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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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어제 다들 20회는 잘 달렸니??ㅋㅋㅋㅋㅋㅋ 원래 해외드라마방에만 서식하다가 스카이캐슬 20회보고 빡쳐서 적는 글이다..ㅋㅋㅋㅋ 스카이캐슬 20회만 두고 보지 않고 종방한 기념으로 전체적인 평을 쓰려고!!


1. 피카레스크


스카이캐슬이 피카레스크물이고 악역을 위주로 사건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거야. 1-5화에서 드라마는 한서진에게 깊이 공감하도록, 통칭 선이라고 하는 행동을 하는 이수임을 반동인물로 내세우고 사건이 전개되지. 시청자들이 한서진에게 공감하고 이수임을 욕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고, 이 드라마의 목적이야. 그렇게 드라마가 시청자를 자신에게서 모순점을 생기게 만들고, 그리고 그 모순에 대해 얘기해나가는 매우 매력적인 장르이지. 시계태엽 오렌지나 데스 노트와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깊이 공감한 적은 이번만이 아닐 거야. 데드풀이나 베놈같은 안티-히어로 영화에서도 많이 쓰이는 장치야.


사실 피카레스크물은 시청자의 모순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보기에 썩 기분이 좋은 장르는 아니야. 그렇지만 '모순'이라는 효과를 이용해 사회풍자, 혹은 도덕의 원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 한서진과 강준상은 중반까지만 해도 혜나의 죽음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 물론 연출상 걱정하거나, 놀라는 장면이 많이 나왔지만 사실 서진은 예서의 대학에 해가 될까, 준상은 자신의 출세에 발목이 잡힐까 오히려 혜나보다 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었어. 사실 캐릭터를 이렇게 구축한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2. 강준상


위의 내용을 계속 이어가자면, 한서진과 강준상의 이러한 올곧은 가치관은 흔들림이 없어보여. 서진은 너무나도 괴롭고 이리저리 치이지만 수감되어있는 우주를 풀어달라는 수임의 말에 몇번이고 거절을 했어. 물론 자신에 대한 확신이 뚜렷해보이진 않지만 한 학기만 버티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 준상도 그런 듯 보였으나 전환 포인트가 서진보다 먼저 오게 되는데 그 포인트가 조금 이상해. 그게 '혜나의 죽음'이야. 혜나가 자기 딸인걸 알자마자 준상은 사람이 180도 바뀌어버려. 사실 준상의 여러 모습을 보면 예서가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꼭 학원을 가야하냐는 말부터 주영을 해고하라는 둥 서진의 결정에 공감을 못하는 듯 보여. 준상은 서진이 얼마나 예서를 위하는지 모르는 듯이 보이는게 나는 예서에게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 그냥 무관심하고 입시 체제에 잘 흡수되지 못한 학부모인가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자신의 피붙이를 아꼈다고 혜나가 딸인 걸 알자마자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다나, 모녀가 그렇게 된게 다 자기 잘못이라나. 캐릭터가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게 보였어.


3. 김주영


주영은 베일에 싸여있어 호기심을 자극한 인물로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정말 호기심으로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아. 언제나 주영의 감정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없게 만들어놨어. 그게 처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그 만한 것이 없지만 가면 갈수록 이미지 소비가 커지고 주영의 결정에 공감할 수 없어지면서 점점 답답함만 커져가. 주영이 혜나를 실제로 '죽여야만' 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드러나지 않았어. 주영이 혜나를 예서의 집으로 들여야만 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드러나지 않았어. 주영이 수임에게 케이의 정체를 꺼내고 연두 이야기를 지어내야만 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드러나지 않았어. 주영이 시험지를 빼돌려야만 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드러나지 않았어. 정말 베일에만 싸두고, 과거회상도 같은 것만 되풀이하면서 진정으로 주영을 공감하라 한걸까? 난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어야만 했는지 아직 모르겠어.


