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결말 스포 유
Archive of our own이라고 전 세계 영화, 드라마, 소설 팬픽이 다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우리 드라마 속 장면들을 좀더 풀어 쓰거나 자기가 상상한 내용을 덧붙여 쓴 영어 팬픽이 있어
20편까지 있는데 마지막 편인 20편이 도하가 준오로 계속 사는 버전의 엔딩을 쓴 거야 내용은 이래
영화랑 도하랑 같이 설악산에 등산 왔는데(같이 등산 가는 게 도하랑 같이 할 일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라)
영화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툴툴거리고 도하는 옆에서 놀리면서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 못지않게 영화라는 존재 자체에 빠져들었대
간절한 염원으로 자기를 돌아오게 한 기적을 일으킨 게 영화니까
이제 준오 몸의 완전한 주인이 돼서 인간으로 살아가니까 혼령 상태였을 때 흐릿하던 세상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대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 밤에도 환한 한강변, 얇은 커튼을 뚫고 번져 나가는 햇살,
종이, 쇠, 천의 각각 다른 촉감까지 다 새로운데
가장 좋아하는 건 영화가 자기 머리카락을 쓸어줄 때 느껴지는 감촉이랑 서로에게 빠져들었을 때의 황홀함이래
그런데 이 버전 엔딩에서는 영화가 행복해지는 대신 민오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데,
민오는 자기가 너무 준오한테 모든 걸 맞춰주고 원하는 걸 들어주기만 했고, 그러느라 나쁜 짓들까지 해서
이렇게 벌을 받는 거 같다고, 일단 <낙랑 더 로맨스>는 김 피디님이 준오 1년이나 기다려줬으니까 꼭 하고,
그 뒤로는 도하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함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꼭 서울에서 안 살아도 되고 지방에 내려가도 된다고 하고
아마 동생 얼굴을 하고 있지만 동생이 아닌 존재를 보고 있기 괴로워서이기도 하겠지만
(드라마 본편에서 영화가 곳곳의 준오 사진들 보면서 괴로워하는 것처럼)
동생이 회사의 유일한 자산이다시피 한데 도하한테 준오 일 꼭 계속 하지 않아도 좋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한 건
이 팬픽 속 민오가 대단하다 싶더라
낙랑 더 로맨스 찍으면서 액션 연기는 제2의 천성이어서 잘하는데 여주 배우랑 로맨스 연기 하는 건 싫어함
영화는 우리는 화면 밖에서 더한 것도 하니까 괜찮다고 하는데도 도하는 영화가 여주랑 찍은 멜로 장면 볼까 봐 걱정하고,
영화는 그저 재밌어함
어느 날 영화가 낙랑 더 로맨스 촬영장에 찾아가는데 제작진 출연진 다 암묵적으로 영화가 준오(로 사는 도하) 여친인 거 알고 있어서
그냥 편하게 드나든다고 함 영화가 네가 신라 시대 옷을 입은 모습을 또 볼 줄 몰랐다고 하니까
도하는 사극 의상 입고 있을 때 더 나 자신 같다고 함
영화는 계획이 있어서 좀 일찍 퇴근했다고 하고 도하도 촬영 스케줄 마침
영화는 도하 데리고 경주로 여행 감
도하가 기억하던 것들은 고분들 빼고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도하는 옛날을 떠올림
도하는 숙소에 도착해서 영화한테 고맙다고, 모든 게 먼지로 변했지만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라고 함
영화는 우리 자신의 과거의 망령을 떨쳐내고 처음 시작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함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하고
그러니까 도하는 그러면서 왜 너네 집이랑 내 집(사실 준오 집)이랑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냐고 함
영화는 "상황을 좀 바꿔야 할 것 같긴 한데, 우린 이미 1500년 전에 혼인하지 않았나요, 서방님?"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함
도하가 "네가 그 집에서 내 집으로 옮기면 최나연이 또 나한테 난리를 칠 텐데."라고 하니까
영화는 "언니도 이해해 줄 거야. 난 이미 내 시간의 반은 너네 집에서 보내는데."라고 함
도하는 그날 밤도 한리타가 자기를 죽이는 악몽을 또 꾸지만,
깨어나서 옆에 잠들어 있는 영화 손을 잡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힘 이미 저주는 끝났다고
다음 날 도하는 경주 여행 마지막 코스로 영화랑 월성 유적에 가는데,
월성 유적을 보면서 자기가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덧씌워 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도 뼈와 흙이 됐는데 운명의 장난으로 자기는 아직도 여기 살아 있다는 거에 놀라워함
도하가 영화랑 손 잡고 걸어가는 걸로 둘의 이야기는 끝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드라마 결말이 최선의 해피엔딩이긴 한데,
이 팬픽 쓴 사람이 도하가 준오로 계속 사는 버전 엔딩을 꽤 구체적으로 상상해 줘서 아쉬운 마음을 좀 채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