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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일이 또 일어났구나, 내가 또 불행할 때가 됐구나.” 전소니는 이 대사가 자신의 배역인 수인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전소니에 따르면 수인은 “자기 처지를 순간 불행하다고 인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주기적인 불행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소니는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수인이 끝내 목숨을 걸고 혈투를 벌이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작품 속 기생생물들이 살아야 할 이유를 끝없이 고민하듯, 전소니 또한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가 끝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고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 <기생수: 더 그레이>엔 배우 전소니의 가장 피폐한 얼굴이 담겼다. 짧은 앞머리와 주근깨 등 캐릭터의 외양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 처음엔 중단발의 레이어드컷 정도를 생각했다. 거칠고 관리가 잘 안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고독한 수인을 계속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이토 준지의 토미에가 떠올라 감독님에게 제안했다. 감독님도 후자가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감독님, 분장팀과 함께 수인과 하이디의 얼굴을 함께 고민해갔다.

-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를 모두 연기했다. 하이디를 표현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 하이디를 연기할 때 좀더 골몰한 표정을 짓고 낮은 톤의 목소리와 분절된 대사 리듬을 사용하는 듯 보인다.

= 하이디는 감정적이지 않다 보니 최대한 인간적 감정을 배제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 하이디를 연기할 땐 눈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가능하면 최소화한 채 초점을 한곳에만 두려 했다. 하이디의 대사가 주로 문어체라 분절된 리듬을 사용해 발화했다. 낮은 톤은 감독님이 원하는 음색이었다.

- 원래 본인의 목소리도 저음 아닌가. 더 낮은 음역을 발굴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감독님도 낮게, 더 낮게 말하길 요구하셨다. 연습을 하니 더 낮은 톤이 나오더라. (웃음) 수인이 밝은 캐릭터였다면 목소리를 통한 대비를 주기 쉬웠을 텐데. 저음역에서 변주를 주는 일이 쉽진 않았다.

- 하이디를 포함해 기생생물들은 단순한 언어를 사용해 발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시지의 핵심을 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연기한 배우 또한 하이디가 요약하는 수인의 심리를 통해 수인을 객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그렇다. 하이디가 이야기하는 속성은 결국 수인이 아니니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인은 평생 스스로를 의지도 없고 끈기도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이디는 편견 없이 수인을 바라봐주고 수인이 싸워갈 수 있도록 이끈다. 그런데 하이디가 볼 때 수인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다. 수인은 살면서 텅 빈 위로만 들었고, 위로를 건네는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도 숱하게 목격했을 것이다. 인간에게 기대가 없는 수인은 오히려 하이디의 메시지에서 힘을 받지 않았을까. 나조차도 하이디가 바라보는 수인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수인도 용기를 얻었길 바란다. 그리고 강우(구교환)가 본인이 해석한 수인과 하이디를 서로에게 들려주지 않나. 사람은 스스로 보고 싶은 부분만 보기 마련인데, 수인도 하이디도 미처 바라보지 못한 시각을 강우가 견지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 VFX의 비중이 큰 작품이다. 현장에서 비가시적인 요소를 염두에 둔 채 액션 연기를 수행하는 과정이 낯설진 않았나.

= 액션 연기를 무척 재밌어한다. 신체 움직임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 작품의 액션은 지금껏 해왔던 것과 아예 달랐다. VFX가 들어가는 영역에 내 움직임이 방해되면 안됐다. 무엇보다 내가 무얼 해도 어색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 액션에 디렉션을 줄 땐 하나도 어색하지 않더라. 심지어 감독님이 가끔 웃기게 시연해도 전혀 우습지 않았다. 그 차이가 무얼까 한참 고민했는데, 감독님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 연기에 부끄러움이 없을 때 태가 잘 나올 수 있었다.

- 수인은 준경(이정현)에게 포박돼 잠시 ‘사냥개’가 된다. 이때 환각 속에서 하이디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다. 두 자아의 대화지만 실상 이 장면은 배우 전소니의 원맨쇼다. 홀로 시퀀스 전체를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외롭진 않았나.

= 정말 외롭고 어려웠다. 남을 치하하거나 내가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연기는 상대에 따라 내 리액션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경험해보는 촬영 기술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온종일 찍었던 것 같다.

