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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든,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적인 커뮤니티가 가진 문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제혁과 고박사에게 교도소 내 불이익을 빌미로 협박하며 언론 인터뷰를 제안했던 나 과장(박형수)은 재소자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쉽게 넘길 수 있는 일도 “원칙대로 한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하지만 제혁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그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방식이 그리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족 같은 정으로 해결하는 많은 일들은 교도소의 룰을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교도소장이 언론을 비롯한 외부인들을 상대로 “김제혁 선수와는 형, 동생 같은 사이”라고 말할 때 나과장이 대놓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는 교도소의 원칙을 무시하는 관계와 그로부터 생기는 이권을 경멸한다. 또한 교도소장을 타박하고 중구난방인 교도소 예산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교도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에 기대는 인물들 사이가 부각될수록, 나 과장은 그들을 방해하는 인물처럼 여겨진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에서도 인간적인 정이 흐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설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되는지 보여준다. (중략)
원칙이 무너진 사회에서 모든 것은 결국 권력을 가졌거나,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억울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제혁이나 팽 부장처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 선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래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본의 아니게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폭력과 그에 대한 과잉 방어 논란, 군대 가혹행위, 사내 비리를 무고한 직원에게 몰아붙이는 모습 등 사회적 문제들이 소재로 쓰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가족 같은 구성원 간의 정이다. 원칙과 합리보다 그 사람이 따뜻한 정이 있는지 여부가 캐릭터의 선악 또는 호오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원칙을 어겨서 생긴 문제에 대해 역시 원칙이 아닌 사적 관계가 가진 힘을 통해 해결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족과 같은 정이라 말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이런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이 남자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도소, 군대, 조폭 등 이 드라마와 관련된 커뮤니티는 모두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한 제혁에게 여동생, 어머니, 여자친구는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고, 고박사가 회사의 비리를 뒤집어쓴 것 역시 아내와 딸이 편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유명한 조폭이었던 민철은 조직 내에서 유독 자신을 따르던 소년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가부장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인 사회는 원칙이 아닌 권력과 사적인 관계로 돌아간다. 제혁처럼 그 힘을 슬기롭게 활용하면 여러 사람의 생활이 편해지고, 반면 유 대위의 일처럼 악행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 여자는 선이든 악이든 전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보호받거나 제혁의 여동생처럼 성폭행 대상이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면서, 그것이 남성 중심의 사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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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8010308387234030
전문은 링크에
월초에 올라왔던 아이즈 리뷰인데 드라마 다 보고 나니 더더욱 공감하게 되어서 가져와봤어~
특히 막화에 제혁이는 정말 교도소 무법자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막 나갔잖아. 사실 막화 뿐 아니라 소장이랑 준호랑 팽부장이 눈 감아준 그 수많은 룰 위반을 생각하면ㅋㅋㅋㅋㅋ그리고 그 일들은 분명히 제혁이와 주변 사람들의 이익을 챙기는 일이었음. 근데 제혁이가 선의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규칙 위반들이 슬기롭고 능력있는 일들로 포장이 되는 거고 통쾌하게 그려졌지. 장기수의 징계를 없던 일로 만드는 거나 샤워실에 혼자 있는 빠빡이한테 주먹을 날린다거나 하는 일들이 다. 근데 제혁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권력을 쥔 사람이었던 오병장의 경우는 그가 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박일병이랑 정우 같은 피해자가 나오게 된 거고.
사실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선의를 가졌든 악의를 가졌든간에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거잖아? 근데 드라마 안에서 전혀 그렇게 그리지 않고 많은 부분을 선의와 정으로 퉁쳐갔고, 그런 점에 있어서 이 드라마는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에서 보여줬다, 근데 그게 작감의 의도는 아닐 거다ㅋㅋㅋㅋㅋㅋㅋ라는 부분이 이 리뷰의 킬링파트 같아ㅋㅋㅋㅋㅋ
찐토리가 킬링파트라고 찝어준 부분 나도 보고 실소한 대목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