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221028111033077
오늘도 결방이다. 금요일이면 이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토록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드라마가 어째서 이 같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이야기다. 이제 2주째 금요일은 결방하고 토요일에만 방송하게 된 <천원짜리 변호사>는 금토드라마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됐다.
드라마가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떨어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해가 될 법 하지만, <천원짜리 변호사>는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한 말 그대로 '잘 나가는' 드라마다. 실시간 시청률은 물론이고 OTT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디즈니플러스나 웨이브에서 모두 인기순위 1위인 드라마다.
그런데 연장을 한다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상황에 <천원짜리 변호사>는 애초 14부작에서 2회를 줄여 12부작으로 '축소 종영'한다고 밝혔다. 축소해 종영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조기종영이다. 제작진은 '스피디한 전개와 완성도'를 위한 선택을 그 이유로 내놨다. 그런데 <천원짜리 변호사>가 지금껏 그려온 전개 과정을 보면 12회로 줄이는 것이 과연 완성도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5회까지 천지훈(남궁민)이라는 변호사가 맡게 된 몇몇 사건들을 통해 이 독특한 캐릭터를 세웠고, 이 팀에 백마리(김지은)가 합류해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리고 6회부터 8회까지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과거 검사 선배였던 나예진(공민정)이 백마리에게 들려주는 천지훈의 과거사 이야기를 풀어놨다. 코미디로 흐르던 장르가 갑자기 진지한 복수극 스릴러 장르로 바뀌었지만 이런 선택은 남궁민의 연기 덕분에 오히려 기대감을 높여 놓는 구성의 신의 한 수가 됐다. 숨기고 있는 상처가 있는 게 드러났고 그건 향후 전개에도 추진력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껏 기대감이 높아진 이 상황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는 지난 21일 금요일 방송을 결방하고 스페셜 방송으로 대치했다. 시청자들은 아쉬웠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애초 14부작을 12부작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가 나오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막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마당에 '조기종영'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연 나머지 4회에 모든 이야기들을 다 풀어내 제작진이 말한 것 같은 완성도가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을 들게 한 것.
<천원짜리 변호사>는 어떤 하나의 방향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 아니다. 천지훈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드라마고, 그래서 캐릭터만 이해하고 있으면 중간 중간 에피소드별로 끊어 봐도 전혀 무리가 없는 드라마다. 조금은 느슨하게 전개를 풀고 상황이 주는 코믹함과 사이다 한 방으로도 일주일간의 피로를 날려주기에 충분한 드라마다. 굳이 '스피디한 전개'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국 회차를 줄여서 종영하게 된 이유는 금요일 시간을 대신 채운 다른 프로그램들이 말해준다. 28일에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가 대신 방영되고, 11월 4일에는 SBS 사회공헌 지식나눔 프로젝트인 <2022 SBS D포럼>이 편성됐다. 결과적으로 3주간 토요일에만 방영되고 마지막 12회 최종회만 금요일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프로야구 중계로 인한 결방은 흔히 있던 일이라 그럴 법하다 생각되지만 <2022 SBS D포럼> 때문에 결방하고 회차를 줄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또 금요일에 맞물려 결방된다고 해도, 이처럼 반응이 뜨거운 작품이라면 토요일에 2회 연속 방영을 해서라도 분량을 채우는 게 상식적이다. 사업적으로 봐도 제작사나 방송사 모두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소 종영을 선택했다는 건 제작 의지 자체가 꺾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업적인 선택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 선택한 것일까?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토록 노골적인 PPL을 채워 넣고 있는 드라마가 완성도를 말하는 게 납득이 될까.
사실 <천원짜리 변호사>의 파행은 정상적인 선택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제작사나 방송사 사이에서 어떤 문제가 있지 않는 한은 이런 선택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상은 완전히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이렇게 결정을 통보받은 시청자들만 아쉽게 됐다. 과연 이 파행 속에서 남은 회차로 제작진이 말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남은 회차에 쏠린 시선이 따갑다.
나도 잘 이해가 안 가... 잘 나가고 있는 드라마고 아직 풀 내용도 많은데 왜 회차를 줄여가면서 종영을 한다는 건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