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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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tertain.v.daum.net/v/20190629193300660?f=p


여전히 떠받들어지는 '모성 신화'



스스로를 돌볼 줄 모르나, 군림하려는 남자들
 
반면, 드라마 속 남자들은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은퇴한 미선의 시아버지 대철(주현)은 아내 미옥이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12, 13회 무려 두 회에 걸쳐 대철은 친구들과 바깥 생활을 즐기느라 박대를 구워주지 않는 미옥을 원망한다. 스스로 식사를 챙겨먹을 생각조차 할 줄 모르는 대철은 집을 나가려고 해도 팬티와 양말, 면도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짐도 싸지 못한다(39회). 아내와 다툰 후 '각각 사는' 일상을 선택하자 그는 매끼를 라면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56회).           


문제는 이런 대철의 캐릭터가 꽤 '멋있는 시아버지'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대철은 미옥과 선자가 심각한 갈등에 빠져 있을 때, 중재자로 나서 선자의 희생을 치하하고 마음을 풀어준다. 또 양육비를 받으려는 시어머니에게 서운해 하는 며느리를 찾아가 점심을 사주며 대신 사과하기도 한다. 이런 시아버지를 미선은 "우리 시아버지 정말 멋지시다"고 추켜세운다. 또한 그는 결코 스스로 나서서 손주를 돌봐 줄 생각은 하지 않으며, 기본적인 집안일조차 할 줄 모르면서 아내에게 늘 윽박지르기만 한다. 이런 대철에 대한 묘사는 남성은 가정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몰라도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부장제의 시각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돌봄제공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대철의 아들 진수(이원재)도 마찬가지다. 1회 첫 장면부터 아이의 등원준비와 출근준비로 바쁜 아내에게 "나 오늘 뭐 입어?" "소시지볶음은 없어?"라고 물으며 등장한 진수는 그야말로 덜 자란 어른이다. 스스로 옷도 못 챙겨 입으면서 아내 몰래 여관방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각종 게임과 레저를 즐긴다. 아버지로서 책임감도 없고, 육아는 아내, 엄마, 장모님, 아니면 육아도우미가 해결해야 하는 여자들만의 일로 생각한다. 진수의 이런 면들은 극의 웃음 포인트이다. 아마도 몇몇 시청자들은 이런 모습에 뜨끔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화화'는 자칫, 남자들의 이런 특성은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



은근슬쩍 정당화되는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폭력


한편, 드라마에는 여성 리더들이 등장한다. 미리는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둔 대기업 부장이며, 그 기업의 대표는 미리의 생모 인숙이다. 극 중 그룹의 회장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래사 왕회장(주현미) 역시 여성이다. 아마도 이런 설정들은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부각되고 있는 면들을 수용한 것 같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남성에게 대상화된다. 미리의 부하직원들은 툭하면 '저렇게 성격이 강하고 무서워서 연애도 할 리가 없다'며 미리를 상사로 존중하기보다는 매력없는 여성으로 평가한다. 이런 동료들에게 태주가 미리를 변호하기 위해 내뱉은 말은 이렇다. "고분하고 사분하고 귀엽고 부끄러워하는 면도 있어요(30회)." 여성은 순종적이고 겸손하며 귀여워야 한다는 가부장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말이다.


인숙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능력 있는 대표로 나오지만, 드라마는 그녀가 결혼을 통해 재벌가에 입성했고 시댁 배경 때문에 그 자리에 올라왔음을 수시로 강조한다. HS그룹의 회장 한종수(동방우)는 심지어 "넌 우리 집 개야"라는 막말까지 하며 그녀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인숙은 일찍 죽은 남편에 이어 아들과 다름없는 태주(홍종현)까지 자신을 버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러니까 태주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야 돼"라는 그녀의 대사는 여성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남편과 아들에게 의존해야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가부장적 편견을 확인시켜준다.
 

심지어 성폭력에 가까운 행위마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24회 태주는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한 미리에게 엘리베이터에서 기습 키스를 한다. 당황해 밀쳐내는 미리에게 태주는 "저 선배 좋아한단 말이에요"라고 외친다. 이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스킨십도 '사랑해서 했다'는 성폭력 가해자의 변명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런 태주를 멋있게 묘사하며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로 이 에피소드를 활용한다. 성추행을 정당화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장면이었다. 33회에서는 한종수 회장이 회의석상에서 미리를 두고 "예쁜 얼굴을 저 끝에 앉히면 쓰나"라고 말한다. 이에 미리는 "칭찬으로 알아 듣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성희롱성 발언에 이를 참아 넘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양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tory_1 2019.06.29 20:18

    ㅠㅠ 이 드라마 진짜 답답........

  • tory_2 2019.06.29 20:1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09 00:03:39)
  • tory_3 2019.06.29 20:50
    그니까ㅋㅋ지나가다 보고 이상해서 내가 모르는 무슨 얘기가 있나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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