- 작품 초반과 후반 수인의 직장이 바뀌는데 둘 다 상점의 계산원인 점이 재밌다.

= 수인이 건강하고 밝은 성격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과 너스레를 떨며 친해지기엔 한계가 있다. 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세계는 아무래도 좁지 않았을까.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일, 그리고 생필품을 사는 상점이 수인이 가장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직장이었을 것이다.

- 시네필 배우로도 유명하다. 어떤 배역을 연구할 때 지금껏 관람한 수많은 작품의 여러 요소가 자동연상되기도 하나.

= 당연하다. 그렇다고 단일한 작품만 가져오진 않는다. 많은 작품으로부터 각 요소를 가져와 배합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영화를 챙겨 보는 것 같다. 최근 <추락의 해부>를 보고 잔드라 휠러 생각을 계속했다. <토니 에드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휠러에게 강하게 매료됐는데, 독일영화를 한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토니 에드만> 이후 이 배우의 행적을 몹시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배우는 특정 분파로 정의할 수 없다고 믿는다. 다들 몸으로도 연기하고 머리로도 연기한다. 대체 잔드라 휠러는 어디로 어떻게 연기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너무 궁금해서 해외 인터뷰도 찾아봤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얼른 개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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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버튼을 누른 줄 알았다. <기생수: 더 그레이> 속 강우(구교환)는 느릿하거나 진중한 기생생물(혹은 인간)들보다 두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거의 세배 빠르게 말한다. 시공간을 빨리 감으며 이야기의 속도를 가속하는 강우는 배우 구교환을 만나며 더욱 생동한다. 강우는 늘 도망자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속사포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기생생물 하이디에 절반이 잠식된 수인(전소니)과 엉겁결에 여정을 함께하면서 강우는 전과 다른 마음으로 내처 달리기 시작한다. 수인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구하기 위해.


- <반도> <괴이>에 이어 연상호 감독이 쓴 작품에 합류했다.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에 계속 마음이 가는 이유는.

=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을 하면 그저 재밌다. 친구와 농담을 나누며 공방 조형 실습을 하는 기분이다. 공방이라기엔 늘 규모가 크지만(웃음)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갈 때 배우로서 경직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현장에서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만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작품을 보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알려졌다시피 감독님은 애니메이션에 창작의 기원을 두신 분이고, 나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다. 또 내가 최근 피규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뉴비라 감독님과 피규어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밸런스가 잘 맞는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자연스럽게 작품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감독님과 이야길 나누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된 이유를 듣게 됐다. <기생수: 더 그레이>의 그림체가 나와 맞아서이다. 감독님이 나를 총애한다기보다는 배우가 지닌 분위기에 따라 캐스팅을 진행하신다고 생각한다.

- 오리지널 만화를 좋아했다고 들었다.

= 내 세대 사람 중 좋아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만화를 볼 당시 기생생물이 외치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기생수: 더 그레이>의 코어 또한 단결 정신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벗어나려 해도 다시 함께일 수밖에 없는 오리지널 만화의 정수가 이번 <기생수: 더 그레이>에도 그대로 유지돼 좋았다.

- <반도> <모가디슈> <길복순> 등 근래 매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중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도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는데.

= 액션이 끝날 때마다 강우가 보이는 마지막 터치가 있다. 강우가 자기 매력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을 취향껏 가미했다. 2화 초반의 오토바이 액션 시퀀스가 특히 그렇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상대 조직원에게 강타를 날린 후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사이에 사소한 동작 하나를 채운다. 그냥 때리고만 가면 쑥스럽지 않나. 강우는 굳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누군가를 해치웠으니 성공의 세리머니라도 한번 보여줘야 하는 성격인 거다.

