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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태학. 니가 진짜 인간이냐?"

엄마는 서인이 부부 문제를 대하는 남편을 보고 참담해하며 절망스럽게 묻는다. 니가 인간이냐고. 안됐지만 그렇다. 그게 사람이다. 좋든 싫든 생각의 체계가 하나같이 다 다른 게 사람이고 태학의 사고체계는 그렇게 생겨먹었을 뿐이다. 재인이의 표현처럼 사람은 사고의 체계가 같지 않은 사람과 살아갈 수가 없다. 억지로 살아내야 한다면 엄마가 이혼하든 서인이가 이혼하든 죽고 사는 문제만큼 괴로워진다.


시훈이 이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유명 아나운서의 남편, 방송에 출연하는 성공한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을 놓고 싶지 않아서이고 태학이 기석이에게 집착하고 서인의 이혼을 반대하는 이유도 딸들과 사위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기석이가 정인이를 못 놓는 이유도 자기보다 하급으로 보는 지호에게 패배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 모든 집착 중에 어느 것도 사랑이 이유인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을 쓴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이혼을 해 줄 수는 없는 것이고 동정과 사랑을 구분 못하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 하는 청혼이고 자식의 행복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런 변명들이 그들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진심이라는 점이다. 서인이나 정인이를 붙들고 그들이 치졸한 변명들을 내뱉을 때 그 애절한 표정들을 보면 정말 진정성이 넘친다. 실상은 자기 패배를 덮으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타인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것인데도 죄책감 대신 사명감을 갖고 그들 스스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혹은 구원자라는 인식을 갖는다. 심지어 정의 구현이라도 하는 듯 그들끼리 연대도 한다. 기석이와 태학이 만나 결혼을 의논하는 술자리는 화나는 건 둘째치고 멍청해 보이기까지 했다. 모두 잘못된 사고체계가 만드는 어이없는 풍경이다.


그나마 기석이를 조금 동정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이사장이라는 왜곡된 사고체계의 뿌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자식이라는 건 원래 부모의 잘못된 사고체계 앞에서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어 있다. 서인이는 그렇게 당했다가 이제야 바로잡으려는 것이고 기석이는 완전히 동화된 경우다. 재인이와 정인이가 아버지와 달리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외국 경험과 책 그리고 엄마로부터 나왔을 거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이사장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건 매한가지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4년간의 외면도, 아들의 사생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뒷조사도, 그 사진들을 아들에게 보내는 잔인함까지, 모두 핑계는 사랑이다. 아버지의 사고체계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는 기석이는 사진들을 보고 아버지에게 분노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더 잘 보이려 정인이에게 청혼하러 달려간다. 칭찬받고 싶은 거다. 아빠. 나 잘하고 있지?


진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자식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엄마는 서인이가 맞았다는 걸 알고 분노하고 아파하고 택도 없이 부족하지만 내 새끼 때린 놈을 똑같이 때려준다. 엄마가 꽃으로도 때리지 않을 내 자식의 상처를 위로하는 법은 두 가지다. 음식과 꽃. 자식의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어머니의 현명한 선택이다. 일단 어머니는 아픔과 눈물과 정성으로 만든 맛난 음식들을 만들어 냉장고 가득가득 채워 놓는다. 그리고 거실, 침대 집안 잘 보이는 곳에 꽃을 놓아둔다. 그저 정인이가 엄마와 만나는 장면을 위한 배경으로만 쓰인 줄 알았던 엄마의 칼리그라피 수업 설정은 또 이렇게 꼼꼼하게 활용된다. 어머니는 오랜 시간 배워온 예쁜 글씨로 자식의 힘든 선택에 대해 딸이 어머니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절대적인 지지를 표현한다. 넌 이미 훌륭한 엄마야.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 앞에 딸은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진짜 부모라면 그저 자식이 건강하게 옆에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어야 정상이다. 태학에게 경멸 어린 시선으로 무시당하고는 지호는 마음이 안 좋을 때마다 늘 그랬듯이 또 아들을 보러 간다. 좁은 침대에서 아들과 마주 보고 잠이 든다. 곱게 잠든 여섯살짜리 아들 얼굴은 아빠가 밖에서 무슨 일을 겪었든 편안히 잠재울 수 있는 힘이 된다. 그게 진짜 부모의 사랑이다.


영국은 마음이라는 건 확신하는 게 아니다, 변하는 것이니 단정 짓지 말라고 정인이에게 충고한다. 그 말은 결혼을 반대해 달라는 정인의 부탁에 대한 칼 같은 거절이기도 했지만 일정 부분 사람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했다. 정인이도 그걸 알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그 말을 쉽사리 밀어내지 못하고 되뇌어 보게 된다. 태학도, 기석이도 일면 헛돼 보이기까지 하는 노력들을 계속하는 건 상황을 바꾸면 마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영국은 기석이에게 압박용으로 사진을 보내고 기석이는 청혼을 한다. 태학은 결혼식 날을 못 박으려고 한다. 하지만 지호와 정인이는 상황을 바꿔 보겠다고 뻘짓하는 남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 단단해진 사랑으로 달콤한 밤을 함께 보낸다.


이사장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도 한다. 정인이도 허탈하다고 말했듯이 한때 사랑했던 기석이를 보고도 화도 안 날 정도로 무심해질 만큼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뀌는 마음에 비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건 사람의 사고 체계다. 다시 말해, 마음은 변해도 사람은 잘 안 변한다. 어린 시절이 아니라면 거의 바뀌지 않는 사람의 사고체계는 상황이 변한다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남들 시선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게 중요한 태학의 사고 체계는 딸이 사위한테 맞았다고 해도 변하지 않고 정인이나 지호보다 자신을 한 단계 위라고 보는 기석이의 사고체계는 지호와 함께 행복해하는 정인이를 봤어도 변하지 않는다. 상황은 변해도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아서 기석이는 여전히 정인이가 지호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결별 통보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청혼까지 감행하고 심지어 그 청혼을 정인이가 받아들였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까지 갖는다. 그러니 세 남자가 제아무리 정인이와 지호를 둘러싼 상황을 바꾼다 한들, 정인이와 지호는 변하지 않는다. 따뜻한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정인이의 사고 체계는 무슨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그대로라서 지호를 계속 사랑할 것이고 정인이와 같은 사고 체계를 가진 지호는 무슨 모욕을 어떻게 당하더라도 그의 마지막이 될 사람, 정인이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https://blog.naver.com/greenearth24
  • tory_1 2019.07.01 19:23
    고마워 톨아 봄밤은 리뷰도 드라마만큼 좋아서 너무 좋아:)
  • tory_2 2019.07.01 20:04
    아, 너무 좋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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