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가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쯤에 나한테 말실수를 하고, 곧바로 1월 초에 3개월 동안 해외여행을 갔거든?
나는 걔가 한 말에 괴로워하다가 못참고 걔가 여행하고 있는 동안에 메시지 보내서 물어봤어
그 때 그렇게 말한 의도가 뭐냐고. 그래서 걔가 구구절절 설명하고(하지만 굉장히 변명스럽게 들렸음) 곧바로 사과도 했어. 미안하다고.
그런데 나는 이미 그 시점에서 정이 떨어졌다고 그러나? 걔에게 더이상 흥미도 안 생기고... 뭐 그랬음. 내 안에서 마음 정리가 착착 되더라고
3개월 동안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 나는 오히려 걔가 내 인생에서 사라짐으로서 많은 것이 좋아졌어.정신건강 때문에 생기던 생리적인 증상들 (소화불량, 두통 등)이 사라지는 등... 사실 얘가 말실수 하기 전부터 굉장히 나의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편이었어서 그게 힘들었거든.
그렇다고 내가 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냐. 미워하고 싫어할 만큼의 관심이 없어서...
솔직히 직장동료이자 친구여서 회사에서 거의 매일 보고 (같은 부서기는 한데 팀이 다르고 층도 다른 층 씀), 또 동료들끼리 다같이 노는 자리에는 같이 가서 놀 생각도 있음. 다만 일대일로 만나고 싶지는 않을 뿐이고ㅎㅎ 재미가 없을테니
그래서 나는 속으로 '그냥 둥글둥글 두루뭉술하게 지내는 친한 직장 동료 정도가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하고 있는데
얘가 여행 다녀오고 회사에 복귀한 첫 날인지 둘째날에 나한테 직접 사과하면서 '용서해달라'고 하는 거야.
나는 더이상 그 때 일 생각하기 싫어서, 걔한테 '너 이미 나한테 사과했으니까 됐다, 끝난 일이다. 용서하니 마니 그런 말 할 거 없다'고 했음.
그리고 나서 약 한달 정도 지났는데, 걔가 나한테 '너 나랑 괜찮아? 우리 아직도 친구야?' 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당연히 괜찮고 당연히 친구지.' 라고 했는데 걔가 또 용서 운운 하면서 화났으면 자기를 때리라고 장난 섞어서 얘기하는데... 사실 나는 화도 안 나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거든 ㅋㅋ 그렇다고 얘랑 막 척지고 절교하고 그럴 것도 아니고. 애초에 직장 친군데 절교해서 뭐해? ㅋㅋ
그래서 내가 '나 화 안났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고 하니까 걔가 나한테 '너가 나를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 ㅎㅎ
그 말 듣고 또 할 말이 없어서 '뭐라고 말 해야 할지... 난 네가 나한테 이런 말 하면 네가 나한테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져' 라고 대답했음. 그랬더니 걔가 자기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 걸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대.
나는 걔한테 '너가 생각을 너무 깊게 하는듯. 진정하고 넘 걱정하지마. 내가 용서하고 말고 할 일도 아니고~ 자꾸 이렇게 언급할 가치가 있는 대화 주제는 아닌 것 같아. 너가 자꾸 이 이야기를 할 수록 내가 12월에 있었던 일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듯.' 하고 넘겼어.
그리고 오늘 애인을 잠깐 만나서 이 이야기를 했는데 애인이 내가 수동공격적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게 이 애가 나에게 자꾸 다가오고, 캐묻고, 불편하게 하는걸 막는거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나 너랑 거리를 두고 싶다'고 하라는 거야. 그래야 걔가 나한테 안 접근할거라면서. 그리고 그렇게 클로져를 줘야 나중에 설령 우정이 돌아와서 관계가 개선될 때도 대화라고 하나? 어떤 새로운 발판이 생길텐데 만약 클로져 없이 이 직장동료가 긴가민가하고 전전긍긍하다가 흐지부지 멀어지면 나중에 다시 걔를 향한 우정이 생겨도 우리 둘이 친구가 될 일 절대 없을 거라고...
구구절절 애인 말이 다 맞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수고스러울까... 저 직장동료에게 클로져를 주는 것이 참 수고스럽게 느껴진다 ㅠㅠ 그만큼 마음이 많이 떴나 싶고. 이런 대화 할만큼 내가 얘에게 에너지 쏟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해
내일 따로 불러서 이야기 해보긴 할 건데 참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참 친구 관계도 관계라고, 꼭 연인이랑 헤어지는 것 같다ㅎㅎ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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