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tra Form

기사보다가 좋은 리뷰인 것 같아서 톨들이랑도 같이 보려고 가져왔어! 



출처 -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47&aid=0002238137



[TV 리뷰] '종영' OCN 드라마 <왓쳐>... 한국사회에 정의를 묻다



16부작 OCN 드라마 <왓쳐>가 지난 25일 방송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2년 전 검찰 내부 비리를 다룬 <비밀의 숲>으로 주목을 받은 안길호 PD가 <왓쳐>에서 정조준한 건 경찰 내부 비리다. 물론 두 작품의 작가는 다르지만, <왓쳐>로 안 PD는 '권력형 비리' 2부작을 완성했다. 아니, 그냥 완성한 정도가 아니다. 2017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가 <비밀의 숲>이었듯, <왓쳐> 또한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장르물에 한해서는 '2019년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이쯤 되면 안길호 PD를 '명작 제조기'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당초 안길호 PD가 차기작을 내놓는다고 알려졌을 때 <비밀의 숲> 마니아들 사이에서 '비숲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웬걸, <왓쳐>는 방영 초반 '비숲'을 떠올릴 법하게 시작해서 마지막엔 '비숲'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왓쳐>는 재미도 있으면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찾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6.5%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퇴장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2019년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초상을 그려내는 등 당대성을 담보해냈다는 점에서 장르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238137_001_20190827104911618.JPG?typ
▲  드라마 <왓쳐> 스틸컷
ⓒ OCN


  
정의란 무엇인가

지난 2011년 한국은 '정의' 열풍에 휩싸인 바 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했고, EBS를 통해 방송된 그의 철학 강의에 열렬한 반응이 쏟아지며 당시 '정의'는 국민적 이슈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명박 대통령 시절 사람들은 경제적인 각종 악재, 그리고 그보다 더한 정치적 절망을 겪으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포기할 수 없었던 '희망'의 끈을 잡으려 했던 듯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9년 우리는 다시 <왓쳐>를 통해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은 16부로 마무리된 <왓쳐>에서 '최종 빌런'이었던 박진우(주진모 분) 세양지방 경찰청 차장이었다. 극 중 도치광(한석규 분)의 감찰 비리반을 유일하게 비호해 주었던 박진우는 동료 경찰들의 '비리'를 캐고 다니는 도치광에게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 같은 정의인데도 2011년의 정의와 2019년의 정의는 어쩐지 뉘앙스가 다르다.

드라마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2살이었던 김영군(서강준 분)의 눈앞에서 어머니는 칼에 찔려 사망한다. 세양지방경찰청 형사였던 그의 아버지 김재명(안길강 분)은 아들인 영군의 증언이 유력하게 채택되면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유력한 증거는 바로 후배였던 도치광(한석규 분)이 조작한 것이었다. 도치광이 제시한 피 묻은 잠바는 김재명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쓰이는데, 드라마 후반부에서 조작된 증거라는 게 밝혀진다. 

어머니 사망 사건의 범인이 아버지라고 증언했던 영군은 15년 후 교통계 순경이 되었다. "아무도 못 믿으니까 경찰이 적성이죠"라는 영군은 15년 전 사건에서 정말 자신이 봤다고 했던 것이 진실인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게 맞는지 그 진실을 찾기 위해 경찰이 되었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238137_002_20190827104911647.JPG?typ
▲  드라마 <왓쳐> 스틸컷
ⓒ OCN


  
그런 영군의 앞에 아버지의 후배이자 아버지를 감옥으로 보낸 도치광이 나타난다. 비리 감찰팀의 팀장인 그는 영군을 자신의 팀으로 스카우트한다. 그리고 여기에 변호사 한태주(김현주 분)도 합류한다. 한태주는 과거 김재명을 살인죄로 기소한 검사였다. 영군도 그렇지만 한태주도, 그리고 도치광도 15년 전 그 사건의 진범이 과연 김재명이 맞는지 의심을 털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교통계 순경 영군의 눈에 우연히 띈 유괴범 손병길로부터 시작된 어느 사건은 장기 매매 사건으로, 그리고 다시 선일 암매장 사건으로 이어진다. 연결된 사건들은 결국 경찰 내 사조직 '장사회'와 그들이 운용하는 킬러 '거북이'를 향한다. 그리고 거기에 비리 감찰반 세 사람 도치광, 한태주, 김영군이 얽힌 15년 전 영군 어머니 사망 사건까지 가 닿는다. 세 사람은 각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경찰 내 사조직 장사회와 거북이의 정체를 밝히려는 감찰반장 도치광에게 박진우 차장은 묻는다. "정의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238137_003_20190827104911665.JPG?typ
▲  드라마 <왓쳐> 스틸컷
ⓒ OCN


  
박진우가 묻는 정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극 중 박진우는 "지금 네가 정의를 운운하며 경찰을 털고 다니는데, 결국 니가 말하는 정의가 동료를 배신하는 행위이고, 어쩌면 진짜 정의를 위한 경찰들의 일을 방해하는 일일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박진우의 질문에 도치광은 '썩소'를 날린다. 그리고 반문한다.

