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어릴때 > 유진한 아버지 집안은 이민 1세대로, 필라델피아에서 꽤나 자리를 잡았다. 그 집안의 문제아가 유진한의 아버지. 어려서 미국으로 왔던 그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집안에 여유가 생기자, 기회만 되면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갔다.
정신 못 차리는 아들을 다잡기 위해 한국에 있는 여자와 결혼을 시켰다. 그가 유진의 어머니. 음대를 다니다 여의치 못해 휴학한 상태로 집에서 하는 세탁소 일을 도왔다. 미국으로 시집을 가면, 중단했던 성학을 공부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덜컥 결혼을 감행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이 멀지 않다는 게 결혼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을 정도다. 결혼 이후 세탁소에서 남편 몫까지 일을 해야 했고, 유진한을 낳은 후에는 유진한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 결혼은 일꾼으로 팔려온 것과 다르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를 전전하던 아버지는 한바탕 금융 사고를 치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삼촌과 고모들은 일방적으로 유진한의 엄마를 피했다. 골치 아픈 군식구라는 인식,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귀찮은 가족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유진한은 어려서부터 세탁소에서 놀았다.
어머니가 부룩클린에서 세탁소 문을 연 이후에도 한동안은 세탁소에서 놀았다. 세탁소 특유의 약품 내음, 걸어놓은 모직 코트의 질감, 실크의 미끄러짐 등등이 유진한이 떠올리는 엄마의 연관 검색어들이다. 고등학교 때, ‘노틀담드 파리’에서 페뷔스 캐스팅 오디션을 통과하고 오던 날,
엄마가 세탁비 16달러 때문에 시비가 붙은 덩치 큰 흑인 남자 손님한테 맞는 것을 보았다. 그 손님을 후련하게 두들겨 팬 이후, 유진한은 꿈을 버렸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버린다는 것은, 유진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다. 강박적으로 뭔가에 열중하는 것은 그 상실감을 매우기 위해서였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와튼스쿨 졸업 후 JP모건으로 들어갔고, JP모건 시절 만든 파생상품으로 글로벌금융위기 때, 평생 놀고먹어도 좋을 만큼 돈을 벌었다.
몸값을 부풀려 바하마로 옮긴 이후에는 부실기업을 사서 구조조정을 한 후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한 대통령이 자살했고, 아이들이 콜레라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해 죽어갔으며, 해고된 멕시코 자동차 공장 사원이 죽어갔다. 어느날, 바하마의 정인은행 매입 작전에 투입된다.
+ 추가
이미 그쪽 고위층과는 얘기가 다 되어 있었고, 섀넌이 맡아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장이 자신을 투입한 데에는, 그쪽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진한은 요청을 한 그쪽의 누군가는,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금융위원장 허재였다.
대한민국의 금융위원장 쯤 되는 사람이 월가 사모펀드에 자국의 은행을 굳이 팔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돈으로 연계된 끈끈한 커넥션.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돈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았다. 허재는 유진한에게 제안했다. 2년 동안 정인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있는 기업들의 부실을 털어내라
불필요한 노조는 과감하게 파괴해라. 2년 후에는 적지 않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벌처펀드 일은 유진한의 주특기였다. 경쟁력이 없는 것은 죽이고, 경쟁력이 있는 것은 판매하고..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유진한이 가장 잘 했던 일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미 금융당국의 실사였다.
정은은행 매입 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실사 대상이 되리라 미처 예상치 못했던, 미 바하마의 실수였다.
그렇다면 실사 대상이 되기 전에 팔고 나가야 했다. 다행히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인은행의 주가는 올랐으며,
경기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웬 만큼의 이익은 실현할 수 있었다. 채이헌을 필두로 한국 정부의 TF팀이 한국 형 토빈세를 도입한다고 했다. 법을 만들기 전에 튀느냐, 법을 만들어 잡히느냐의 게임이었다.