- 강우는 끝의 끝까지 저항하다 생각을 포기하고 수인과의 여정에 합류한다. 강우를 연기할 때 “상황이 강우를 돌파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에 함몰되지 않도록 저항 정신을 더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 연상호 감독님과 류용재 작가님이 강우를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우선 강우는 본 게 너~무 많다. 자기가 보고 들은 걸 수인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최준경 팀장(이정현)한테도 전해야 한다. 오죽하면 내가 “이걸 언제까지 설명해야 돼”라는 대사를 했겠나. 그런데 끝없이 대사를 해야 하는 게 도망칠 수도 없고 도망쳐도 잡히는 강우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강우는 수인과 함께하기 전까진 도망치듯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그를 더욱 도망 마니아로 만들어간 부분이 있다. 비겁함도 용감함도 중간이 없는 강우는 극이 진행되면서 덜 도망치는 법을 배워간다. 마지막 화에서 강우는 마음으로 내심 아끼던 캐릭터의 죽음을 보며 눈물 흘리다가도 슬퍼할 새 없이 다른 이를 구한다. 바쁘다 바빠! 어떻게 보면 강우는 <기생수: 더 그레이>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사실 딱딱할 수 있는 작품 속 정보를 말로 재밌게 전달하는 역할이 취향에도 맞다. <D. P.> 시리즈의 한호열이 대표적이다. 나 없으면 안 돌아간다. (웃음) 정보성 대사를 최대한 시청자들과 즐기며 나누길 희망한다.

- 말이 많은 강우를 보다 보면 어디까지 이 캐릭터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문어체로 말하는 기생생물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준경 사이에서 내내 편하게 구어체로 말하는 강우가 점차 미덥게 느껴진다. 강우를 통한 이야기의 완급 조절을 염두에 둔 채 연기했나.

= 말의 리듬을 따로 염두에 두고 대사를 뱉진 않았다. 강우는 헐렁한 남자라 발성 혹은 말의 리듬이 묵직할 것 같지 않았다. 강우에게 묵직한 것은 오직 수염뿐이다. 내가 목소리를 갈아 끼울 순 없지만 말의 리듬감은 바꿀 수 있었다. 헐렁한 놈을 만들기 위해 리듬을 만들긴 했다.

-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세계관은 모두가 서로에게 반말을 하는데 아무도 개의치 않는 세상이기도 하다.

=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기 때문에 존비 문화가 없는 세계화의 물결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 (얼마간 정적) 농담… 이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존댓말이 따로 없었다.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세계관에선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 강우는 왜 끝까지 수인을 지켰다고 보나.

= 수인만큼 강우도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다. 강우는 아마 수인에게서 자기 가족의 모습을 봤을 터다. 그래서 수인에게 아주 직접적인 대사를 날린다. “나랑 같이 도망치자!” 강우는 누구보다 애착하는 대상과 떨어지길 꺼리는 남자다. 내가 멜로를 연기할 때도 이런 대사를 해본 적 없는데!

- 강우는 수인과 하이디 중 누굴 더 믿었을까.

= 둘 다. 하지만 하이디의 무공을 믿고 수인의 심성을 믿는 등 분리하진 않았을 것 같다. 강우는 수인에겐 하이디의 메시지를, 하이디에겐 수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디서 들은 이야길 누군가에게 말할 때 단순히 말을 전하려다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내가 변화를 겪을 때가 있지 않나. 강우도 여러 말을 전하다 더는 도망치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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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의 어깨엔 수시로 묵직한 산탄총이 오른다. 총구 끝에 놓인 건 인간을 숙주삼은 기생생물들.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더 그레이’의 타격 팀장 최준경의 일생일대의 목표다. 무자비하게 살생을 저지르는 그가 냉혈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준경의 과거를 알고 나면 기생생물을 몰살하는 것 외엔 관심을 두지 않는 그의 행보가 이해가 간다. “연기 변신은 언제나 어렵다”면서도 배우 이정현은 최준경으로서 극에 녹아들게 된 과정을 상세히 들려주었다.


-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작품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 <반도>로 무대인사를 다닐 무렵 감독님이 <기생수: 더 그레이>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같이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시더라. 원작 만화도, 실사화한 영화도 다 본 상태였기 때문에 연상호 감독님이 이 세계관을 어떻게 구현할지 굉장히 궁금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특히 마지막 부분을 읽은 후엔 소리를 질렀다.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잔뜩 흥분한 채로 감독님에게 ‘이 부분을 나보고 어떻게 연기하라는 거냐’고 연락드렸었다. (웃음)

