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부터 설명해 온 고혜란 캐릭터는 이기적이고 속된 사람 맞음
어떻게 해야 자기가 눈에 잘 띄는지 매우 영악하게 깨닫고 있어서 그 힘으로 성공한 것도 맞는데
그렇다고해서 윗 사람한테 비굴하게 무릎 굽히면서 똥꼬 빨아준 적도 없고
청탁 등으로 약자의 고통을 짓밟고 은닉하면서 성공한 적도 없음
강태욱과의 첫 만남에서 다른 기자들 눈치 볼 때 고혜란 본인은 반드시 할 말은 해야했고
홍보수석실장 앞에서도 팻독이 아닌 왓치독임을 스스럼없이 말했고
대변인 경쟁자의 줏대없는 정치색을 나무라고 폐부를 찌르며 후보 포기하라고 협박했어도
고혜란 본인이 그런 방면으로 부끄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음
물론 고혜란의 이같은 행동들은 고혜란 본인 이름 석자 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인 방법이기도 함
하지만 좀 더 쉽게 성공하고자 했으면 끊임없이 권력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었을텐데
때에 따라 어떤 뉴스가 현재의 본인에게 유리한지 타이밍은 정했을지언정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언론의 힘으로 강자와 약자의 싸움에서 약자를 밟은 이력은 없는 것으로 보임
그런 타이밍까지 선별하지 않아야만이 정의라는 건 나는 좀 억지라고 생각함
정치며 언론이며 모두 승부수를 두고 타이밍으로 따먹는 게임인데
그 정도 실득을 따져야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음
고혜란이 무슨 청렴결백한 선인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영악하게 스마트하면서도 선은 지켜서 좋았던 것이니...
그리고 한지원과 고혜란의 대치를 통해서 더욱 고혜란의 정의사회구현에 대한 신념이 잘 드러났던 게
한지원이 '잘 먹고 잘 사는 간판 아나운서로서의 성공'을 목표에 두는 것과
고혜란이 '쉬지 않고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언론인의 성공'을 목표에 두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한지원이 고혜란의 목표가 자신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 변모했으며
자신의 동아줄 역할을 했었던 방송국 부사장을 걷어차는 행동을 하게 됐으니 말 다했지
그것도 스캔들 사진 뿌리겠다는 협박을 무시하고 취재를 감행한 한지원의 선택은
고혜란과 갈등을 해소한 이후 고혜란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거기 때문에 고혜란적인 변모라고 봐도 무방함
그 와중에 고혜란한테 흠이 있는 건
명우의 죄를 덜 수 있도록 증언을 해주지 않은 점이 있으나
명우가 혜란이 당하는 장면을 봤던 것도 아니고 은주 말을 들은 거라
혜란 외의 은주의 증언이 더 필요할 수 있기도 하고 그 땐 어리기도 했고
과거 프로포즈씬 보면 남자 좀 많은 거?
케빈 리의 강압으로 키스한 거랑 케빈 리를 회유하기 위해 키스한 거?
이런 스캔들 정도임
한지원이랑 케빈 리 엮어서 사진 찍은 건 한지원이 안 엮이면 그만인건데 그건 한지원 잘못인거고
이 정도 되는 사람이니까 고혜란 응원하면서 청와대 대변인 꼭 소취하라고
강태욱 아버지의 날개달고 정상까지 날아오르라고 시즌2 나오기를 응원한 거임
냉혈한이지만 원칙과 소신이 있어서 좋았던건데...
암만 방송국 국장이 판깔았다지만
실제 살해범은 은닉해버리고 자진누명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엉뚱한 사람이 사형선고 아님 최소 무기징역을 받게 한다??
앞의 스캔들과는 경중이 아예 다름 살인범을 감춰버린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청와대 대변인으로 보내?
그것도 진범이 지 남편인데 사안이 더 심각함
물론 고혜란도 잠깐은 흔들릴 수는 있어
그 동안 자신을 향한 강태욱의 사랑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울먹일 수도 있고
결국 스스로 헤드라인 써서 국장에게 전해준 것까지는 고혜란다웠다고 생각하지만
장국장이 깔아놓은 보도판이 고혜란의 이후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고 봄
게다가 아예 자수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죄를 뒤집어 쓰는 사람이 있다면 입 다무는 게 더 비상식적이지
고혜란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히 범인이 누군지 터뜨릴 수 있는데 아예 함구해버린 거잖아
팩트만 보도하겠다는 언론인 장국장도
7년 전이었던가 대기업 입찰비리 털다가 방송국에서 쫓겨난 윤송이 기자도
강태욱이 범인인 거 다 알면서도 모두 함구해버렸네
그거 밝히면 강태욱 아버지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외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솔직히 뉴스랑 팩트 좋아하는 장국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모두가 알고 있는 자수 사실과 다르게 고혜란 남편이 진범이라는 팩트가 단독 특종이 될 판국인데
그냥 고혜란 행복하라고 그렇게 한 건지? 이것도 이해 안 되고
부패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죄 혐의 받았다가 그걸 전부 이겨낸 탑언론인의 남편 살인죄 두둔
국선 변호사하던 신념있는 남편이 선택한 사죄방식이 책임회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자살...
둘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모두 드라마의 앞선 전개랑 맞지 않는다는 거임
차라리 연민정같은 썅년의 비열하고도 치열한 성공기를 그리다가 악녀가 행복과 성공을 눈 앞에 두고
타인(남편)의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고꾸라지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걸 그려내는 전개였다면 모를까
아니면 사람은 여러가지 이해관계 속에서 마음처럼 정의롭게 살기는 힘들다는 걸 그려내든가;
지금 이 결말은 여태까지 내가, 또는 나와 같은 이유로 응원했던 고혜란이
더 이상은 그 고혜란이 아닌 것이 되는 전개를 그렸다고 보고...
결국 작가는 마지막에 고혜란을 청와대에는 절대 못 보낼 사람으로 만들었다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