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시간여행자들 천지다. 과거로 미래로 타임슬립을 한 드라마가 올해 내내 전파를 타고 있으며, 악마에 구미호에 얽히고 설킨 전생 인연이 현란에게 되풀이 되고 있다. 하도 비슷한 설정이 많다보니, 처음 회귀물이 등장했을 때의 신선함은 확 사라지고, 엉성한 설정에 구멍 전개가 눈에 들어온다.
2023년 한해 내내 안방극장엔 타임슬립을 내세운 드라마가 넘쳐났다. 지난 6월 말 막을 내린 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 지난달 종방된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모두 타임슬립이 소재. 각각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농인부모의 자녀인 소년이 과거로 가 아버지의 어린시절을 만나 함께 밴드를 결성한다는 이야기('반짝이는 워터멜론'), 두 남녀주인공이 과거로 가 각각의 부모를 만나면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담고 있다. TV조선 '아씨두리안'은 보다 복잡하지만, 역시 조선시대의 두 여인이 시간여행을 해 현재의 남자들과 얽히는 판타지 멜로극이다.
어디 이뿐인가. 자유롭게 시간을 넘나들거나 수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악마('마이 데몬'), 구미호('구미호뎐 1938') 등을 통해 사실상 시간여행을 이야기의 주된 전제로 내세운 드라마들도 줄을 잇고 있다. 알고보니 전생의 질긴 인연이 다시 만났다는 설정('이 연애는 불가항력')도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
이같은 타임슬립, 회귀물의 범람은 개연성을 무시하고 감동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상황을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 날이갈수록 멜로, 스릴러, 추리극, 로맨스 등 복합 장르를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타임슬립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이 될 수 있다.
또 이 드라마들이 대부분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치밀한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 깊은 감정에 대한 묘사 등보다는 극적인 설정에 더 집중하게 되는 원작의 장르적 특징이 '어느날 눈을 떠보니'라는 전개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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