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배낭여행에 미친 애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좋아서 자꾸 가냐 물었더니,
비밀을 말하러 가는 거래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번 보고 다시 안 볼 사람들이니까.
뭐 서로가 서로에게 익명이니까.
잘 보일 필요가 없는 거죠.
내 비밀, 내 수치, 내 과오, 내 약점, 내 고통.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는 거래요.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거.
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지금 우리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말하고 싶은 비밀이 있어요.
우리 다시는 얽히지 말자고 했던 것 같은데.
익명인 채로, 서로를 가장 모르는 채로 그냥 지나가자, 우리.
밤에 만난 사이에는 낮이 없어. 밤만 있지.
이거 봐. 또 밤이잖아.
술 취하면 찾고, 하루밤 같이 보내고,
해 뜨면 줄어든 말수로 우린 뭘까 고민하는 거?
그건 20대나 하는 거지.
난 더이상 그런 감정 소모 관심 없어.
그런 관계는 사람을 더 외롭게 하거든.
나도 비밀 하나를 말했으니까,
그 쪽도 비밀 하나를 말해줘요.
서로를 가장 모르고 잘 보일 필요 없는 사람들끼리.
그래야 내가 덜 쑥쓰럽잖아.
/ 박 모건.
내 이름이에요.
난 우리가 서로 익명인 게 싫어요.
이게 오늘 생긴 내 비밀이에요.
/ 난 너 같은 년들이 제일 싫어.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울지도 않고 대들지도 않고!
네 욕망에만 눈 멀어서 제 살 길만 강구하는,
개 같은 새끼들!
왜? 그럼 안돼?
내가 개새끼면 안돼?
내가 욕망에 눈이 멀면 왜 안 되는데?
/ ... 뭐가 널 이렇게 만들었을까.
뭐, 부모님 원수를 갚거나 전남편한테 복수하거나.
그런 이유 기대하는 거야?
내 욕망에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
상상도 못 했겠지만.
근데 네 욕망은 불법이야.
부디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길 바라.
얘가 여기 왜 있어?
너 나 따라다니니?
왜 따라다녀?
내가 그날 잘했니히이?????!!!!!!
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