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tra Form
6월 5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 14회에서는 1994년 대한제국 역모의 밤으로 가 스스로를 구한 이곤(이민호 분)이 시간을 달려 2020년 대한민국 정태을(김고은 분)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역모의 밤에 자신을 구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곤은 당간지주를 통해 차원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이림(이정진 분) 역시 차원의 문 안에 들어오며 가운데서 만파식적이 하나가 됐다. 그 순간 시공간의 축이 동시에 생겼고 만파식적은 두 사람을 스스로를 구하고 싶은 순간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곤은 2020년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만파식적 반쪽으로는 같은 시간대의 평행이동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곤은 26년, 차원의 문 안에서는 4개월을 버텨야 2020년에 닿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곤은 1994년, 5살이던 정태을 앞에 나타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금방 갈게. 자네에게 가고 있어"라고 말했다. 또 2010년 정태을에게도 나타나 "자네가 날 모르는 순간은, 슬프네. 그래서 온 거야. 오늘 자네의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 우린 지금 다른 시간에 살고 있거든"이라는 말을 남겼다. 2020년 정태을에게는 이런 이곤과의 과거 만남이 새로운 기억으로 업데이트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 설정의 오류가 있어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타임워프, 타임슬립, 타임 패러독스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접해왔다. 때문에 더 탄탄하고 논리적으로 이 세계관을 설정해야 한다. 시간여행에서 오류와 모순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더 킹'은 이곤이 과거의 정태을과 만나 기억을 심는 것으로 모순을 만들어냈다. 극 초반 등장했던 이곤과 정태을의 광화문 만남이 14회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부터 이들의 지난 서사와 모순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광화문에서 이곤과 만난 정태을은 이미 1회부터 시청자들이 만난 정태을과 다른 사람이 됐다. 이곤을 의심하고 김개똥이라 불렀던 정태을은 사라지고 이곤을 안아주는 정태을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더 킹'은 이 모순을 무시하고 이곤과 정태을의 절절함만을 주입시키기 위해 이곤의 기억 심기를 용인한다. 2020년으로 돌아오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이곤이 자신을 마냥 기다릴 정태을을 위해 정태을의 과거에 자신의 기억을 심는다. 멜로로만 보면 정태을을 향한 이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한지 드러내는 장치다. 드라마 내내 떠들었던 '이과형 황제' 이곤이 시간의 역설이 생기는 것 따윈 무시하고 행동한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기본적인 전제도 '더 킹'에서는 가볍게 무시된다. 기억만 더해지는 것 정도는 큰 일이 아니라는 드라마적 허용이다. 이곤의 시간여행으로 정태을에게 새로운 경험이 생기고 이곤을 만나 포옹했지만 동시에 김개똥이라 부르고 무시했던 정태을의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애초에 이 부분을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않은 김은숙 작가의 안일함이 문제다.

애초에 김은숙 작가 드라마 속 세계관이 치밀한 디테일, 완벽한 고증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타임슬립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힘든 허술함이다. 이 허술한 세계관을 드라마 전개로 보여주지 않고 캐릭터가 말로 풀어내는 식으로 쉽게 넘어가려는 것 역시 작가의 게으름이다.

결국 '더 킹'은 논리보다는 드라마적 허용을 굉장히 많이 하고 이해하고 넓은 마음으로 납득해주고 봐야하는 드라마이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로도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일반적인 시간여행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드라마이다. 시청자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시공간 로맨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가 됐다. 이 얼렁뚱땅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고 재미있었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적이었겠지만 시청률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200606140004789
  • tory_1 2020.06.06 17:04
    진심 과거 태을이조차 애절모드면 개똥이라 부르고 무시한 부분도 그럼 다 사라지는거 아녜요...? ㅠ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고
  • tory_2 2020.06.06 18:30
    기억 추가됐다고 광화문에서 안는 것도 어이없음 여전히 태을이한테 이곤은 세번째 만나는 이상한 남잔데..?
  • tory_3 2020.06.06 21:47

    드라마적 허용으로 넘어가는것도 정도가있지 평행세계허술한건 그렇다치고 시간여행어제보는데 그냥 다른드라마 영화보면서 멋있어보이는거 그냥 다 갖다 넣은거같단생각밖에 안들었음 시간여행이나 평행세계에 대한 건 하나도 생각해보지않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우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 <찬란한 내일로> 시사회 7 2024.05.03 956
전체 【영화이벤트】 갓생을 꿈꾸는 파리지앵 3인의 동상이몽 라이프 🎬 <디피컬트> 시사회 14 2024.05.02 1515
전체 【영화이벤트】 전 세계 2,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 🎬 <창가의 토토> 시사회 9 2024.05.02 1465
전체 【영화이벤트】 변요한 X 신혜선 X 이엘 🎬 <그녀가 죽었다> 사건브리핑 시사회 50 2024.04.30 2638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0347
공지 ★불판에서 원작이야기 및 스포 하지마세요★ 2018.06.22 139428
공지 드라마 게시판 규칙 2017.12.17 186936
모든 공지 확인하기()
56 기사 더킹)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더 킹' 김은숙 작가가 받은 숙제들 5 2020.06.13 705
55 기사 더킹) '더킹' 이민호X김고은, "우리의 운명 사랑할 것"..평행세계 여행 즐기며 '해피엔딩 18 2020.06.12 1757
54 기사 더킹) '더 킹-영원의 군주' 오늘 종영..이민호-김고은→이정진 종영 소감 6 2020.06.12 553
» 기사 더킹) 시청자 수준 무시하는 얼렁뚱땅 시간여행 3 2020.06.06 606
52 기사 더킹) 금요일 시청률 1 2020.06.06 882
51 기사 더킹) 토요일 시청률 10 2020.05.31 1282
50 기사 더킹) '더킹' 결방→전염병 영화 '컨테이젼' 편성. 경각심 환기 목적 [공식] 34 2020.05.28 1424
49 기사 더킹) 더 킹, 남주 미화가 독이 됐다 15 2020.05.25 1500
48 기사 더킹) ‘더 킹’ 이민호X김은숙 흥행참패, 서로에 독된 조합 [TV와치] 19 2020.05.25 976
47 기사 더킹) ‘더 킹’을 망작이라 하기엔…1인 4역 이 남자가 눈에 밟힌다 33 2020.05.23 1932
46 기사 더킹) 금요일 시청률 10 2020.05.23 1203
45 기사 더킹) 거미, '더 킹' 새 OST 참여···5월 23일 'My Love' 발매 [공식] 2020.05.22 45
44 기사 더킹) '더 킹' 정은채, 본격적인 1인 2역 가동 '강도 높은 임팩트' 2 2020.05.22 562
43 기사 더킹) 이성 잃은 PPL ‘더 킹’, 돈 벌었으되 작품과 명성은 망가졌다 2 2020.05.17 417
42 기사 더킹) 시청률 추이 51 2020.05.16 1756
41 기사 더킹) ‘김은숙 월드’에 금이 간 5가지 이유 9 2020.05.13 1140
40 기사 더킹) [단독] 부진 겪는 '더 킹', 유제원 PD 추가 투입 11 2020.05.08 938
39 기사 더킹) '더킹'엔 왜 페미니즘 없나.. 형편없는 '김은숙 문법' 10 2020.05.03 824
38 기사 더킹) 이민호X김고은, 너희 왜 갑자기 키스하냐 17 2020.05.02 1595
37 기사 더킹) "연애 안해봤지?"..'더킹' 이민호, 김고은 도발에 키스 26 2020.05.01 1030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 3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