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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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각이고 불호점이 있으니 동의하지 않으면 스루부탁해 ))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매체에서 어떠한 집단이 묘사될 때
보는 이들은 그 집단 전체를 보고 경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집단을 대표하는 몇몇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그 집단의 특징을 파악하게 돼.

그럼 아신전에서 조선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누구였을까.

1. 백정이라며 인간취급도 하지 않고 아신과 부락민들을 경멸하는 마님
2. 아신의 아버지를 끝끝내 이용하기만 하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부락을 희생시키고는
어린 아신마저도 여진족의 동태를 살피는데 이용하기만 한 민치록
3. 집단에서 아무런 힘없이 고립된 여자를 협박으로 끝없이 겁탈하는 병사들

이 이외로는 인간사냥에 거리낌이 없는 해원 조씨 정도가 있을 수 있겠지.

그럼 여진족을 대표하는 인물을 보자.

1. 분명 조선을 약탈하고 힘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겁탈하며
수없이 마을에 불을 질렀겠지만 그런 묘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 파저위
(아신의 부락을 몰살시킨 건 동료들을 죽인 배신자에 대한 복수고 응징이었으므로
일견 정당하게까지 느껴짐.
또한 민치록에게 속아 어쩔수 없었다는 당위성도 주어짐)
2. 해원 조씨 일가에게 무참히 사냥되고 도륙된 폐사군의 병사 시체 수십구
3. 타국에서 살해당한 동료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적진에 잠입한 병사들

대충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네.

물론 아신에게 있어서 이 두 세력은 똑같은 복수의 대상임이 분명해.
그런데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어떨까?

작가는 저 몇몇의 대표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인물들에게 서사를 전혀 주지 않았어.
저 인물들을 통해서만 <조선>과 <여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장치했단 말임.
왜냐하면 그래야만이 시청자들이 아신의 서사와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야.

과연 아신이 살았던 조선에는 저 마님처럼 아신의 부락민들을 백정이라며
멸시하고 하대하는 사람들만 있었을까?
마님 옆의 아이처럼 조금은 그들을 동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까?
아신이 지낸 군막에서는 어린 아신에게 연민하는 병사가 단 하나도 없었을까?
가끔 육포 한 조각 나눠주고 다 떨어진 천쪼가리라도 덮으라 가져다주는
그런 연민을 지닌 조선인이 과연 한 명도 없었겠느냐는 말이야.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런 가능성을 싹 다 삭제했어.
그래야 후반부 아신의 복수에 시청자가 더 깊고 강하게 몰입할 수 있으니까.
<조선>은 아신에게 그녀를 속이고, 아버지를 배신하고, 가족을 이용하고
그녀를 끊임없이 짓밟고 유린하는 악랄한 존재였어야 하기 때문에.
<조선>놈들은 싹 다 죽어마땅한 존재들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여진>의 잔혹함은 덜 조명될 수 밖에 없던 거지.
그저 민치록에게 속았기 때문에 '실수로' '오해로'
아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아버지를 고문한 걸로 표현된 거야.
지들이 다 죽여놓고 비열하게 책임회피하려고 거짓말한 조선놈들 때문인 거지.

왜냐하면 주인공인 아신이 여진족이기 때문에.

극 초반부에 여진족이 조선을 약탈하고 마을을 불지르고 부녀자들을 겁탈한
역사적인 묘사와 더불어 주인공이 아신이 바로 그 여진족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어땠을까?
극중에서 <조선>이 왜 여진족인 아신과 그녀의 부락민들에게 그토록 가혹할 수 있었는지,
<조선>이 왜 여진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신의 부락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반대로 역사 속에서 여진이 조선에게 똑같이, 어쩌면 더 지독하게 행해온전적들이 있기 때문에
조선도 그럴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라는 일종의 당위성이 주어지게 되는 거지.

그럼 아신이 생사초를 이용해 조선의 죄없고 선량한 백성들을
어린아이, 여자 할 것 없이 싸그리 다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
몰입이 당연히 덜 되게 될 것이고.

드라마작법 상으로는 그게 맞을 수 있어.
하지만 작가는 드라마의 당위성과 몰입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몇몇 네거티브한 캐릭터들로만 표현했어.
여진은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덜 네거티브하게 묘사됐고.

