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마지막 결말은 좀 절망적이라는 스포 밟아서 괜찮았음 ㅇㅇ


감독이 남자 흉내만 낸다고 해서 가부장제를 전복시키진 못한다는 메시지는 참 좋더라.

우테나가 남자처럼 안시를 지켜주는 게 옳다고 믿고 다른 듀얼리스트랑 싸우고 이겨왔을때는 안시가 마음을 안열었잖아.
그런데 우테나가 자기를 위해 엉망진창이 되면서 손을 뻗어주고, 자기 오만에 대해 미안하다 말하면서 우니까 그때 마음 열린 것도 좋아.


감독이 말하려던 건 가부장제를 전복하려면 다른 여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한 걸 바탕으로, 서로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연대해야 된다는 걸로 받아들임.

그래서 우테나가 세계를 바꾸는 거엔 실패하고 안시 대신 백만개의 검을 맞아 사라졌지만, 안시는 변화했잖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원하는 걸 하기 위해 자기 의지를 갖고 학원밖으로 나가는 게 정말 감동이었음.
원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점점 커져나가잖아. 안시 1명이 변화했다는 건 다른 1명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그 1명에서 점점 퍼져나가겠지.

그래서 결말에서 그런부분은 참 잘 와닿았고 좋았음.




반대로 안 와닿은 건 왕자님.

한국 가부장제가 서구나 일본 가부장제랑 달라서 그런지 왕자님에 목매다는 건 좀 피부에 와닿지 않았음.
한국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공주처럼 가만히 있어야하는 게 아니라 남성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자길 갈아넣어야 함. 노예처럼 남자를 떠받들어야지, 공주처럼 가만히 있으면 뭐 남자를 어떻게 고생시킬 수 있냐며 욕하잖음. 여자의 자기 의지는 물론이고 여자의 욕구 자체를 인정 안해서 여성 스스로가 남자한테 뭘 바라면 죄악이라 하고 개념녀 프레임을 씌우잖아.

반대로 서구와 일본 가부장제는 여자의 욕구는 인정해도 자기 의지는 인정 안함. 디오스 때도 공주들이 나 좀 구해달라 그러잖아. 공주가 "나 스스로 지킬 힘을 원해!" 이건 안 받아들여지지만, "왕자님 저를 지켜주세요!" 이거는 가능하단 거지.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보단, 인형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거임.


이렇게 한국은 여자들이 남자한테 뭘 바라면 안되지만, 서구나 일본은 여자들이 남자한테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같음.
그러니까 가부장제를 유지하기 위해 여자들을 길들이는 당근이 왕자님인데, 그런 존재가 한국 가부장제에는 없다보니 좀 나한텐 멀리 있는 얘기처럼 느껴졌음.

그리고 그래선지 여기 나오는 남캐들이 죄다 나는 안시 너를 위해 싸우겠어! 이러는데, 가만 보면 당사자 안시의 의견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순을 꼬집더라.


그리고 갑자기 남캐들 뜬금포로 옷을 마구 벗어제낄때 너무 당황스러우면서 웃겼음 ㅋㅋㅋㅋ 의미없는 여캐 서비스신 비판하려고 넣은 것 같은데 나 아키오가 자기 가슴 자기 손으로 움켜잡고 쓰다듬을 때 너무 노골적이어서 개터졌잖어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가부장제 차이 때문에 안와닿는 부분이 있긴 했어도, 여기에 담긴 페미니즘 메시지는 지금까지 의미 있다고 생각해
  • tory_1 2020.05.31 21:32
    서비스신 개터졌잖아 당연히 비꼬기100인줄알았는데 나름 여자스탭들의견 반영하고 고심해서 넣은 씬이라는게ㅋㅋㅋㅋㅋㅋㅋㅋ비꼬기 50 서비스50의 이쿠하라 테이스트
    난 우테나의 왕자(디오스)라는 개념은 가부장적인 뜻일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다가오는 완전한 어른= 어른남자의 개념? 이라고 대충 스까봤더니 좀 이해할수 있었음. 특히 키류같은 남자애들이 동경하면서 따르지만 결국 허상이었을 뿐이고..
    어쨌든 우테나가 안시뿐만 아니라 학생회 일동에게 알을 깰 계기를 주고 나간게 좋았어. 여자는 역시 시집이라고 말하는 마지막화의 학생들에게도 언젠가 오오토리 학원을 졸업할 날이 오겠지..갑자기 아련해진다...내가 정말 좋아하는 청춘물이야
  • tory_1 2020.05.31 21:44
    좀 아쉬운게 있다면 여자라는걸 좀 성역화하는듯한 모습인데...남자가 이런 얘기를 해도되나 라고 브레이크거는게 작품안에서도 좀 느껴지고
    같은 성별 얘기다루는 사라잔마이에서 ㄸ꼬 뚫고 난리난거 보니까 사린거 맞았군 싶어서 어느정도 납득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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