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진혜준 직접 붙는 씬은 없었지만 곱씹을 거리는 풍성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ㅎㅎ
도입부 침대 씬에서 유진한이 혜준이 사진 확대해서 보다가, 총 맞았을 때 회상하고 픽 하고 자조적으로 웃는 장면 있잖아.
그 직후에 티나가 들어와서 준비 됐냐고 묻고 유진한이 대답하며 손을 내밀어서 그걸 티나가 잡아 일으켜주는데...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여기서 약간... 유진한이 혜준이와의 긍정적 관계에 대한 기대를 어딘가 내려놓는 느낌이 들더라. 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포기한다거나, 더이상 안 좋아하겠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 자기가 저지르는 짓이 있고 앞으로도 저지를 짓들이 있잖아.;
대한민국 국민, 그것도 준법정신과 애국심이 투철한 정의감 강한 공무원으로서 혜준이 용납하지 못할 일들.
얘가 아무리 염치 없고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인 놈이라고 하더라도 병원에서의 스카우팅 제안을 포함해 이미 수 차례 거절한 전력을 통해서 혜준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자신이 선택한 노선과는 절대 겹칠 수 없는 평행선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텐데...
그걸 모르는 척 눈 감고 자기 할 일은 할 일대로 다 하고, 돈은 돈대로 챙겨먹으면서, 혜준이와의 관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곤 본인도 딱히 기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혜준에겐 거절 당한 손을 티나랑 잡는다는 건 즉, 자본의 손을 잡았다는 유진한의 선택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인 거겠지.
이전에는 티나의 참견과 간섭에 대해 그저 불쾌해하고 거슬려했으면서, 이번 편에서는 자기 쪽에서 친밀하게 다가선 것도 솔직히 유진한의 캐릭터성에 딱 맞아 보였어. 주체가 티나가 아니라, 선택을 결정한 자기니까 가능한 행동 같았음.
유진한은 다른 사람을 전부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거나 거리를 두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편의와 입장에 따라서' 상대와의 거리를 자기 맘대로 조절하는 인물이니까 말이야. 비지니스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친한 척 다가가는 인물이라는 거.
여기서 포인트는 그 다가서는 거리를 정하고 허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겠지.
그 좋은 증거로, 이번 편에서 티나가 유진한이 허락하지 않은 사적 경계선을 넘으려 들었을 때(붉은 색을 좋아한다며 붉은 보석을 선물하길 종용하는 태도) 명확하게 선을 긋고 넌 내가 마음에 담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명백하게 암시하잖아.
자기 인생에 붉은 색을 허락하는 여자는 단 둘뿐이라고 말하던 이 장면에서 받은 인상이 뭐냐 하면... 아, 얘는 혜준이가 딱히 자길 받아주지 않아도 그냥 앞으로 한평생 그 마음을 담고 살 작정이구나 하는 거였어.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 버무려진 감상이지만!ㅋㅋㅋ
세기의 사랑을 논하기엔 솔직히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도 너무 짧고, 연인은 커녕 썸 비스무레한 것에도 못 미치는 관계였는데... 여기에다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과 신념도 전혀 달라, 인생의 지향점도 달라, 당장 눈 앞의 목표부터도 정반대임.
근데도 엄마를 닮은 것 같고, 자신의 묻혀진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자꾸만 돈이 아닌 사람 자체를 욕망하게 만드는 혜준이를 놓질 못해서 현실적인 성사 가능성이 있건 말건 상관 없이 그냥 계속해서 품고 갈 생각인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이 씬의 고백이 더 애잔하고 애틋하게 들리는 것 같아.ㅠㅠ
진짜 톨이 말대로 어느 정도 내려놓으면서 계속해서 마음에 두고 갈, 정말 첫사랑 느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