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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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서사, 결말 스포 유


왓챠피디아에도 혹평투성이고 평점은 2점대 초반이고, 유튜브 클립 영상 댓글에서는 배우 팬들만 남아서 자기들끼리 정신 승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드덕인 나한테는 괜찮은 드라마였어


나도 처음엔 갑자기 소방관이랑 연예인이라니 이 무슨 MSG 팍팍 친 각색인가 했고, 티저 예고편은 게임 광고 같다고 느꼈고

대본 리딩 영상 보면서 김영대 연기력 걱정했었고, 1, 2화 보면서 웹드라마 같은 연출에 기함했었어


그런데 막상 보고 있으면 폰 볼 틈도 없을 정도로 재밌어서 계속 보게 됐는데, 아직도 못 헤어 나오고 있음

(정작 주연 배우들은 차기작 바로 찍으면서 현생 열심히 사는데 나만 못 헤어 나오고 그 이후에 접하는 모든 콘텐츠(책, 영화, 드라마)에 

낮뜨달을 겹쳐 보고 있으니 좀 창피하기까지 해)


명백히 아쉬운 점들은 애정 필터 씌워진 눈에도 보이는데(1~3회 웹드라마 같은 연출, 사극 연출에서 저예산인 게 느껴지는 거, 도하 혼령 상태로 등장할 때 CG랑 연출에서 신비로운 느낌이 안 들고 어설픈 거, 조연들이 좀 도구적으로 쓰이고 조연들 장면들 중에 좀 유치하게 느껴지는 게 있는 거, 특히 준오 전 여친 캐릭터가 전형적인 질투심 유발 캐릭터로 쓰인 거(나중엔 이 캐릭터에게도 구원의 여지를 주긴 했지만), 도하가 준오네 매니저랑 술 싸움 하는 장면(도하가 다른 사람들하고도 어울리는 캐릭터로 성장한 거 보여주려는 장면인 거 알지만, 심장병에 시한부인 준오 몸으로 상대가 나가떨어질 때까지 술 마시는 건 무리수였음), 노래로 된 OST 중에 사극풍 노래가 없는 거(그래서 다른 드라마 사극풍 OST 들으면서 낮뜨달에 감정 몰입함), 도하-한리타나 도하-영화나 초야 치렀을 텐데 안 보여준 거(이건 그냥 변태인 내 욕심이긴 한데))


우선 14화 안에 기승전결이 날 수 있게 서사를 잘 만들었더라

현대 서사는 영화가 준오에게 빙의된 도하를 만나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는 틀만 가져오고 서사를 다시 썼고,

과거 서사에서는 한리타, 도하, 소리부 세 인물과 셋의 이야기만 남겼는데,

200화나 되는 원작 서사를 다 담을 수 없으니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현대 서사는 도하가 영화를 죽이려고 하다, 한리타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 자체로도 사랑스러운 영화에게 빠져들고,

결국엔 자기가 한리타의 환생들 곁에 있던 이유가 한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고 끝까지 영화를 지키려고 하는 감정 변화와,

영화가 전생을 전혀 기억 못 하다 공익 광고 촬영 때문에 한준오와 엮이게 되고, 꿈속 과거의 도하와 똑같은 모습에 도하를 떠올리게 하는 

언행을 하는 한준오에게 빠져들다가, 잠시 빙의가 풀려서 혼령 상태가 된 도하를 보고 도하의 정체를 알게 되고, 도하와 다시 사랑에 빠져가는 감정 변화가

나란히 진행되다 서로 얽혀 가는데, 그 과정이 딱 적당한 속도로 진행됐어 

몇 회차 더 있으면 둘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좀 더 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모습이 적어서 더 안타깝고 여운이 남는 거 같음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딱 알맞은 속도였고, 

이렇게 진득하게 감정 변화에 집중한 콘텐츠가 요새는 많지 않아서 좋았어


과거 서사도 너무 단순화되는 건 아닌가 했는데, 도하 전처 캐릭터가 아예 없어지니까

(물론 도하가 10대 초중반에 혼인했었던 원작 설정이 더 현실적이었지만) 도하-한리타 관계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원작과 달리 한리타가 처음부터 도하가 원수인 걸 알고 적대하다 서서히 도하의 위태로운 처지와 인간적인 면을 알고

적대감이 연민으로, 연민에서 사랑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어

그게 현대 서사에서 도하가 영화에 대한 자기 마음이 복수심인 줄 알았다 서서히 사랑이라는 걸 깨달아 가는 과정과 대칭을 이뤘고


그리고 과거 서사에서 도하가 한리타에게, 현대 서사에서 영화가 도하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절박해서 개취로는 원작보다 더 애절하게 느껴졌고

원작 도하는 한리타 말고도 동료들, 형제처럼 아끼는 후배도 있고 소리부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면서도

한리타 때문에 스스로 파멸로 걸어 들어간 거 같은데(이게 더 자발적이라 마음에 드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음)

