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서유나 기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해 무려 송승헌, 서지혜가 만났는데, 왜 이 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문제는 진부함이다. 극중 김해경(송승헌 분), 우도희(서지혜 분)는 비행기와 레스토랑에서 운명을 빙자해 수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갖는다. 이들은 이 만남을 '운명'이라고 칭하지만, 시청자들에겐 "대한민국이 이렇게 좁아?"라는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실제 드라마 속 김해경은 "저는 아랫집 사람도 한 달 넘게 마주친 적 없다. 이 동네에서 한 달간 걸어도 마주칠 가능성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는데, 이 공식도 이 둘에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잦은 우연이라면 '트루먼 쇼'를 의심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또한 이들은 11, 12회까지 통성명을 하지 않고 썸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첫만남에 '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이름부터 밝히는 현대인의 미덕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물론 이들의 첫만남이 현대인의 미덕을 함양할 만큼 충분히 정상범주에 있지는 않았지만, '디너 메이트'를 자처하는 지금으로선 '이름 정돈 알 법 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시청자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척에 두고 몰라본 인기 정신과 의사 '김해경 찾기'는 극의 코믹적 요소는 살렸으나 시청자에겐 설득력 부족으로 다가갔다.
김해경, 우도희의 로맨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도 진부하다. 첫 번째로 돌아온 첫사랑들. 그동안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연애를 불안하게도 하고 감정적으로 자극도 시키는 돌아온 첫사랑들을 많이 만나왔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유희진과 '또 오해영'의 오해영 등을 들 수 있는데, '저녁 갈이 드실래요'는 무려 두 명의 첫사랑이 등장한다. 떠날 땐 사연있고 돌아올 때도 사연있는 이기적인 그들은 왜 낯설지가 않을까.
두 번째로 김해경과 우도희가 '저녁 메이트'를 자처하며 맺은 연애금지조항이다. 사랑이 무섭고 버거운 남녀가 저녁 메이트로 썸을 시작한다는 것까진 나름 신선하다. 하지만 그 안에 '연애금지조항', '스킨십금지조항'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계약연애를 시작하며 계약을 하되 연애는 하지 말자면서 결국은 사랑으로 흘러가던 수많은 드라마들을 생각나게 할 뿐이다.
진부함이란 드라마에 새겨지는 가장 큰 독이다. 이 때문인지 "드라마 중간중간의 코믹 요소가 유쾌했다", "다음주부터 본격 스토리가 진행될 거 같아 흥미진진하다"는 긍정적인 평도 있었지만 '송승헌, 서지혜 때문에 본다", "배우들은 진짜 좋은데 로코가 와 닿지가 않는다", "내용이 어수선하다" 등의 쓴소리도 연일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기대대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다음주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을 통해 방영 초반 시청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진부함과 어수선함이 시청자가 꼽은 독이라면, 이제는 시청자들이 뽑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볼 때이다. 송승헌과 서지혜 표 로맨스 코미디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사진=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