그래서 나는 아신전이 비판받을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여진이 조선에 행했던 참혹했던 역사적 사실을 싹 도려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졌었을 인간성을 극 중 조선인들에게서 소거하면서까지
'여진족 출신 백정의 딸'을 꼭 정당한 복수자인 주인공으로 만들 필요가 굳이 있었을까
창작자로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하기 때문이야.
  • tory_1 2021.07.27 00:51

    난 개취로 잘보긴했는데 원톨 말도 공감되긴한다. 아신 입장에서야 조선이고 여진이고 다 죽일놈들이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좀 거시기하긴했어 

  • tory_2 2021.07.27 00:58
    공감해 아신이라는 인물의 정당성을 위해 조선인 캐릭터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죽어 마땅한 빌런으로만 묘사함
    조선인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면 아신 캐릭터가 명분을 얻을 수 없으니까
    아신이라는 캐릭터의 명분과 정당성을 위해서 조선의 역사가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소비된 느낌이라 당혹스럽고 거부감이 들어
    제대로 소비된 것도 아니고 왜곡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방향이라 씁쓸함
    가상시대라면서 실존 조선역사와 조선인들이 처연하고 영웅적인 서사를 가진 아신 캐릭터 구축을 위한 장작으로 쓰인 느낌이라 씁쓸하고
    킹덤은 가상시대라면서 임진왜란과 명청교체기 그리고 호란을 앞둔 실존 역사를 끌어왔다면 좀 더 역사 인식에 신경써야 했다고 생각함
    더구나 여진족과 얽힌 조선 역사는 아픈 역사기도 하니까
  • tory_3 2021.07.27 01:14
    진짜 글 잘 읽었다 전부 다 공감해 여진족 역사가 일제강점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 난 보면서 군함도나 미스터션사인 초반부를 봤을때처럼 기분 나빴음
  • tory_4 2021.07.27 07:37
    전부 다 공감해. 난 이 드라마 군함도, 미스터 선샤인 보다 더 불쾌해. 요즘 중국의 한국문화침탈, 역사왜곡이 너무 심각한데 이 드라마는 선 넘은 것 같아. 아신한테 조선을 멸망시켜도 되는 정당한 서사 주려고 조선을 질서도 없고 인의도 없는 나라로 만들었네. 아신의 불행서사에 조선이 이용당한 느낌.... 조선구마사가 조선시대를 괴력난신의 시대라고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는데 아신전은 같은 맥락으로 교묘하게 불쾌하게 만들어
  • tory_5 2021.07.27 09:14
    괜히 일제강점기 관련 작품 나왔을 때 식민사관 얘기 나오는게 아니지. 나도 킹덤 아신전 보긴 봤지만 비판할 점 있다고 생각해.
  • tory_6 2021.07.27 10:03

    여진족이 세운 나라가 후에 청이고 이게 지금의 중국 아냐?

    그런면에서 찜찜하기 그지없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될게 분명하지않나 싶어.

  • tory_7 2021.07.27 10:35
    전부 공감해.. 내가 느꼈던 찝찝함이 글 보니까 정리된다
  • tory_8 2021.07.27 10:5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31 09:38:12)
  • tory_9 2021.07.27 11:01
    이 아신이란 인물이 만약 킹덤3에서 빌런으로 나온다면 나는 굳이 아신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거든 사실.. 우리가 현실에서 범죄자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아신의 행동 역시도 그렇게 해석되어야 했어야 됐다고 봐. 조커 같은 경우에 문제가 됐던 게 아서라는 인물에 지나치게 서사를 부여했기 때문임을 생각해본다면 아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만든 건 작가가 너무 나간 거라고 생각해.
    구구절절 공감하고 왜 이렇게 나라 팔아가며 작품 쉴드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어 ㅠ → 작품 쉴드 = 매국이 아니라 아신전 쉴드 치겠다고 조선이 완전무결한 국가가 아니니 조선은 깨끗한 줄 아냐느니 하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쓴 말임(조선 완전무결한 국가 아닌 거 아는데 우리는 적어도 먼저 침략하거나 공격한 적 한 번도 없었음)
  • tory_10 2021.07.27 13:1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8/09 13:07:20)
  • tory_4 2021.07.27 16:06
    @10 비웃는 댓글 뭐니... 보기 안 좋아
  • tory_9 2021.07.27 16:34
    @10 내가 톨 ”직접” 저격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꼬는 댓글 달리는지 모르겠네. 트위터만 가도 조선 망해도 싸다 망해버렸음 좋겠다는 반응 있고 여기만 해도 어제는 몽골이나 여진의 기개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글 올라왔는데..? 뭐가 그렇게 웃긴지 설명해주라
  • tory_11 2021.07.27 16:43
    @10

    1. 작품 쉴드치는 사람 전부 = 나라 판다 

    2. 나라 파는 수준으로 작품 쉴드 치는 사람들이 많다.

    둘중 어떤 의미로 쓴 문장인지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무턱대고 비웃는 거 무례하다

  • tory_9 2021.07.27 16:45
    @11 아 11톨 말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추가했어 고마워
  • tory_11 2021.07.27 16:55
    @9

    ㅇㅇ 2번일 거 같긴 했는데. 오해 없도록 정정해줘서 더 의미가 명확해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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