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시크릿가든’ 등 히트
시너지 기대감에 주가 상승세
인센티브로 스타PD 유출 막고
규제 벗어나 투자 유치도 도움
성과 미미한 KBS 전철 밟거나
친정 수직계열화 우려도 나와
SBS가 드라마본부를 별도로 분리해 독립시킨다. CJ ENM이 설립한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 후 10월 현재 3조 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공룡’으로 성장한 가운데 그 대항마로 SBS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SBS는 올해 안으로 드라마를 전담하는 회사를 론칭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미 드라마본부 소속 PD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내부 의견 수렴을 마쳤다. SBS 관계자는 “독립된 드라마 스튜디오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통합됐다”며 “무리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연내 출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9월 초까지 1만8000원 초반에 머물던 SBS의 주가는 드라마본부 독립 추진이 가시화된 9월 이후 급상승해 5일 종가 기준 2만1400원. 불과 보름 3주 만에 15%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별에서 온 그대’(사진)와 ‘시크릿가든’ 등 히트작을 냈던 SBS의 드라마본부 분사가 회사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스튜디오드래곤을 견제하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SBS의 이런 결정에는 대내·외 요소가 모두 작용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비 430억 원이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역시 300억 원 이상 제작비가 필요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아사달 연대기’ 등을 제작하며 이병헌, 장동건, 현빈, 송중기 등 한류스타들을 연이어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의 성장으로 광고 수주가 위축된 지상파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제작할 여력이 없다. ‘덩치 싸움’에서 이미 밀리는 셈이다. 그러나 독립 스튜디오를 만들면 지상파를 둘러싼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져 외부 투자 유치 및 협업이 원활해져 판을 키울 수 있다.
내적으로는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소위 ‘대박’ 드라마를 연출한 PD들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지상파를 떠난다. 연봉에만 만족할 수 없어 지난 3년간 지상파에서 퇴사한 드라마 PD의 수만 3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독립 스튜디오에서는 능력 있는 PD들에게 만족할 만한 인센티브를 안기며 유출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
SBS 관계자는 “SBS는 드라마본부의 자회사인 스토리웍스를 통해 이미 독립 스튜디오 운용 노하우를 익혔다”며 “경쟁사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드라마 스튜디오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SBS가 이 스튜디오에서 만든 드라마를 주로 편성하며 수직계열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소 외주 제작사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고, 스튜디오드래곤이 김은숙·박지은과 같은 스타 작가가 속한 회사를 인수했듯 이 스튜디오 역시 중소 제작사들을 끌어안아 결국은 공룡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무작정 성공을 낙관할 수도 없다. KBS는 KBS미디어와 공동 출자해 2016년 독립 스튜디오인 몬스터유니온을 론칭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한국처럼 방송사가 지적재산권(IP)을 독점하는 시장에서 방송사가 제작사를 자회사로 둔다면 기존 중소 제작사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며 “이런 자회사 격 스튜디오를 특수관계자로 생각해 편성 비율을 정하는 등 어느 정도 제재가 있어야 기존 제작사들이 함께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요즘 드라마 시장 돈이 안 돌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