드라마 도하는 소리부한테 너무 오랫동안 학대당해 왔고, 전쟁이랑 살인에 PTSD가 있는데도 양부랑 왕 때문에 계속 전쟁에 나가야 하고

맘 붙일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는데, 한리타가 유일한 삶의 빛이라 한리타가 삶의 이유가 됐고, 

현대에도 영화한테 '1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삶의 유일한 이유는 너'라고 해

드라마 영화는 원작이랑 달리 부모님이 다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고아로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 부모님 없이 자란 외로움을 기억해 주고 늘 곁에 있었던 도하한테 더 빠지게 됐고


원작은 스릴러 요소가 강해서 초반엔 도하가 빙의된 준오가 영화 진짜로 죽이겠다 싶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는데,

드라마 도하는 훨씬 무르고 마음이 약해서 제대로 죽이려는 시도도 한두 번밖에 못 하고 영화한테 약해지는 게 나는 더 좋았어

고등학생-성인이 아니라 같은 성인이어서 더 마음 편히 볼 수 있었고

소방관이랑 연예인이라는 설정도 현대 서사와 캐릭터 구축에 필요한 설정이어서 납득이 됐어


무엇보다 도하가 1500년 동안 한리타의 환생들 곁에 있었던 이유가 각색된 게 좋았어

원작에서도 알고 보니 도하가 한리타의 환생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서 1500년 동안 곁에 있었던 게 밝혀지지만

드라마에서는 소리부가 한리타가 서른 살까지 살다 죽었다는 걸 알고 한리타의 환생들이 서른 살 생일이 되기 전에 매 생에서 죽여온 걸로 각색됐음

(어떻게 소리부 짓인 걸 1500년 동안 몰랐냐는 얘기도 있는데, 소리부는 한리타의 환생들을 직접 죽이지 않고 

그 환생들한테 원한이나 악의를 품은 주변 사람들을 조종해서 그들이 한리타의 환생들을 죽이게 만들었음

독립운동가였는데 일본군한테 죽은 환생도, 대학생인데 민주화 운동 하다 경찰한테 죽은 환생도 있었으니 시대적 상황 때문에 죽은 걸로 여긴 적도 있었을 거고)

드라마 도하는 한리타의 환생이 서른 살을 넘기고 더 길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자기가 한리타의 환생들 곁을 지켰다는 걸 알게 돼

낮에 뜨는 달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곁에 존재하는 도하(와 도하의 사랑)를 상징한다는 걸 직접 보여주는 장면도 있는데, 

너무 직접적으로 얘기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장면으로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뚜렷이 보여줘서 좋았어


주연들이 약하다고 걱정하는 얘기가 많았고 나도 김영대 연기가 걱정됐었는데,

다 보고 나니 두 주연 배우들 다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함

표예진 사극 연기가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거슬리지 않았고, 

과거나 현대나 감정의 변화를 심하게 겪는 인물인데 그 감정 변화에 몰입할 수 있게 연기했어 

한리타의 강인함과 영화의 사랑스러움 다 잘 표현해 내서 도하가 아닌 시청자로서 봐도 사랑스러웠고


김영대는 초반 회차, 사극 장면에서 도하가 정적인 인물이긴 해도 미세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냥 무표정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아쉬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연기가 섬세해지는 게 보여서 좋았어 특히 미묘한 심리 변화를 미세한 표정 변화로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그냥 김영대로 보이지 않고 준오, 도하, 준오에게 막 빙의돼서 혼령 티도 많이 나고 막무가내인 도하, 준오인 척 연기하는 도하, 영화와 사랑에 빠지고 준오 몸에 영향을 받아서 현대인화되어 가는 도하, 도하 천도된 후에 도하의 영향이 미묘하게 남은 준오까지 다 구분되어 보이는 거에서 김영대가 연기 잘해냈다고 봄

드라마 도하가 원작 도하보다 훨씬 여리고 다정한 느낌, 평범한 현대인 청년이 되어가는 느낌인데 김영대가 원작 도하보다 선이 가늘고 어린 느낌이라

잘 어울렸고, 김영대가 평범하고 다정한 현대인 청년이 되어가는 도하의 모습을 잘 살려줬고

개취로는 드라마 도하 쪽이 더 내 취향이었어, 나는 연민이 가는 캐릭터를 더 좋아해서

김영대 전작은 언더커버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두 편 봤고, 둘 다 분량은 적은데 그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다고 느꼈음

금혼령은 클립 영상들로 봤는데 그때보다 연기 많이 늘었더라

키 크고 팔다리 길고 몸도 잘 써서 액션 신도 시원시원하게 잘하는 것도 좋았고


그리고 둘 다 본방 챙겨보고 OTT로 몇 번씩 재방송 봤다고 할 만큼 드라마 자체를 사랑하고, 캐릭터를 깊이 사랑하고 연구한 게 보여서 좋더라

김영대는 도하라는 캐릭터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하고

표예진이랑 김영대 케미랑 연기 합도 좋았어


드라마 종영된 지 한 달 넘었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한테는 이 드라마가 괜찮았어서(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정말 좋았고)

배우 팬들만 물고 빠는 드라마라는 얘기에 나 같이 정말 이 드라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렇게 장광설을 풀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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