"정의? 그리고 난 정의 그런 거 몰라요. 그저 나쁜 경찰을 잡을 뿐이에요."

2011년에 마이클 샌델이 말했던 정의는 분명 '올바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왓쳐> 속에서는 '정의'와 '나쁜 경찰을 잡는 옳은 일'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경찰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의 모임인 경찰 내 사조직 '장사회'의 실체도 드러났다. '줄'을 타고 손쉽게 감옥을 빠져나오는 흉악범들을 사적으로 손봐주기 위해, 수사를 '편의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김영군의 아버지 김재명이 만든 사조직이 바로 장사회였던 것이다. 

분명 명분상 장사회의 시작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정의 구현'이었다. 하지만 편의적 정의를 추구하던 단체는 칼자루를 쥐고 날개를 달자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거북이'라는 킬러까지 뒤에서 움직이며 '무소불위'의 커넥션으로 덩치를 불려간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의 광수대 엘리트 형사가 거북이가 된 건 더 복잡한 이유 때문으로 보였다. 극 중 장해룡(허성태 분)은 자기 딸에 해를 입힌 흉악범에 대한 사적 복수를 위해 장사회를 이용한다. 이어 많은 경찰들이 '정의'라는 편의적 명제 앞에 자신들을 합리화하며 야망과 이권을 누리기 위해 모여든다. 결국 극 중에서 이들이 말하는 '정의'는 그들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인 '조자룡의 칼'이 되고 말았다. 또한 그 칼로 장사회를 만든 장본인 김재명은 아내를 잃고 결국 자기 자신도 목숨을 잃고 만다.

이후 15년이 지나 장사회는 이들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려는 감찰 비리반의 수사대상이 된다. 그리고 어느덧 장사회의 보스가 된 박진우의 입에서는 '정의'가 흘러나오게 됐다. <왓쳐> 속 세상의 정의는 이런 과정으로 서서히 퇴락해간 것이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238137_004_20190827104911677.JPG?typ
▲  드라마 <왓쳐> 스틸컷
ⓒ OCN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한태주 변호사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킬러 '거북이'가 던진 질문,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말을 그를 찾는데 유일한 단서로 여겼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집요하게 묻는다. 누군가의 손가락을 자르고 살인을 즐기는 킬러의 정의, 그런 킬러를 운용하며 정의를 운운하는 집단의 '인간다움'을 말이다.

<왓쳐>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무수한 정의론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열차가 달려오고 철로 위에 사람이 묶여 있다면, 과연 철로 위의 사람을 살리는 것이 맞는가 혹은 기차에 탄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맞는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올 수 있는 무수한 딜레마를 담아놓은 것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왓쳐>의 묘미는 바로 딜레마를 가진 인간의 모습인 것이다. 

자기 딸 손가락을 자른 범인에 대한 사적 복수심으로 처음 가담했지만, 어느덧 킬러 '거북이'가 되어버린 장해룡. 범죄수사의 편의를 위해 시작한 사조직이었으나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버린 장사회. 그리고 그 조직에 자신과 가족을 빼앗겨 버린 김재명. 순경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가 사조직 장사회를 통해 야욕의 화신으로 돌변해버린 박진우.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걸 얻기 위해 수단과 타협하곤 하는 도치광.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자신의 인간다움을 짓밟아버린 범인을 찾기 위해 결정적 순간 자기 편을 배신할 수 있는 한태주까지.

<왓쳐>라는 드라마는 '명분을 그럴듯하게 내밀지만 저마다 딜레마를 가진' 인간들의 전시장이었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238137_005_20190827104911692.JPG?typ
▲  드라마 <왓쳐> 스틸컷
ⓒ OCN


