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본 이유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준으로 원작 각색을 재밌게 잘함 + 문가영의 귀여운 연기 + 주연들의 비주얼 파티 등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섭녀 캐릭을 쿨하고 멋있게 그리는 점이 (나한테는) 신선해서' 이 점도 한몫했거든
처음부터 남주를 좋아해서 여주를 시기 질투하고 견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막 전학온 여주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고 친구가 되면서 서로의 비밀도 털어놓고 어려울 땐 도와주기도 하는 강수진이라는 캐릭터가 나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음.
본체 전작을 재밌게 봐서 기본적인 호감도 있었지만 ㅇㅇ..
근데 초중반 내내 강수진 캐릭터를 존멋으로 잘 그려내는 듯 보이던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흔하디흔한 로맨스물 서브악녀로 탈바꿈 시켜버리지........
사실 강수진이 쎄하다는 떡밥이나 여주와의 관계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떡밥을 앞에서부터 나름 계속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흑화에 대한 예감은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인물소개도 흑화 후 다시 읽어보니까 의미심장하더라)
막상 애가 흑화를 하고 나니까... 그걸 그려내는 방식이 너무 구려서 안습ㅠㅠㅠㅠㅠ
난 진짜 여주 목걸이 불에다 던져버리고 남주한테 강제로 입맞추려고 하는 강수진 보면서 내가 지금 보고있는 쟈가 원래 알던 갸가 맞는가....란 생각이 들었고 이 드라마에 가지고 있던 애정이 반 이상으로 줄어듬 ㅜ..
그뒤로 하차는 안하고 드라마 끝까지 다 보긴 했는데 섭녀 취급에 이미 큰 실망을 해서 더이상 이전과 같이 마냥 좋아할 수가 없게되버림
2년 후 다시 나타난 강수진이 ~그땐 내가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니 너(여주)에게 한짓이 후회됐다~ 라고 말한 걸 보면
흑화후 강수진이 보였던 행동이 본모습은 아니었고, 마냥 남주를 좋아해서 여주에게 그랬다기보단 아버지로부터 끊임없이 1등이 되라는 가스라이팅 및 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삐뚤어진 것이다..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데
이것마저도 사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강수진의 흑화를 이해해보려는 필사의 노력(...)에 가까움
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드라마 작가가 섭녀를 후반부에 소모적으로 쓰다 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
같은 서브 포지션인 섭남을 봐.
막화까지도 여주에 대한 절절한 짝사랑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지만 남주와 여주의 사랑을 응원해주며 뒤에서는 몰래 아파하는 ..
삼각 러브라인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이만하면 섭남을 나름 끝까지 캐릭성을 잃지도 않으면서 멋있고 짠하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함.
게다가 섭남은 여주가 가장 힘들어했을 때(=섭녀가 흑화해서 깽판치고 다닐 때 ㅎ..) 물불 안 가리고 뒤에서 도움되려 애썼던 과거도 있음.
이 때도 참 섭남 그리는 거랑 섭녀 그리는 게 대조되어보여서 더 짜증났음..
섭남은 이렇게 멋지고 잘나게 표현했으면서 섭녀는 왜?
그래 뭐 후반부 전개의 긴장감 부여를 위해 악녀 포지션이 필요했을 수는 있겠지. 어차피 원작에서도 섭녀가 악녀인 게 사실이라 원작 설정을 가져온 것도 있을 거고...
근데 흑화 후 강수진의 행동은 너무 도가 지나침. 이전까지 줄곧 보여줬던 쿨하고 멋진 그 강수진과 동일인물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딘가에서 봤는데 흑화 전의 모습은 다 강수진 스스로 꾸며낸 가면에 불과하고 흑화 후 모습이 진짜 본모습이다! 라는 얘기가 있었어
그러나 이것도 막화를 보니 아니었음.. 흑화 때가 본모습이었다면 2년 뒤였어도 딱히 그 때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고 여전한 모습이었겠지.
참 앞뒤가 안맞고 일관성이 없음.. 근데 이게 드라마 전반에 적용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오직 '섭녀', 즉 여캐에게만 적용된 모순이라는 게 참 실망스럽고 화가 남...ㅎ
2년 뒤 여주에게 과거 일을 뉘우치고 사과했다지만 흑화 때의 강수진 행동 때문에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걍 주경이가 보살이다..라는 생각만 들어서 짜증났고
섭녀 캐릭 무의미하게 소비시키더니 그 마무리도 하하호호 해피엔딩을 위해 얼렁뚱땅 무마하니까..... 드라마는 웃으며 끝났지만 난 마냥 웃을 수가 없더라.
차라리 강수진이 처음부터 못되쳐먹은 악녀로 나왔으면 이런 글도 안씀.. 걍 한드가 한드했구나 하고 넘어가지.
어쩌다보니 길어졌는데 제목에도 쓰여있듯 난 이 드라마를 막화까지 재밌게 잘 봤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큰 거 같다 ㅠㅠ
분명 아쉬운 부분도 더 잘 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나 안일하고 뻔한 길로 간 듯 싶고.....
여러모로 안타까워서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어... 그래도 끝나니 허하긴 하다
근데 난 드라마 자체의 캐릭 취급도 그렇지만 사람들 태도도 웃긴거같음. 똑같이 짝사랑인데 섭녀한테 하는 생각이랑 섭남한테 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서 씁쓸하더라. 난 서브남이 친구가 아픈아버지때문에 헤어지고 자기 친구도 거기서 혼자 있을동안 주경이가 수호 못잊는거 알면서 그걸 결국엔 일방적으로 고백하고 강제 포옹에 입맞춤까지 하려는 섭남이 굉장히 소름끼쳤는데 그건 절절한 순정이라고 하는 애들이 많고, 섭녀는 남주한테 뭐만 해도 욕하는 애들이 많은거 코미디 같음ㅋㅋㅋ섭남은 내기준 선넘은적 많은데 마음없는 여자한테 그러는게 멋지고 설레는거고 수진이는 뭐만해도 나쁜년이고(영상올린거 얘기하는거 아님. 수호 반찬 챙겨주고 이런 행동 말하는거)
한 예만 봐도 이수호 사고났을때 주경이가 수진이한테 수호 사고났다고, 아프다고 하니까 수진이가 놀라서 뭐?!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이거 존나 지가 뭔데 저러냐고 욕먹었는데 그것도 그래ㅋㅋ반대로 섭남이 수호가 주경이 아프다고 하는 말 듣고 놀라서 순간 똑같이 뭐??!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소리쳤다고 해봐 주경이 걱정한다고 멋있다고 했을껄ㅋㅋㅋㅋ
작가가 너무 갑작스럽고 단순한 여적여 구도 주입하는것도 너무 올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공감하고, 한편으로는 같은 행동도 여자가 하면 밉상으로 보고 남자가 하면 멋있다고 하는 일부 섭남 과몰입 시청자들 사고방식도 씁쓸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