4.  예서와 엄마


기울어지는 판국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캐릭터는 예서라고 생각해. 예서는 꽤 긴 시간동안 주영에게 묶여있다 더 이상 나아지는게 없다는 걸 알고 다시 엄마에게 돌아오고, 엄마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판단해 점점 자기자신에게 갇히게 되는 모습이 보였어. 감정선이 공감할 만하고 입체적으로 구축되어있어 15회 이후 회차에서 심폐소생술이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아. 한서진은 가장 감정이 많이 드러나고 말과 속마음을 통해 시청자와 밀접한 관계의 인물인데 언제부턴가 힘을 잃어버리지. 그건 예서와 서진의 관계가 어정쩡한 관계에 있을 때 가장 불안해. 서진과 예서의 관계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는데 서진은 예서가 대학에 가야만 한다고 계속 시청자들에게 어필해. 과연 올바른 스토리텔링일지 의문이 들어.


5. 우연과 필연


스카이캐슬이 얼마나 좁은지 모르겠고, 인물들이 얼마나 크게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우연적인 사건이나 구세주의 존재는 극의 개연성을 도륙내는 장치야. 우연에도 필연이 섞여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뭐 인물들이 서있다 듣고 산책하다 듣고 엿듣고 몰래 보고 뭐 갖다주다 듣는 등의 전개가 너무나 많아. 그리고 그 '우연하게' 들은 말이나 행동을 조각처럼 모아모아 퍼즐을 맞추어 진실인 양 말하고 다니는데, 더 웃긴 건 그게 또 거의 맞아. (특히 수임, 진진) 난 이게 정말 수임의 소설의 일부인 줄 알았어. 


6. 중심 인물 외부의 인물들


왜 차민혁이 인기가 많을까? 민혁이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상황이 시청자들이 재미있는거야. 시청자들은 민혁을 옹호하는게 아니고 드라마가 민혁과 같은 사람을 비꼬는 상황에 더 환호하는거지. 그것도 작가는 알았는지 민혁의 캐릭터를 굳건하고 똥고집으로 더 만들어버려. 오히려 중심 인물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를 생성했어. 20회까지 가서도 이렇게 매력이 남아있는 캐릭터를 찾기가 전무한 상황에서 민혁 혼자 그랬다고 생각해. 


수임은 왜 케이를 봐주게 됐을까. 또 가을이는 왜 저기 있는걸까. 미향과 미향의 아빠는 언제부터 연락이 됐던걸까. 우주는 왜 갑자기 자퇴를 하고 여행을 갈까. 어머님은 갑자기 설득당하신걸까. 세리는 어느 클럽에 다니길래 7000만원 가량을 모을 수 있었을까.

또, 스카이캐슬 엄마들은 고3 학생들이 단체로 땡땡이치고 나가는게 자랑스러울까. 자신들이 교육열의 전선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아직 교육과 사투하는 부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작가는 분명하게 말해. 우리들이 한국의 교육을 바꿀 수 없다고. 그래서 더 아이들을 사랑해야한다고. 분명 대사에선 그렇게 말했으면서 너무 행동과 말이 다른 거 아냐?


7. 마무리


우리나라에서 꽤나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할 거리가 많고 그 관계들이 치밀하고 잘 정의되어있는 드라마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스카이캐슬을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어. 또 시청자들의 입맛이 점점 변해가고 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20회에서 스카이캐슬을 조금이라도 꼼꼼히 본 사람이라면 실망할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끌어왔다는 걸 생각하면 작가가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아냐. 우리나라 드라마는 결말의 방향에 따라 드라마 자체의 브랜드 가치나 배우들의 커리어에 많이 영향이 가는 편이라서 이렇게 끝나서 아쉽긴 하지만 기대가 엄청 크진 않았어.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드라마를 좋아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당연히 아쉬운 결말이 맞는 것 같아. 분석하고 할 건 솔직히 더 넘쳐나지만 제일 생각나는 거 위주로, 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거 위주로 (거의 의식의 흐름....) 써봤는데 내 글 솜씨가 좋지 않아서 잘 읽혔을런지는 모르겠네 ^_ㅠ.. 밑엔 내가 ""이렇게 끝났다면??""하는 결말을 몇 개 적어볼게!!ㅋㅋㅋㅋ 재미로..


a. (피카레스크물의 전형적 결말 1) 예서가 고통을 이겨내 서울의대에 간다. 우주는 진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있다. 서진은 아직 자신의 진심을 모르지만 그래도 예서가 서울의대에 들어간걸로 모두 잊는다. 수임네 집은 점점 몰락하고 서진네 집은 승승장구하여 씁쓸함만 남는다. 물론 주영도 버젓이 영업. (풍자의 효과를 굉장히 극대화시킬 수 있다.)