유진한에게는 흥미로운 게임이었고,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왜냐? 거대한 이익을 실현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도 있었다. 뿐 아니라 상대가 채이헌. 이혜준에게 집착하는 남자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신 못 차리는 아들을 다잡기 위해 한국에 있는 여자와 결혼을 시켰다. 그가 유진의 어머니. 음대를 다니다 여의치 못해 휴학한 상태로 집에서 하는 세탁소 일을 도왔다. 미국으로 시집을 가면, 중단했던 성학을 공부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덜컥 결혼을 감행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이 멀지 않다는 게 결혼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을 정도다. 결혼 이후 세탁소에서 남편 몫까지 일을 해야 했고, 유진한을 낳은 후에는 유진한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 결혼은 일꾼으로 팔려온 것과 다르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를 전전하던 아버지는 한바탕 금융 사고를 치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삼촌과 고모들은 일방적으로 유진한의 엄마를 피했다. 골치 아픈 군식구라는 인식,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귀찮은 가족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유진한은 어려서부터 세탁소에서 놀았다.
어머니가 부룩클린에서 세탁소 문을 연 이후에도 한동안은 세탁소에서 놀았다. 세탁소 특유의 약품 내음, 걸어놓은 모직 코트의 질감, 실크의 미끄러짐 등등이 유진한이 떠올리는 엄마의 연관 검색어들이다. 고등학교 때, ‘노틀담드 파리’에서 페뷔스 캐스팅 오디션을 통과하고 오던 날,
엄마가 세탁비 16달러 때문에 시비가 붙은 덩치 큰 흑인 남자 손님한테 맞는 것을 보았다. 그 손님을 후련하게 두들겨 팬 이후, 유진한은 꿈을 버렸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버린다는 것은, 유진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다. 강박적으로 뭔가에 열중하는 것은 그 상실감을 매우기 위해서였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와튼스쿨 졸업 후 JP모건으로 들어갔고, JP모건 시절 만든 파생상품으로 글로벌금융위기 때, 평생 놀고먹어도 좋을 만큼 돈을 벌었다.
몸값을 부풀려 바하마로 옮긴 이후에는 부실기업을 사서 구조조정을 한 후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한 대통령이 자살했고, 아이들이 콜레라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해 죽어갔으며, 해고된 멕시코 자동차 공장 사원이 죽어갔다. 어느날, 바하마의 정인은행 매입 작전에 투입된다.
+ 추가
이미 그쪽 고위층과는 얘기가 다 되어 있었고, 섀넌이 맡아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장이 자신을 투입한 데에는, 그쪽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진한은 요청을 한 그쪽의 누군가는,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금융위원장 허재였다.
대한민국의 금융위원장 쯤 되는 사람이 월가 사모펀드에 자국의 은행을 굳이 팔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돈으로 연계된 끈끈한 커넥션.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돈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았다. 허재는 유진한에게 제안했다. 2년 동안 정인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있는 기업들의 부실을 털어내라
불필요한 노조는 과감하게 파괴해라. 2년 후에는 적지 않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벌처펀드 일은 유진한의 주특기였다. 경쟁력이 없는 것은 죽이고, 경쟁력이 있는 것은 판매하고..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유진한이 가장 잘 했던 일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미 금융당국의 실사였다.
정은은행 매입 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실사 대상이 되리라 미처 예상치 못했던, 미 바하마의 실수였다.
그렇다면 실사 대상이 되기 전에 팔고 나가야 했다. 다행히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인은행의 주가는 올랐으며,
경기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웬 만큼의 이익은 실현할 수 있었다. 채이헌을 필두로 한국 정부의 TF팀이 한국 형 토빈세를 도입한다고 했다. 법을 만들기 전에 튀느냐, 법을 만들어 잡히느냐의 게임이었다.
유진한에게는 흥미로운 게임이었고,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왜냐? 거대한 이익을 실현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도 있었다. 뿐 아니라 상대가 채이헌. 이혜준에게 집착하는 남자였기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