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가 동생 죽음에 대한 복수로 서기태를 추락시키려는 건 알겠어.

가족 일이니까 감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하지만 나는 이진우 캐릭터를 생각하면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져.

다른 직업이라면 몰라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실을 근거로 검증하고 판단해야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잖아.

지금 당장은 정황증거로 서기태를 범인으로 생각할 수 있어도

증거를 토대로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5년이란 시간이 있었어.

애초 동생 죽인 살인자=서기태 프레임이 생긴 게 당시 서기태를 죽이려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고, 극중에서 나온 증거들을 살펴보면 의심정황만 무성할 뿐, 솔직히 무엇 하나도 '서기태=범인' 땅땅하면서 확실한 게 없어.

1. 서기태-이근우 통화 녹음파일

'무슨 짓'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물론 여기서 '무슨 짓'이라는 게 널 죽이고서라도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 수 있지. 그런데 막말로 '널 죽이겠다'라는 직접적인 얘기도 아니잖아. 말만 그렇게 했는지 실행에 옮겼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고 이근우를 죽인 게 서기태라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어.

2. K 정체 및 비자금 실명장부

이니셜 'K'가 서기태라고 주장하고 증거(뇌물가방)까지 찾게 해준게 그 의심스러운 김영주야. 김영주는 서기태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고 김영주의 조작을 염두해두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봐. '뇌물가방을 받았으니 서기태가 K야'라는 논리는 앞서 나왔던 ''무슨 짓~'이라 말했으니 이근우 죽인 살인자는 서기태야'하는 것과 똑같음. 뇌물가방이 뇌물가방이 아닐 가능성도, 뇌물을 받았지만 서기태가 K가 아닐 가능성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한 사람의 말 한마디를 믿어버리는데 과거시점이었던 이진우야 모르겠지만 결국 현재시점에서 K는 백규민이라는 게 밝혀지지. 이 비자금도 사실 서기태의 것이 아닌 백규민 것이니 서기태가 비자금과 연관이 있어도 주축은 백규민, 김영주라는 것.

3. 이진우 살인교사 사건

마표대교에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남자의 마지막 통화기록이 서기태라는 점은 확실히 '이근우 살인자=서기태'와 더불어 '이진우 살인자=서기태'라는 가설에 힘을 준다고 생각해. 이진우가 복수를 하려는 이 시점에 가장 확신을 준 사건이기도 하지. 하지만 이것도 1,2번과 같이 확실한 정황증거만 있을 뿐 확실한 증거라고 하기엔 누명을 씌우기 위한 김영주의 조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 전화통화로 서기태가 죽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진우가 들은 것도 아니고서야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거.

서정인 채용비리를 단번에 거절하는 거, 마음먹은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하게 5년 전에 서정인의 핸드폰을 없애버린 것만 봐도 행동력, 실행력이 뛰어나고, 단순히 한사람의 말 한마디로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의 소신이 있으며, 사람으로서든 기자로서든 통찰력?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거든.

자신과 동생의 일이니 감정적일 수 있다는 건 동의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라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직업이 기자였던 사람치곤 1차원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 너무나 안일한 태도이지 않나 싶음.

이진우는 진실을 알려달라는 서정인에게 1,2번의 증거를 내놓는데 5년동안 새로 밝혀낸 진실은 없고

그마저도 5년 묵은 정황증거만 가득한 진실이라는 거와 그런 증거들이 누가 짜놓은 듯 한 사람 서기태에게 쏠린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 들고.

이진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서든 서기태, 그리고 서정인과 대립구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장치로서 이용한 점이 캐붕으로 느껴져서 안타까워서 글 써본다ㅠㅠㅠ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