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은 내게 가장 밝은 빛이자 가장 어두운 어둠이고
날 가장 행복하게 하지만 나를 세상 불행하게 만든다

내 가장 큰 팬이자 내 가장 큰 안티여
우리가 공들여 만든 탑을 우리 스스로 파괴할 때에도

하지만 그때에도 사랑하자
언제라도 우린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 혹은 믿음으로



나란한 얼굴이라는 엄지용 시인의 시집 중에 시인의 말이야.

얼마 전에 친구와 이태원에 갔다가 독립 서점에서 산 시집이야. 몇 년 전에 이태원 계단장에서 시인분이 파는 시다발 이라는 시집을 사서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시집을 사게 되었는데 시인의 말부터 너무 좋더라고! 토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 올려봐!
아직 다 못 읽어봤지만 좋았던 시 하나 더 써볼게



골목에서


골목길 어딘가 서서 우리도 이런 거구나 생각한 적 있어요
우리 사이에도 골목이 이렇게 많겠구나 그런 생각이요
사람 살아온 길 다 다르고 당신과 나도 걸어온 길 다른데
그런 우리 둘이 만나려 하니 골목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생각이요

불안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럼 우린 어디쯤에서 만나야 하는지 말이예요
당신은 어느 골목을 지나고 있는지
나는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지 마중을 나가야 하는지
그 많은 골목 지나다 우리 엇갈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마음들이 불안해진 적 있어요

그래도 계속 기웃거리면 어디선가 만나긴 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럼 그땐 우리 손을 잡자 말하려고요

사람들은 간절해지면 자기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자고 하려고요
우리 손잡은 모양이 기도하는 모양이 될 거예요

우리는
그걸 같이 믿으며 살자고요
손잡은 마음
그게 우리의 기도가 될 거예요
  • tory_1 2019.06.19 10:52
    톨 덕분에 좋은 시 알아가!! 좋당
  • tory_2 2019.06.19 11:35

    좋다 시 나눔 고마워 좋은 하루 되길 바라

  • tory_3 2019.06.19 22:45
    시너무 좋다 고마워 토리야
  • tory_4 2019.06.20 14:58
    아... 진짜 좋다ㅠㅠㅠㅠ 고마워 톨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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