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1회당 60분, 보통 16회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특성상 극 전체를 이끌어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대본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서사가 개연성을 갖췄을 때나 가능하다. 개연성도, 캐릭터의 초기 설정도 붕괴됐지만 자신이 쓴 대로 시청자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하는 작가의 착각과 고집이 '하이바이, 마마!'를 망작으로 만들었다. 19일 밤 tvN 주말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극본 권혜주·연출 유제원, 이하 '하바마')이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하바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김태희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하바마'는 극초반만 하더라도 차유리가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이를 귀신이 돼 지켜보는 차유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현실 공감을 이끌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극 중 차유리가 49일 환생 미션에 돌입한 뒤 조강화와 재혼한 부인 오민정(고보결)과 얽히기 시작하면서 극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차유리의 환생 미션'이었던 메인 스토리는 어느새 '오민정의 진짜 엄마 되기'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초반 설정이 모두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이 시작됐다. 특히 차유리의 죽음으로 수술실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던 조강화는 알고 보니 차유리가 죽은 병원에서 오민정과 만나 연애결혼을 했다는 설정과 5년 동안 딸 서우(서우진) 옆에 내내 붙어 있었던 차유리가 딸의 딸기 알레르기도 몰랐다는 설정 등은 극의 주인공인 차유리와 조강화의 설정을 붕괴시키면서 서사의 개연성까지 무너졌다. 그렇다고 오민정의 캐릭터를 잘 그려낸 것도 아니다. 극 초반 서우에 대한 애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오히려 서우가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린 아이로 성장한 데에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그려졌던 오민정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서우에 대한 강한 모성애를 지닌 인물이었다는 설정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또한 오민정이 차유리가 강화와 사별한 부인과 닮아서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설정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잇따랐다. 우스개 소리로 작가가 서브 여자 주인공인 오민정에 감정 이입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하바마'는 극 중반부터 주인공인 차유리와 조강화 보다 오민정의 감정선에 치우친 전개 양상을 보였다. 오민정의 감정선마저도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 설정들이 난무했다. 시청자들의 비판 여론에도 '하바마'의 이야기 전개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급기야 차유리가 환생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같은 존재로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시청자들만 '하바마' 전개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연기하는 배우들 조차 "이게 무슨 감정이냐"고 묻는 모습들이 메이킹 영상에 담길 정도로 그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했지만, '하바마' 작가의 고집은 결말까지 계속됐다. 열연을 펼친 배우들과 끝까지 본방사수한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는 저버린 작가의 고집은 '하바마'가 용두사미를 넘어서 '용두사망'이라는 조롱아닌 조롱을 듣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의 대본대로 시청자들이 작품에 공감할 거라는 착각이 낳은 비참한 퇴장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