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en.com/news_view.php?uid=202011230836066510#_enliple
과거 이야기를 봐도 김선호와
김도완이 악연이 될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래서 '스타트업' 비공감 투표가 올라간 게 아닐까.
11월 21일 방송된 tvN 토일 드라마 '스타트업'(연출 오충환/극본 박혜련) 11회에는 한지평(김선호 분)과 김용산(김도완 분)이 악연으로 엮이게 된 과정이 공개됐다. 한지평은 5년 전 데모데이에서 차징파트너 김동수가 제시한 사업 아이템에 문제점을 지적,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김동수는 데모데이 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고, 이와 함께 김용산이 동수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날 공개된 '스타트업' 12회에서도 지평과 용산이 얽힌 악연은 이어졌다. 지평은 삼산텍과 투스토 간 계약서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막으려 했으나, 용산이 죽은 동수를 들먹이며 그를 저지했다. 그러면서 지평 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삼산텍 식구들 앞에서 폭로했다. 자신 때문에 삼산텍이 공중분해되는 결말을 맞았음에도 용산은 여전히 지평을 향한 원망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스타트업' 시청자들은 지평을 갑자기 원수처럼 여기며 적대적으로 돌변한 용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를 향해 "'스타트업'의 진정한 빌런이다", "한지평 도움받았으면서 왜 탓 해?", "왜 저러는지 이해 안 됨" 등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지적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0회 말미에서 용산이 지평을 멱살 잡으며 "이렇게 멋있고 든든한 분이 우리 형한테는 왜 가혹했을까요? 우리 형 왜 죽였습니까?"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에도 불쑥 형 이야기를 꺼내 몰입도가 깨졌다는 평을 들었다. 방송 직후 진행된 '스타트업' 비공감 투표에서 해당 장면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뜬금없는' 건 아니다. 앞서 샌드박스에 온 이유를 '복수하기'라고 적었던 의미심장한 메모지가 복선으로 깔렸고, 이를 수거하는 반전을 선보이고자 엔딩으로 배치됐을 것이다. 또 형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데모데이 사건이 영향을 끼쳤기에 유족인 용산 입장에선 충분히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순 있다.
그러나 한지평과 대립구도를 그려야 하는 서사가 너무나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동안 이전 방영분에서 갈등 혹은 관계 변화를 암시하는 설정 및 지점들이 전혀 없었다. 원수로 여겨야 할 지평에게 반발심을 드러내기는커녕 쉽게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게다가 지평이 동수에게 던진 지적사항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오히려 창업을 준비하는 동수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스타트업' 속 캐릭터들이 사건을 계기로 성장하듯, 김용산 또한 한지평과 대립하는 것을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인물과 밀접한 관계성을 쌓아오며 탄탄한 서사를 구축한 한지평과 달리, 김용산은 너무나도 설명이 부족했다. 또 대립을 위해 그동안 옳은 조언만 해온 한지평을 일차원적인 악역처럼 소모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김용산은 악역이 됐다.
오는 28일 방영되는 '스타트업' 13회부터 3년 후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상하게 엉켜 악연이 된 한지평과 김용산,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