- 최준경 팀장은 기생생물에 대한 혐오와 살기를 그 누구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 그래서 처음에 캐릭터를 잡을 때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 여자가 정상적으로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그렇게 잃고 반은 미쳐서 게임하듯 기생생물을 죽이고 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평범해 보여선 안됐다. 그래서 외형부터 변화를 줬다. 살면서 커트를 해본 게 처음이다. 머리를 자르지 않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칫하면 최준경이 아닌 이정현처럼 보일 것 같아 과감하게 결심했다. 그리고 준경의 이미지 자체가 워낙 세지 않나. 가죽 장갑을 끼고 항상 산탄총을 들고 다니니까. 촬영 전에 감독님에게 조심스럽게 장문의 문자를 드렸다.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감독님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선호하시는 편인데 다행히 내 의견을 좋아해주셔서 바로 메이크업을 바꿨다.

- 타격 팀장이 된 후로는 외형과 더불어 말투까지 달라진다.

= 준경의 목적은 오로지 기생생물을 박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투도 아주 차갑고 간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액션도 끊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술팀을 따로 만나 몸을 간결하게 움직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

- 앞서 말한 대로 준경에겐 산탄총이 자신의 오른팔과 다름없다. <반도>에서 이미 총기 액션 경험이 있어 이번 촬영이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산탄총 무게가 상당해서 팔근육을 엄청 키워야 했다.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몇 시간씩 이어지기 때문에 총을 들기 전에 아령을 들고 10~20번 팔운동을 한 다음 총을 들고 현장에 임했다. 그렇게 하면 총이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 기생생물과 대적하는 신들이 많은데 CG로 완성될 부분이라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할 때도 있었을 것 같다.

= 그렇다. 그런데 특수효과팀이 기생생물의 더미를 제작해 보여줬고, 또 VFX팀이 현장에 와서 가끔씩 기생생물을 합성한 신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 1화에서 경찰들에게 기생생물에 관해 브리핑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의 연극처럼 그들에게 기생생물의 위험성을 힘주어 전달했다.

= 시청자들과 극 중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생생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 된다는 목적이 뚜렷한 신이라 강의하는 톤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사람들이 그냥 인간처럼 보인다며 별로 두려워하지 않으니 확 돌변하지 않나. 저 사람이 기생생물에 온 신경이 쏠려 있고, 저런 에너지로 기생생물을 없애가고 있구나 하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장면만 4일 동안 찍었다.

- 남편과 함께할 때, 그리고 더 그레이의 팀장이 된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작품에선 그 사이의 시간이 명확하게 그려지진 않는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거나 배우가 따로 생각해본 부분이 있나.

= 그 공백에 관해 깊게 파고들진 않았고 다만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엄청나게 강화했을 거라고는 짐작했다. 기생생물에게 당한 남편을 준경이 울며 쳐다보는 장면,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준경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셨다.

- 준경은 자신의 남편을 ‘사냥개’라고 칭하며 헬멧을 씌워 다른 기생생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모든 여정에 남편을 동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다른 기생생물을 찾기 위함도 있겠지만, 결국 남편을 놓지 못하는 거다. 이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기생생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남편이 형사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안타까움, 그리움, 슬픔, 분노…. 그 모든 게 다 섞인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기생수>의 원작자가 인터뷰에서 준경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기이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캐릭터’라며, 준경이 죽은 남편을 바라보는 신을 <기생수: 더 그레이>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해당 인터뷰를 캡처해서 보내주셔서 ‘감독님, 전 이걸로 됐습니다’라고 답변을 보냈다. (웃음)

- 준경은 자신이 쫓던 수인(전소니)과 강우(구교환)를 결국 “보통 사람”이라고 칭하며 부하들에게 공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강우를 자신의 팀 소속으로 넣어주기까지 한다. ‘공존’이라는 <기생수> 세계관의 주요 메시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로 느껴졌다.

= 그들을 완전히 적으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으로 인식하고 포용하며 결국 내 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내게도 좋게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 수인의 말에 귀 기울일 정도로 기민하고, 겉으론 한없이 차가워 보여도 내면에 따뜻한 심성을 지닌 사람이다.


http://cine21.com/news/view/?mag_id=104832

  • tory_1 2024.04.13 04:01
    오 나도 최준경 팀장이 남편을 못놓아서 사냥개로 데리고 다닌다고 느꼈는데 남편 죽었을때의 감정씬을 원작자가 좋아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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