b. (피카레스크물의 전형적 결말 2) 예서가 서울의대에 갔지만 죄책감을 덜어내지 못하고 부진한다. 수임은 서진에게 간곡히 부탁하지만 여전히 매몰차다. 결국 예서가 일을 저지르고(어떤 큰 사건. 무엇이든.) 서진은 그제서야 수임에게 고백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수임의 집, 서진의 집 모두 몰락하며 배드 엔딩.

b-2. 예서가 서울의대에 붙지만 영재와 같은 길을 따라간다. 영재네와 서진네의 비슷한 결말로 스카이캐슬의 비극 되풀이.


c. 사실 주영이란 사람은 없고, 서진 내면에 주영이라는 사람이 존재. 부모의 욕심이 극에 달해 주영과 같은 극단적인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어 자식과 가정을 모두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20회에서 주영은 사실 없다는 걸 밝히면서 똑같은 전개로 가져갔어도 이만큼 욕먹지는 않았을 듯. (주영의 감정이 심하게 감춰져 있어 든 생각. 혜나도 서진이 죽인 게 되고, 살해동기가 오히려 명백해진다.)


d. 19회의 화해와 사과는 모두 수임의 소설이고 a or b 전개

  • tory_1 2019.02.02 20:24
    헐 c 나도 생각했었는데... 토리가 쓴 어느 결말이더라도 지금보다 나았을 거 같아ㅋㅋㅋ 글 잘썼다
  • W 2019.02.02 20:27

    좋게 봐줬다니 고마워ㅠㅠ.. 개인적인 감상이라 좀 조심스러운 면도 있긴 해서..!! c였으면 진짜 20회 보면서 환호했을 것 같어ㅋㅋㅋㅋㅋㅋㅋ

  • tory_3 2019.02.02 20:28

    글 진짜 잘썼다ㅋㅋㅋ 우리나라에서 꽤나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할 거리가 많고 그 관계들이 치밀하고 잘 정의되어있는 드라마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스카이캐슬을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어. <- 공감.. 캐릭터랑 시청자들 생각 분석 다양해서 좋았고 이런 드라마 보기 힘들어서 이부분에선 높게 평가하고 싶음! 그리고 스캐 장점 흡수해서 더 좋은 드라마들 많이 나오면 좋겠당

  • W 2019.02.02 20:31

    내 글 공감해줘서 힘이 됐어!! 어떻게든 결말을 맞춰보려는 사람들이 혈안이 되서 추리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느꼈어. 더 좋은 드라마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D

  • tory_4 2019.02.02 20:49
    난 b정도 결말 원했던거 같아
    아쉬움 ㅠㅠ
  • W 2019.02.02 20:57

    아쉬워아쉬워...ㅠㅠ

  • tory_5 2019.02.02 21:19
    b같은 결말이었으면 주제의식이나 여운도 장난아니였을텐데...
  • tory_6 2019.02.02 21:4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2/02 22:01:32)
  • tory_7 2019.02.02 22:29

    결말에 아쉬움이 많은건 사실이지만,,나는 적어도 스카이캐슬이 몇몇 인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캐슬 전 주민을 아우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잘해왔다고 생각해....하지만 너무 아쉽다ㅠㅠㅠㅠㅠ지난 3개월동안 진짜 재밌게 봐왔는데

  • tory_8 2019.02.02 22:57
    C였으면 명드됐을텐데ㅠ 토리야 글 꼼꼼하게 다 읽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흑
  • tory_9 2019.02.03 03:00
    잘봤어
  • tory_10 2019.02.03 03: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2/01 02:13:28)
  • tory_11 2019.02.03 17:32
    C가 젤 반전미 넘치긴 한데 스토리 전개에 너무 구멍이 많이 생겨서... C와 B-2를 섞어서 한서진이 혜나를 죽인게 맞고 그걸 김주영이 했다고 한서진이 완전히 믿는걸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ㅜ
  • tory_12 2019.02.04 13:01
    넘 술술 잘읽혔어!!! 잘봤오 ㅠㅠ 톨글보고 아쉬움이 좀 풀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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