 같아. 단 이건 우리나라 사람 기준으로 잘 차려 입는 거 ㄴㄴ 비싼 아이템 ㄴㄴ 진짜 멋있는 느낌으로! 길에 다니는 사람들도 어쩜 그리 이쁘게 잘 입고 다니는지 눈이 재밌는 도시야. 남자들도 칼라풀/댄디하게 엄청 재밌게 입음.

    그리고 파리 사람들하고 파리에 살지 않는 다른 프랑스 지역 사람들도 굉장히 성향이 다른 것 같아. 파리지앵 세상 깍쟁이라고 싫어라 하는 이야기듣고 있으면 또 너무 재밌고.. 웃겨 

  • tory_14 2024.04.25 12:13
    파리 비싼 레스토랑 가니까 여자는 가격 없는 메뉴판 주던데 데이트를 해도 남자가 당연히 더 내야 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고 적은거 신기하다
  • tory_15 2024.04.25 15:10

    재밌게 잘 봤어! 건강하고!

  • tory_16 2024.04.25 15:20
    마초적인 모습 없다는 거 공감가는 게…. 난 미국톨이라 프랑스톨들보다는 아무래도 모집단의 수가 적긴한데…. 그래도 가정 이룬 미국남자들은 내 가족은 내가 provide하고 지켜야 할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면이 있고 능력되면 아내의 집안까지 부양하는 경우도 왕왕 봄….. 근데 유럽남자들은 그런면이 전혀 없다시피하더라고..? 그나마 작은 도시나 시골출신인 애들은 좀 그런거같던데 큰 도시애들은 10년 넘게 동거하면서 그냥 아내급인 여친이 있어도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애들을 본 기억이 없음. 물론 틀린 말은 아니긴한데 내심 존나 의리없는 새끼들이네 라는 맘이 들긴했음….근데 이런 애들중 프랑스남 비율이 제일 높았음 ㅋㅋ 그리고 commit하기는 싫어하면서 또 은근 여지를 주고 플러팅 던짐… 반대로 외모는 유럽애들이 넘사로 잘 꾸미고 미국애들은 말잇못……………… ㅜ
  • W 2024.04.25 18:24

    그렇지. 미국은 미국문화가 따로 있지. 같이 살려면 어느 정도 commit 을 해야지 ㅋㅋㅋㅋ 난 개인적으로 미국문화에 더 잘 맞는다고 느꼈고 아직도 미국문화 좋아해. 그런데 유럽에 살다 보니 내가 그동안 너무 미국사대주의로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무조건 돈 많이 벌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남들 보기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 내 인생 과업은 달성한 거다라고. 그런데 유럽, 특히 프랑스에 살다 보니 종교, 인종갈등, 테크놀로지, 젠더이슈, 전통적 가족의 개념, 환경문제, 자본주의 등 굉장히 다각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더라구. 특히 남녀성역할 같은 건 미국이 되게 보수적이잖아. 유럽에서는 너무나도 성평등을 중시하는 나머지 남자들도 더 이상 전통적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ㅋㅋㅋ 이런 건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더라. 특히 여기는 이혼가정, 사실혼 파탄난 가정이 너무 많아서 외국인인 내 눈에도 애들의 정신건강이 걱정스러울 정도야. 때로는 자유와 평등의 결과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환멸이 들어. 보수적인 내 눈엔 왜 다들 저렇게 막 사는 것처럼 보이지 싶고 ㅎㅎ

  • tory_23 2024.04.27 21:21
    @W

    미국이랑은 또 다르구나 신기하다

  • tory_18 2024.04.25 19:38
    프랑스라고는 바게뜨밖에 몰랐는데 ㅎㅎ 재밌게 넘 잘읽었어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19 2024.04.25 21:10
    재밌게 잘읽었어~~ 고마워 톨‘
  • tory_20 2024.04.26 18:03

    넘 재밌다 잘읽었어 고마워 톨아~~!

  • tory_21 2024.04.27 18:44
    프랑스에 관한 잡지 한 편 보는줄 알았어 글 너무 잘 쓴다 잘 읽었어! 글 써줘서 고마워
  • tory_22 2024.04.27 19:58
    프랑스 백인들이 대놓고 인종차별을 안 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네 난 대학만 프랑스에서 다녔는데 온갖 인종차별을 다 당해서 ㅎㅎ… 물론 학교 안에서는 은근한 차별 외에는 느낀 적 없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많았음 하지만 밖에서는 지나가면 욕하고 소리 지르기, 따라와서 욕하기, 니하오 칭챙총은 그냥 500미터마다 들음, 안녕 중국년 소리 듣기,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문 내리고 욕하고 가기, 투명인간 취급하기 등등… 많은 일이 있었지 물론 다 백인이었음 내가 사는 지역은 유색인종이 진짜 적었거든
  • tory_24 2024.04.28 05:37
    재밌다 잘읽었어 토리야 고마워
  • tory_25 2024.04.28 08:21
    오 잘 읽었어 토리야!
  • tory_26 2024.04.28 15:19
    너무 재밌다!! 글 써줘서 고마워
  • tory_27 2024.04.30 18:22
    독일톨에 이어 프랑스톨 등장! 해외톨들 이야기 정말 흥미로워. 건강하게 맛있는 빵 많이 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내길 응원할게!!
  • tory_28 2024.05.01 07:24
    토리 글 너무 재미있어서 정독했어 경험 들려줘서 고마워
  • tory_29 2024.05.01 09:39
    잘 읽었어 어디에 있든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
  • tory_31 2024.05.04 02:40
    톨 덕분에 프랑스살이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커졌음 거마웡
  • tory_32 2024.05.04 15:33
    비회원은 12시간 이내에 작성된 댓글은 열람할 수 없습니다.
    49분 후에 댓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