  
그리고 동시에 <왓쳐>에는 일종의 세대론이 담겨 있다. 시작은 정의였지만 어느덧 시간이 흐르며 자신들의 편의와 야욕, 야망으로 인해 변질돼 스스로 수사 대상이 되어버린 아버지 세대 '장사회'가 그렇다. <왓쳐>는 젊은 영군 앞에 거침없이 까발려진 윗세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영군이 젊은 거북이를 향해 총구를 겨눌 때, 도치광과 한태주는 "너는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또 다른 윗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우리처럼 편의적 정의에 물들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검찰 내부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정의롭지 못한 정의'를 실천했던 이창준(유재명 분)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스스로 목숨을 거둔다. 한 인물이 스스로를 단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한 세대를 마무리지은 셈이다. <왓쳐>에서는 (시즌2를 염두에 둔 탓일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 젊은 거북이였던 형사의 병실을 찾는 또 다른 거북이를 등장시키며 경찰 내 비리 조직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나쁜 형사만을 잡는다던 도치광이 감찰 비리반의 존속을 위해, 자신의 과거와 청장의 살해 교사 혐의를 두고 협상했음을 밝히는 장면도 있었다. 이 장면으로 <왓쳐>는 아직 '정의롭지 못한 정의'의 세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촉구한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에서, 자신의 협잡을 눈치챈 영군에게 도치광은 "나는 그러지(변질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그리고 반대로 도치광은 영군에게 "너는?"이라고 묻기까지 한다. 그러자 영군은 그런 도치광을 "지켜보겠다"고 답한다. 제목 그대로 명실상부한 '왓쳐'로 마무리 된 셈이다.

퇴락해가지만 그러지 않으려 애쓰겠다는 정의의 세대, 그 세대를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영군의 세대. 이 구도를 통해 <왓쳐>는 2019년 정의의 경계, 세대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한상훈 작가와 안길호 PD가 만든 이 세대론의 얼개 위에 살을 붙이고 날개를 단 건 다름 아닌 '명불허전' 배우 한석규를 비롯하여, 김현주, 서강준의 연기력이었다. 누군가는 '드라마의 시대는 갔다'지만, 좋은 이야기에 시대상을 담아 전하는 일을 드라마만큼 잘 해낼 수 있는 장르가 있을까. OCN <왓쳐>는 묵직한 내용과 메시지를 통해 이를 증명해냈다.




  • tory_1 2019.08.28 01:1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0/27 16:03:24)
  • tory_2 2019.08.28 07:29
    리뷰 좋아. 몇번 정독했어
  • tory_3 2019.08.28 07:40
    좋은 리뷰다. 드라마가 잘빠지니 이런 리뷰도 읽을수 있네
  • tory_4 2019.08.29 17:17
    리뷰 잘 읽었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 with 실바니안 프렌즈 무대인사 시사회 13 2024.04.12 3039
전체 【영화이벤트】 <봄날> 이돈구 감독의 언노운 감성 멜로 🎬 <미지수> 시사회 7 2024.04.08 4409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2814
공지 ★불판에서 원작이야기 및 스포 하지마세요★ 2018.06.22 139398
공지 드라마 게시판 규칙 2017.12.17 18670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2 잡담 왓쳐) 몰아서 다보고 이런저런 감상.. 3 2022.10.22 632
261 잡담 왓쳐) 영군이 아버지 죽니 그거만 말해줘 제발 6 2022.08.03 495
260 잡담 왓쳐) 나 경찰물 좋아하는데 이거 재밌어??????? 10 2022.07.30 545
259 잡담 왓쳐) 왜 왜 왜 삐삐 안쳤어!!! ㅠㅠ 8 2022.05.30 640
258 잡담 왓쳐) 이거 9화 까지 보는 중인데 아직도 이해 못 함.................... 2 2022.05.21 444
257 잡담 왓쳐) 왓쳐 서강준 너무 좋아 ㅠㅠ 12 2022.04.16 608
256 잡담 왓쳐) 어....? 나 왓쳐 왜 봤지...? 5 2022.04.10 753
255 잡담 왓쳐) 영군이네 어쩔거야 11 2022.04.06 607
254 잡담 왓쳐) 왓쳐 뜻이.. 5 2022.02.24 850
253 잡담 왓쳐) 영군이 아버지 죽어 ?? 3 2022.02.09 389
252 잡담 왓쳐) 장기매매 하는 지지배 땜에 빡쳐서 못보겠다 9 2022.02.07 880
251 잡담 왓쳐) 이거 대충 스토리 말해줄 톨 있니? 4 2021.04.13 426
250 잡담 왓쳐) 왓쳐 복잡한 드라마야? 3 2021.04.05 593
249 잡담 왓쳐) 뒤늦게 왓쳐 몰아 본 후기 (약스포) 6 2020.10.02 996
248 잡담 왓쳐) 이거 다본톨들 나 뭐쫌 알려죠 5 2020.09.15 449
247 잡담 왓쳐) 다시봐도 참 잘만들었다 5 2020.08.20 771
246 잡담 왓쳐) 뒤늦게 빠져서 허우적대고있다 (스포유) 6 2020.08.13 593
245 잡담 왓쳐) 지금 정주행 중인데 스포 하나 날려줄 톨! 2 2020.05.29 322
244 잡담 왓쳐) 영군이랑 수연이는 마지막까지 무쟈게 뽀짝대 10 2020.05.24 772
243 잡담 왓쳐) 왓쳐 이거 재밌어? 6 2020.04.25 679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14
/ 14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