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강북에서 제일 가난했던 것 같아
어렸을 때 기억나는 건 이사다녔던 거 하고 엄마가 아침마다 끓여주고 나갔던 라면밖에 없어
옷도 꼬질꼬질하고 잘 씻지도 못해서 나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였어
아니다 내가 왕따 시켰지 나도 그런 새끼들 싫었어 내가 왕따 시켰어 재수 없어서
엄마는 악착같이 번 돈으로 고깃집을 시작하셨고
중3때부터는 그래도 대충 싸구려지만 메이커 신발도 철마다 하나씩 사 신을 정도는 됐어
근데 난 여전히 왕따
아 물론 내가 왕따시켰어 난 친구 필요 없거든
축구도 하나도 안 하고 싶었고 친구들이랑 피씨방 가는 것도 하나도 하기 싫었어
혼자가 좋았어
한 명 모자른데 너 할래? 하자 응?
지원이는 반장이었는데 모든 애들이 좋아했어
성격이 너무 좋았거든 난 그날부터 지원이 껌딱지
처음부터 좋았어 처음부터 다, 다 좋았어
우리 친구예요 제일 친한 친구! 저랑 제일 친한 친구예요 맞지?
그러다가 고등학교 올라가고 나도 강남으로 전학 가고
지원이도 아빠 일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가게 됐는데 그래도 한번은, 한번은 꼭 말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메일을 썼어 러브레터
용기내서 이메일을 보냈지 그리고 바로 지웠어
차마, 못 보내겠더라고
(하지만 지원이는 그 잠깐 사이에 확인)
그 뒤로 서로 연락만 하고 지내다가
지원이 다시 한국 들어오고 나 대학교 3학년 때 중학교 동문회에서 다시 만났어
야, 너 오늘 지원이 온다니까 나온거지? 와, 이 새끼 강남 살더니 얼굴 좋아졌다?
지원이 못 올 수도 있어 너 어떡하냐?
나 니들 보러 왔다니까
문자로 어디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네
(한양이랑은 문자 주고 받고 있는 지원이)
야, 유한양 너 똑같은데?
문자로 빨리 오라고 난리치더니, 왜 이래?
야 오랜만이다 진짜, 잘 살았냐?
아까 이 새끼가 뭐랬는지 아냐? 쟤들 아니지? 사귀는 거 아니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미친 새끼들이
한양이가 너만 찾으니까
이 개새끼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오늘 너 나온다니까 이 새끼 오늘 여기 문 열기도 전에 들어와 있었어
물론 아니지, 지원이는 아니겠지 근데 이 새끼는 모른다?
취했네 취했어 이 새끼들 취했어 어?
사실, 난 좀 마음 있어 지원이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마음 있어
(한양이 말 듣고 술 엄청 마시기 시작하는 지원이)
너 많이 마셨지?
카운트다운 한다! 10, 9, 8, 7, 6
갈까?
5, 4, 3, 2, 1, 해피뉴이어!
그리고 지원이가 먼저 고백했어 지원이가 먼저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했어
블딥 안 나온다는게 사실입니까?..................
슬퍼서 달팽이 듣다가 예전에 했던 생각 나서 글 쓴다ㅠㅠㅠㅠㅠ
나 한양이 과거 회상씬들 다 좋아하는데 두개 다 응답 느낌 좀 나지 않니???
시점 가지고 있는 사람(한양)에게 왜 상대방(지원)이어야 하는 지에 관한 장면들 같은?
인기 많던 반장과 혼자 지내던 왕따, 이메일 확인한 순간, 그 메일 보고도 못 본 척 넘어간 것,
전학, 이민, 적어도 5년간 얼굴 못보고 흐른 시간,
신고 한 거 안다 해도 모른척 해주는 것, 약 10개월 동안의 기다림, 반지 등등
둘 설정 사실 클리셰스러운 부분이 꽤 많은데 연기로 튈 만한 부분들 다 누른거 같아
나 지원이 없으면 못 사니까 그것도 처음 봤을 땐
응...? 하다가 엄마 얘기+회상씬들 다 보고 나니까 진심이었구나 싶고ㅋㅋㅋㅋ
오랜만에 좋아하게된 커플인데ㅠㅠ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얘기랑 2상6방이랑 준호!!!!!!! 더 보고 싶었는데 블딥 정말 왜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