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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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tvN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우정 작가·신원호 PD 콤비가 도전한 첫 ‘의학 드라마’다. 한 병원에서 일하게 된 20년 지기 의사 5명의 일상과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매회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tvN 제공



이번에 ‘막차리뷰’가 살펴본 콘텐츠는 12%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화제의 드라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입니다. 40대 남성 기자와 30대 여성 기자는 각각 “‘편안함’이 모든 단점을 덮어버린다” “갈등 없는 드라마가 아닌, 갈등을 ‘모른 체’하는 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마음대로 별점’을 매겼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누구의 평에 더 동감하시나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서울대 의과대학 99학번 동기 5명이 나누는 우정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펼쳐간다. tvN 화면 캡처

■‘자기복제’ 비판도 덮어버린 편안함

<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회를 보고나서는 심드렁했다. 주인공은 많았고 이야기는 흩어졌다. 대사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따라가는 데 숨이 찼다. 그 와중에 인물구도는 첫 회만 봐도 결말이 보였다. 이우정 작가·신원호 PD 콤비는 전작인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러브 라인’으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데 공을 들일 것이다.

상황 설정은 또 얼마나 극단적인지. 한 보호자는 아들이 간 이식을 기다리는 와중에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또 간 이식 당일에는 수술을 맡은 의사가 병원으로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어떤 환자는 치료를 잘 받고 가족과 함께 퇴원한 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실려온다. 심지어 그날은 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이다. 제작진은 드라마 배경이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을 하기 위해 배경을 종합병원, 주인공을 의사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제작진의 전작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 심드렁했고, 문제 많은 드라마를 8회까지 한 회도 빠짐없이 보았다. 설정도 그대로고, 극단적인 상황은 계속 반복되는데도 계속 본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처럼 다음회가 너무 궁금하거나,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지 않는데도 보게 된다.

1회부터 다시 ‘복습’한 끝에 그 이유를 찾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세상에서 제일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주요 인물 중에는 악인이 없다. 드라마 배경인 율제병원은 ‘선의’로 가득 차 있는 판타지 공간이다. 악인인 줄 알았던 병원 이사장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싸가지 없는’ 의사도,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던 의사도 다 환자를 위해 ‘위악’을 떨 뿐이다. 그러니 어떤 극단적인 설정이 나와도 마음 졸일 필요없다. 오해는 금방 풀리고, 모두가 최선의 결과물을 받아들 것이다.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집중해서 볼 필요도 없다. 병원 내 최고 소식통인 응급의학과 의사 봉광현의 입을 통해 주인공 5명의 과거사, 진짜 모습을 틈날 때마다 주변 인물들에게(사실은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그냥 마음을 열고, 소파에 누워서 보기만 하면 된다. 때맞춰 흘러나오는 ‘추억의 가요’는 덤이다.

단점이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다. 제작진은 ‘자기복제’를 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편안함’ 하나로 다 덮어버린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슬기로운 의사생활> 8회, ‘얌체’ 동료 때문에 업무 압박에 고통받던 추민하는 “넌 좋은 의사가 될거야”란 양석형의 한 마디에 웃음 짓는다. tvN 화면 캡처

■갈등 ‘모른 체’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물 간 갈등 속에서 서사를 만들어내는 극의 오랜 문법을 ‘대놓고’ 뒤집으며 시작한다. 첫 회, 악당의 클리셰에 갇혀 있던 병원 이사장 등을 구출해 ‘우리 곁의 착한 사람’으로 그려낸 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우리 드라마는 대단한 갈등도, 서사도 없습니다. 대신 능력과 인성에 더해 매력과 개성까지 갖춘, 사랑스러운 인물 구성을 위한 디테일한 설정들로 가득 차 있죠.’

잘 만든 ‘설정집’에 가까운 드라마다. 매회 등장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채송화(전미도)·이익준(조정석)·안정원(유연석)·김준완(정경호)·양석형(김대명) 다섯 주인공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빈 서사를 채우는 것은 시청자 몫이다. 완벽에 가까운 인물들로 가득한, 현실감 넘치는 판타지 세계를 구경하던 시청자는 자연스레 제공된 설정 이상의 것을 상상한다. 예컨대 채송화와 이익준을 ‘맺어주는’ 작은 단서들을 찾아 조합하고 나름의 서사를 짜는 식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남편 찾기’ 광풍을 일으켰던 제작진의 ‘판’ 짜는 솜씨가 이렇게 진화했다.

문제는 이 세계를 빚어낸 재료인 ‘로망’의 낡음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99학번 동기이며, 최고의 실력을 갖춘 40세 전문의가 된 주인공들 설정은 이 드라마가 고학력·전문직·엘리트에 대한 선망과 로망에서 출발한 판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로망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통령·판사·의사 등 각종 엘리트들을 내세웠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면 바로 답이 나온다. 1990년대의 낭만도,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환상도 잊지 못한 X세대. ‘응답하라’부터 제작진이 빚어낸 인물 대부분이 속한 바로 그 세대다.

미처 갱신되지 못한 낡은 로망은 현실의 변화나 문제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8회, ‘얌체’ 동료 때문에 업무 압박에 고통받던 추민하(안은진)는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란 양석형의 한마디에 웃음 짓고, 전세 사기로 방황하던 도재학(정문성) 역시 과장직을 수락해준 김준완의 결단에 감동한다. 이미 기득권인 김준완과 양석형의 ‘의외로 멋진’ 면모를 완성하기 위해, 누군가의 치열한 현실이 소비되고 정리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그저 마음 편한 판타지로 감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군가의 오래된 로망을 위해, 기꺼이 ‘치워지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나 많다. 갈등 없는 드라마란 결국 갈등을 ‘모른 체’하는 드라마가 아닐까. 노동력 착취, 저작권 침해 등 혐의를 받고도 여전히 ‘건재한’ 음악감독의 문제를 살포시 덮어주는, 달콤한 ‘아로하’의 멜로디처럼.

  • tory_1 2020.05.06 13:28
    다 공감가는데 갈등을 모른체했다기보단....전공의들 문제에 왜 개입할수없었고 앞으론 그런일 없게 개입할거라고 했고, 안그래도 사기당한 애가 감봉3개월까지 당하는거 막으려고 과장된건데?
  • tory_2 2020.05.06 16:1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16 13: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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