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10초부터~
정관: 난 죄가 없다.
동기: 형님!
정관: 죄를 물으려면 힘없는 조선에 물어. 가난하고 무지해 제 백성 하나 지켜내지 못한 조선에 죄를 물어.
동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렸는지 아십니까? 안창호 선생, 이봉창, 윤봉길 선생, 나석주 선생... 어디 그들 뿐이겠습니까? 열 여섯, 열 여덟, 꽃다운 청춘들은 또 얼마나 많이 민족을 위해 쓰러져 갔습니까? 모두가 형님처럼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정관: 그들은 그들의 신념대로 살고, 난 나의 신념대로 사는 것이야. 그들은 그들이 옳다 믿는것에 목숨을 바치고, 난 내가 옳다 믿는것에 나를 다 던졌을 뿐이야.동기: 형님!!
정관: 난 내 꿈대로 살았다. 내 한 평생에 후회가 없어. 다시 그 시절이 온다해도 난 이 길을 택할 것이야. 일본은 나에게 꿈을 주었고, 용기를 주었고, 기적을 이룰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대체 실체도 없는 조국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조선이라는 허명이 나에게 밥 한술을 떠넣어주었느냐, 등펴고 누울 자리를 하나 던져 주었느냐? 누더기같은 삶을 강요했을 뿐이야. 운명에 순응해 돌덩이나 쪼고 질통이나 지며 엎드려 살라,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라 강요했을 뿐이야. 난 내가 자랑스럽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 문정관이가 자랑스러워. 내 손으로 기적을 이뤄 내 아우를 먹이고 공부시키고 내 자식을 키우고 이룬 이 모든 것들이 자랑스럽다. 너희들은 나를 단죄할 수 없어. 날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내 모든걸 뺏을 수는 있어도 내게 죄를 물을 수는 없어.
궁예아저씨가 열연했던 친일파 문정관 자작과, 독립운동가이자 공산주의자라서 자신과 정반대의 인물이지만 자신이 죽더라도 너의 세상이 오길 빌어주겠다며 끔찍히 아꼈던 친동생 문동기의 일본 패망 후의 대화장면...
합리화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엔 죄값을 치뤄야할 매국노고, 끝내 반성과 뉘우침도 거부함으로써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지.
시대가 시대인지라 친일파가 여럿 등장하고 광복 이후에도 단죄되지 않고 살아남아 정권에 빌붙어 군림하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무능한 조선을 탓하며 친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보다 친일행위의 기저에 한 가장으로서 개인의 가족애나 입신양명, 혹은 탐욕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야.
그래서 캐릭터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지만 "그래봤자 친일파는 친일파, 민족의 반역자일뿐" 이라는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미덕이 아닐까 싶네.
공영방송의 역사기반 드라마라는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된 그 상업적인 드라마와 근본부터가 다른 드라마겠지만 그래도 조선팔이나 식민사관을 들이대지 않아도 친일파를 그려낼 수 있다는걸 제작진들이 알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