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안은영) 다 보자마자 바로 2회차 보고, 3회차 보는 중 ㅋㅋㅋ(스포有)

드라마나 영화라는 게 보고나면 좋고 나쁘고가 가려지잖아?

가령 장점이 되게 많아.

음악도 좋고 배우도 연기 참 잘하고 연출도 매끄럽고 세련됐고 만듦새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도 

내 취향이 아니면 그냥 보다 끌 수도 있고, 다 보고 끝~ 하고 감상이고 뭐고 없이 여운 1도 없이 끝내기도 하고.

반대로 단점이 많은 경우도 있지.

난 해맑은 작품 좋아하는데 칙칙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기괴한 장면들이 많고, 

벌레 극혐하는데 화면에서 벌레가 꿈틀대고, 

원작을 안 읽었으면 저게 이해가 될까 싶을 정도로 스토리 전개도 불친절하고...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작품 있잖아?

뭔가 끌리잖아?

그게 나한텐 보건교사 안은영이네 ㅋㅋㅋ

그냥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아볼게.

- 제일 신경쓰이는 장면: 문소리가 침 빼고나서 피난 거 손으로 문질러서 옷에 슥- 닦는 장면

-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장면: 완수가 햄볶아 학교에 데려왔다가 잃어버렸던 에피소드 들려주는 장면. 말하는 투부터 칠칠치 못하고 해맑은 완수 캐릭터가 너무 잘 느껴짐.

- 왜 이리 길어야 했나 하는 장면: 초치기로 커닝하는 거. 장면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굳이 이렇게? 

- 보기 힘든 장면: 하나 꼽자면 지형이 농구부에서 괴롭힘 당하는 장면

그리고 나 지금 3회차 보고 있는데 ㅋㅋ 넘기게 되는 장면은 주로 학교에 이상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 뛰어내리려고 옥상에서 막 망 타고 올라가는 장면, 손에 피나는데도... 그리고 학교의 나쁜 기운 때문에 학생들이 조종당하는 그런 모습을 약간 좀비처럼 묘사를 해서...

또 마지막 화에서 학생이고 선생이고 미쳐 돌아가서 막 나쁜 말 쏟아내는 거, 그것도 두 번은 못 보겠어. 그게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도 속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을, 그런 말들이라서 더 비수처럼 꽂히는 것 같아. 

드라마 보고 원작 다시 보니까 홍인표 절룩이는 걸 어떤 애가 따라하면서 조롱하는 장면도 있는데 그건 안 나와서 다행이야. 너무 맴찢일 것 같음 ㅠㅠ

- 마음에 드는 장면: 안은영이 나오는 모든 장면. 정유미가 안은영 그 자체고 모든 인물과의 합이 다 흥미로워.

그 중 특히 홍인표와의 어울림은 정말 좋다. 나 원래 드라마에서 로맨스 진짜 안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는 더더 보고 싶어! 홍인표의 단점은 학생과 헷갈릴 정도로 배우가 너무 어려보인다는 것인데(그나마 한문선생 복장으로 차별점을 두고 있지만), 그래도 역할이 잘 녹아들어서 다행이야.

홍인표가 노잼 인생 살다 안은영이라는 꿀잼을 만나 인생 재미가 생겼다는 얘기에 매우 동의. 사고나기 전에는 운동도 잘하고 부잣집 도련님이라 용돈으로 몰래 바이크 사서 몰고다니까 사고난 거였는데- 몸 만신창이 되어서 군대도 면제받고 다리 절룩거리며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소원이라는 학교 선생 되어가지고 친구도 하나 없고 교사들이랑도 안 어울리고 학교 관리하면서 노잼으로 사는데(덧붙여 드라마에서 보니 수업도 노잼) 갑자기 나타난 안은영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재미있고 반짝반짝하겠어 ㅋㅋ 

원작에서 은영의 집은 꽃무늬로 가득찬 공간인데 휑하니 빈 공간으로 만든 게 재미있더라.

매켄지는 가난하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는 호화로운 레지던스라 장사꾼으로서의 속물적인 느낌이 잘 사는 것 같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몰아놓은 게 학교 회식 장면.

은영이 아름 선생님한테 왜 홍 선생한테 관심이 많냐는 말에 아름이 답하길

왜냐면 홍선생님은 학교를 물려받을 사람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두분한테 너무나 관심이 많지.

에서 처음 볼 때는 '우리'가 당연히 가십을 즐기는 학교 선생님들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안전한 행복!

매켄지 미친놈. 한국말하는 게 제일 웃김ㅋ

사소한 디테일들이- 진짜 저런 교포 출신 외국인 선생님 있을 것 같아 ㅋㅋ

홍선생님 허리춤 잡는 건 뭐야 이 새끼? 했는데 원작 다시 봤더니(옛날에 읽어서 디테일한 건 생각 안 났음) 있는 거더라고ㅋ 그 때는 씨름을 빙자해서 옷 벗겨서;; 단전 통해서 보호막 훔쳐가려는 거였음.

그래서 그 뒤에 은영이 매켄지랑 얘기하면서 '그거 단전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 새끼야' 했던 거ㅋ

은영이 영어 못 알아들어서 눈 땡그랗게 하고 웃고 있는 것도 웃겨 ㅋ

원작에서는 매켄지를 짝사랑하는 왕따 소녀가 나오는데 드라마에선 그 역할이 농구부 지형이로 바뀐 것도 흥미롭더라.

보면 원작에서 남성이었는데 드라마에서 여성이 된 경우가 종종 있는데(어릴적 친구 유령, 럭키) 요긴 반대라서.

맥켄지와 지형이 얘기는 괜찮았던것 같아. 슬램덩크 장면 같은 것도 볼 만하고.

또 원작 읽다보니까 다른 점들이 눈에 띄는데

가령 원작에선 지영이인데 드라마에선 가영이고, 드라마에선 가영이가 벌이는 일이 직접적으로 안 나오고-

일광소독이랑 안전한 행복이라는 단체들이 나오고 이 단체들의 이야기를 아직 숨겨놔서 시즌 2가 되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다.

그 시작은 아마 래디 어머니 얘기겠지?

소설의 여러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엮어서 짬뽕을 해놨는데 그 변주가 재미있어서(소설에선 여러 해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여기선 짧은 기간 안에 압축되어 진행되니) 기대된다.

하나 아쉬운 건 나 오리 에피소드 좋아하는데 그거 빠진 게 아쉬워. 좀 붕 뜬 느낌이라 번외편 같아서 6화에서 압축적으로 이야기 진행하기 위해 뺀 건 이해되지만. 어느날 나타난 오리에 열광하는 학생들 보고 싶단 말야 ㅋㅋ

두서없이 생각나는 거 막 적어봤는데

한줄요약... 난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PS. 옴잡이 마음에 들어...!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에 길쭉길쭉한 친구! 약간 특이한 어투도 너무 잘 어울리고 와구와구 계속 먹는 것도, 옴 톡톡 씹어가며 먹는 것도 귀엽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