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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환혼’에 드리운 비극의 분위기, 시청자들 감정도 요동친다. 

  • 기자명 정덕현 칼럼니스트 

어떻게 ‘환혼’은 희비극을 다 잡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환혼’을 감싸는 애틋함의 정체, 가녀린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디어 얼음돌을 얻을 기회가 왔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일단 나는 죽어야 한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나 따위의 생사엔 관심이 없다. 그저 얼음돌의 힘을 눈으로 보고자 하는 욕망만 있을 뿐이다. 저들 앞에서 그저 죽을지 얼음돌의 힘으로 내 힘을 찾게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나는 얼음돌을 눈앞에 두고 벼랑 끝에 나를 홀로 세운 거다.”

tvN 토일드라마 <환혼>에서 무덕이(정소민)는 스스로 죽음을 감수하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얼음돌의 힘을 알고 싶은 권력자들 앞에서 죽었다 얼음돌의 힘으로 되살아나는 걸 시연해 보이는 대상이 되기로 한 것. 그 시연을 하필이면 진요원의 원장 진호경(박은혜)이 하게 되면서 그 시연은 엄마가 딸을 그 정체도 모른 체 죽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무덕이는 진호경에 의해 죽어가는 바로 그 순간, 제 몸의 본래 주인인 진부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진호경이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래서 순간 “엄마”라고 말하고 그 말에 진호경은 흠칫 놀란다. 이미 진부연은 태생부터가 얼음돌의 힘을 빌어 탄생했던 인물이다. 13개월을 품고 있어 이미 생을 달리한 아이였지만 천부관 관주 장강(주상욱)에게 얼음돌의 힘을 빌어 살려 달라 간청해 태어난 아이. 하지만 그 후로 다시 잃어버렸고 그래서 평생을 찾아 헤맸던 아이가 바로 진부연이다.

그러니 정체도 모른 채 제 딸을 죽이는 이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는 어리석지만 그래서 더욱 애틋한 인간의 비극을 그려낸다. 바로 이러한 애틋한 정서는 <환혼>이라는 판타지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저 몸에서 몸으로 혼을 바꿔가는 그 판타지 설정의 재미만 추구했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정서적인 몰입감이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환혼>은 그래서 죽은 자를 되살리고, 혼을 바꿔 삶을 이어가는 그런 설정의 표피적인 자극이 아닌, 보다 깊은 인간 존재의 한계와 그럼에도 이를 넘어서려는 욕망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가녀린 존재로서의 비극을 담은 서사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톡톡 튀는 캐릭터들과 로맨틱 코미디의 색깔이 얹어진 경쾌하고 유쾌한 웃음들이 빠지지 않지만 <환혼>의 전체를 쥐고 있는 힘은 바로 이 죽음 앞에 가녀린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담긴 비극이다.

이러한 비극은 <환혼>의 전제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 얼음돌이 세상에 나와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들과 이를 해결하고 사라진 서경 선생의 전사에도 담겨 있다. 서경 선생이 심서에 남긴 글이 그것이다. 다시 세상에 등장한 얼음돌의 처분을 두고 만장회에서 갈등이 표출되자 장욱(이재욱)은 서경 선생이 남긴 심서에 그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건 그저 연인에게 남긴 시라고 생각해 장욱이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수를 쓰고 있다 생각하지만, 장욱은 그 심서에 담긴 진짜 서경 선생의 뜻을 이렇게 말한다.

“소중한 한 사람을 살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서경 선생의 심서는 죽어가는 연인에게 보낸 글이었고 차마 떠나보내지 못해 남긴 것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세자 고원(신승호)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얼음돌을 없앤 천하 영웅이라는 자가 고작 한 사람을 살리려 그 힘의 유혹에 넘어 갔다?”고 반문한다.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 얼음돌 앞에서 서경 선생 같은 인물조차 흔들리게 만든 건 바로 사랑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었던 것. 장욱은 말한다. “천지의 순리를 거슬러서라도 잡고 싶은 인간의 어리석고 서글픈 마음 그것이 심서에 남긴 서경의 고백입니다.”

매회 통통 튀는 경쾌한 분위기로 때론 달달하고 때론 빵빵 터지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환혼>에는 어딘가 비극의 분위기 또한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을 감싸고 있는 죽음 앞에 가녀린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 때문이다. 과연 장욱과 무덕이는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할까. 그 애틋함과 안타까움 속에서 시청자들의 감정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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