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 <봄밤>이 끝나갑니다. 그제 종방연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요
아직 방송이 남아서 실감은 나지 않아요. 늘 가던 촬영장을 안 가니까 조금 허전한 기분이에요. 종방연 분위기는 좋았어요. 처음엔 차분한 곳에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고 2차는 고깃집에서 다같이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느끼는 아쉬운 감정을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도 똑같이 느끼는 듯해서 위안이 되더라고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안판석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이에요. ‘안판석의 새로운 페르소나’라고도 불리는데
부끄럽고 과분한 얘기에요. 같은 감독님, 같은 작가님과 이렇게 1년이 안 돼서 다시 작품을 하는 게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본을 보고 금방 잊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현장은 정말 최고의 근무 환경이었어요. 촬영 회차도 적었고, 잠잘 것 다 자면서 찍었어요. 촬영장에 가면 감독님이 제일 먼저 챙기는 게 화장실이에요. 세트장에는 항상 티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요. 오로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니까 배우로서는 감사하죠.
그래서 다들 그리 좋은 연기를 펼쳤군요. ‘유지호’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유지호는 사실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가장 어려웠어요. 감정에 솔직하기보다 참고 표현을 자제하는 인물이어서, 연기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게 ‘반’이었어요. 반으로 함축시켜 보자. 슬퍼도 기뻐도 화가 나도, 반으로 줄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행복한 신을 어떻게 웃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지, 슬픈 신은 어떻게 울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사람이 화를 낼 때 보편적으로 나오는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절제해서 눈빛으로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 덕분일까요, 동네 어딘가에 진짜 ‘우리약국’이 있고, 유지호란 사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약국이라는 장소에서 도움을 좀 받기도 했어요. 어쨌든 나는 계속 안에 있고,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니 능동적인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게 뭔가 유지호란 인물을 표현하는 장치이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 초반 약국에서 정인(한지민)에게 고백하는 신. 호감을 느끼는 여성에게 먼저 내 아킬레스건을 밝힌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매 신이 그랬던 거 같아요. 서로 다가가기도, 다가오게 하기도 애매한 상황 속의 미묘한 감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웠어요.
‘술 취한 연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비결이라면
술을 안 마시고 술 취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술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조절하는 게 중요했죠. 결론은 제가 연기를 못해서 술을 먹고 한 거예요(웃음).
워낙 현실적인 연기다 보니, 드라마 속 유지호와 정해인이 겹쳐 보여요. 진중하고 강단 있는 모습, 실제로 많이 닮았나요
지호한테 제 모습이 많이 있어요. 절반이라고 할까요? 50%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작가님이 저를 많이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해요.
<봄밤>의 사랑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부분이라면
사랑한다는 건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받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점이요. 물론 가장 많이 느낀 건 내 연기가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거지만(웃음).
갓은 아예 정해인 생각하고 유지호 쓴거였구나
정해인이 찰떡같이 살렸고
올해 제일 잘한일이 봄밤 정주행한건데
정해인=유지호 그 자체였고
연기 진짜 잘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