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임성한 필력이 날라다녔던 건 인어아가씨가 최고 같음.
사실 일일극에 비극을 녹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다가도 홈드라마도 하고 멜로도 하고 복수극도 하고.
근데 끝내는 모든 비극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수미쌍관이 돌았음
모든 인물들의 수미쌍관이 있음
작가가 원했던 건 그냥 여주인공의 모든 생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음. 복수로 시작했고 사랑하게 되면서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자신이 뿌렸던 복수의 부메랑이 다시 돌아오는 것. 여주인공은 결혼하게 되면서 자신의 복수를 후회하지는 않았어.
그때도 여전히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아이를 낳고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 엄마가 되면서 점점 아버지와 내연녀를
받아들이게 되잖아. 그리고 여주인공이 복수를 후회한 시점은 오히려 후반부의 비극이었던 것 같아.
그때 당시 아니 다 용서하고 묻고 가겠다는데 여주인공은 왜 저렇게 이혼을 고집하냐 자존심 한번 굽히기가 저렇게 힘드냐
이런 반응 많았던 걸로 기억하고 고무줄 편성 때문에 억지로 넣은 거다 라는 설정 많은데
의외로 우주그룹 그쪽 이야기는 초반부터 작가가 계속 깔아왔더라.
첫남자 엄마가 여주 보약 챙겨주는 걸로 은진섭 부부가 아 얘가 우주그룹 며느리가 될 애구나 하고 착각하게 되는 그냥
단발성 에피로 쓴 게 아니라 우주그룹 사모가 여주를 계속 아끼고 신경쓴다는 걸 계속 은연중에 깔아왔고
사모가 한번씩 여주를 만난다는 대사도 몇번 계속 언급돼.
어느 순간 갑툭튀가 아니라 이 설정은 여주가 복수를 위해 우주그룹 상속자한테 접근해서 유혹하는 걸 연습했다가 이제 그걸 남주에게
써먹었다는 걸 되돌려 받음으로써 여주가 진짜 후회하게 만드는 설정을 오랫동안 잘 깔아왔던 거 같아.
오히려 결혼하고 시모 시할머니 이렇게 포섭하는 과정이 너무 길게 끌었다면 끌었을까.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은 부분은 후반부지.
은진섭의 실패, 끝나지 않은 예영의 불행으로 모든 업보를 되돌려받은 심수정,
심수정 못지 않게 아들 딸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역시 이간질해왔던 벌을 되돌려 받은 조수아도.
오히려 홈드라마 부분을 좀 짧게 쳐내고
후반부 비극을 좀 빌드업 크게 됐으면 오히려 비극 부분이 더 잘 살았을 거 같은 아쉬움 정도.
여주의 생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드라마는 다시 정주행하는 재미가 있더라.
십수년전 드라마라 아직 남아선호사상이나 남자는 불륜해도 용인되는 시대착오적인 대사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결국 이런 먼치킨 여캐도 안락한 가정 이루기가 해피엔딩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등은 아쉽지만.
갠적으로 지금 일일극으로 치환해도 이런 연기 구성은 찾기 힘들 거 같더라.
가장 어린 배우들? 이 우희진 이재은 이런 배우들인데 거의 아역 짬바 합해서 20년 넘는 사람들이고.
중견 배우들이 거의 어벤져스급 연기들이다 보니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나옴.
갠적으로 하늘이시여 보다 한혜숙은 인어아가씨 때 연기가 더 좋음.
비하인드? 같은 거 보면 그냥 임성한은 장서희에게 모든 걸 다 걸었던 거 같더라.
그게 그냥 드라마에서도 느껴짐. 복수씬 대사 통으로 다 레전드이기도 하지만 그냥 거의 대본 30장짜리 대사 던져주고
그냥 장서희가 다 이끌어가게 아예 전부 내던져 준거지. 임성한 월드 뒤져봐도 캐릭도 연기도 진짜 전후무후한 캐릭인거 같음. 연기도.
+
다시 정주행해보면 일일극에 비극 바운스 넣는 작가 저력이 장난 아님.
임성한도 젤 필력 신급이었던 게 이 작품 같음. 대사 쓰는 것도 표독스럽고 날카롭고 재밌어.
그 이후 작품은 너무 코믹 베이스 갈아넣은 게 좀 별로인데. 다들 연기를 그냥 던져놓으면 그 세계관 사람들 사는 것처럼 연기하니까
더 보는 재미가 있었던 거 같음. 다시 봐도 재밌어.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나는 되게 잘봤음. 다시 보니까 또 새롭더라.
++)
처음엔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마지막까지도 싫은 인물은 여전히 은진섭과 이주왕 내연녀같지 않은 내연녀같은 그 인물 둘은
마지막까지도 싫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