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발을 삼가시게, 녹두!! 한 고을의 봉기는 수령에 대한 저항일 뿐이나 고을의 경계를 벗어나면 주상전하에 대한 도발로간주되는 것임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 반역이란 말일세!!
-임금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어찌 반역이라 하는 것인가?
-뭐라?
-백성들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 그것은 전하의 성은이 아니라 백성들의 힘을 보여줄 때만 가능한 것임을 모르시는가?
-조정에서 곧 안핵사를 파견하여 수습에 나설 것이야. 우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구!
-그간 도처에서 무수히 많은 민란들이 터졌고 수많은 탐관오리들을 죽였네! 허나 바뀐 것이 있는가? 새로운 탐관오리가와서 보복을 자행하고, 탐학을 일삼고, 해서 또 민란이 터지고 또 죽이고, 또 죽고 또!!!...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하네.
-천만에! 나는 고부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네!
-경계를 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게. 가보지 않았을 뿐... 갈 수 없는 곳이 아니야.
-차후에... 또다시 고부를 벗어나는 날엔... 내가 자네를 벨 것이야.
https://img.dmitory.com/img/202004/5KG/G5o/5KGG5oF4xq4GW2yICqKgqq.gif
-동비를 해봤으니 알 터. 정말로 사람이 하늘이더냐?
-...
-그건 허상이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사람도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고, 귀함이 있으면 천함이 있고, 우월함이 있으면열등함이 있는 것이다.
-땅 없이 하늘만 갖고 시상이 만들어지는 거다요?
-그럴리가 있겠느냐?
-그럼 하늘만큼 땅도 겁나게 귀한 것이자네.
-...
-사람도 윗놈만큼 아랫놈도 귀한 거 아녀? 귀한 놈만큼 천한 놈도 귀하고, 잘난 놈만큼 못난 놈도 귀하고, 그러코롬 사람다 귀한겨. 사람 다 귀한겨. 귀해서 하늘인겨.
-임금 때문에 사기가 떨어질 줄 알았더니, 다들 씩씩해 보이는 구만.
-임금땜시 싸우는 것도 아닌디 기죽을 이유가 뭐가 있다요.
-허면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 것이냐?
-자기한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거지라. 자기, 자기 식구, 자기 동네, 자기한테 새 시상을 맞보게 해준 집강소.
-흐흐흐 네 말이 맞다.
-임금이 염병을 혀도 상관없이 삼례로 모인 사람들 말여라. 이 사람들이 바로 장군께서 말씀하신 진짜 의병들입니다.
-녀석.
-인자 다 배웠지라
-바로 그 진짜 의병들이 하는 싸움을 뭐라 하는지 아느냐?
-전쟁 아닙니까?
-아니다. 전쟁은 증오가 만들지만 이건 사랑이 만든다.
-그거이 뭔디요?
-혁명.
-혁명...
-임금이 비로소 그 길을 열었다. 이젠,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여 개똥이란 이름 가진 접장들 손 한 번 들어보슈.
아따 많소잉. 쌍놈들 천지구만.
허허허허 나는 거시기였는디.
오늘 죽은 우리 별동대원...이름이...동록개여. 동록개, 동네 개새끼. 사람한테 붙일 이름 아니제?
개돼지도 그리 부르면 안 돼고.
근데 우덜 사는 시상이 그렇지 않소?
사람 우에 사람있고, 사람 밑에 사람은 개, 돼지나 다름없었제.
그래서 우리가 싸웠자네.
죽자고 싸워갖고 만들었자네.
백정도 접장, 양반도 접장, 나 같은 얼자놈도 접장.
대궐에 잘나빠진 임금도 접장.
해산을 혀서 목숨을 부지할 지 몰라도 더이상은 접장은 아니겄제.
그래서 난 싸울라고.
겨우 몇 달이었지만 사람이 동등허니 대접하는 시상에서 살다본께 아따 기깔나갔고 다른 시상에서 못 살겄더랑께.
그래서 난 싸운다고!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겄다 이말이여!
(사진들 출처는 사진 안에 있음. 사진 안에 출처 없는 사진은 내가 직접 캡처한 거.)
사실 녹두꽃 명대사는 저 넷 말고도 엄청 많지만 개인적으로 녹두꽃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해준 건 저 넷이라고 생각ㅎㅎ
특히 첫 번째 대사에 언급된 '경계'는 이후에도 계속 언급되는, 녹두꽃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자 최고의 상징임.
혹시 몰라 클립도 갖고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