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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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극 매니아얌


주몽부터 시작된 나의 사극사랑기는 ㅎㄷㄷ하지


대조영, 선덕여왕, 추노, 이산, 공주의 남자, 해품달, 육룡이나르샤, 뿌나, 정도전, 기황후 등등 손가락 아프니까 여기까지만 쓸게


근데 요새는 재밌는 게 안 나와서 실망 중...그냥 한복 입은 로코찍고 있고 고려거란전쟁이 그나마 볼만했는데 스토리 이상해진 이후로 못 보고 있음 ㅠㅠ


그런데 이상하게 끝판왕(?)인 대장금은 본 적이 없어!! 왜냐?? 하필 대장금이 방영할 시기에 온 가족이 해외살고 있었거든!! ㅠ 요새야 넷플도 있고 해서 해외에서도 한드 볼 수 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그런 건 절대 불가능했지 (국제전화도 전화카드로 하던 시절) 내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근데 또 하필 내가 사극 한창 파기 시작하던 2010년대 초반 즈음에 굳이 찾아 보기엔...대장금은 너무나 저화질이었던 것... 그래서 손이 안 갔는데


(그래도 스토리 주워들은 것도 있고 만화판 대장금은 읽은 적이 있어서 어떤 뉘앙스인지는 알고 있었음)


어쩌다 큰 맘먹고 어제 보기 시작했어! 벌써 10화까지 봤는데 간단 후기 좀 남겨보려 해.


1. 우와...손나 재밌음....진짜 재밌음....빨려들 거 같아....왜 시청률이 50%가 넘었는지 너무나 납득. 저화질인데도 저화질이 저화질로 안 보여. 다들 재미없는 한복 입고 있고 재미없는 화장하고 있고 화면도 완전 안 화려한데 그런 거 신경 1도 안 쓰임. 


2. 너무나 완벽한 여성서사 그 자체. 2003년에 이렇게 완벽한 여성서사가 이미 나왔다는 게 너무 놀랍고 이 이후로 오히려 퇴보한 느낌? 사극에서 여성은 그저 왕의 사랑을 얻기 위한 부차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게 나름 불만이었거든. 사극을 좋아하지만서도. 전쟁이고 대업이고 여성의 자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사극인데도 이런 여성서사가 이미 2003년에 완벽히 나왔다는 게 신기하고 또 이런 스토리가 전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았다는 것도 되게 뻐렁차. 


3. 카피를 보다가 오리지날을 본 느낌. 이병훈 피디의 다른 작품들 - 이산, 동이나 김영현 작가의 다른 작품들 - 선덕여왕, 뿌나, 육룡 등등 다 좋아하지만 항상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있었거든. 대장금을 보고 깨달았지. 이미 그들은 대장금에서 완벽을 만들었었다는 것을.... 그리고 왜 사극에서 아역시절이 그렇게 주구장창 나오는지, 보여주기식 요리 장면이 나오는지 등등을 조금 이해하게 됨. 대장금에서 너무 재밌게 나왔던 거야. 대장금이 이후 사극들에 있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기초적 레퍼렌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


4. 스토리 디테일이 대단하다. 그 요리에 관한 디테일들 모두가 정말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잘 녹아들어 있어. 다른 작품에서도 요리 디테일 각종 고사 디테일 나올 때가 있지만 "자~~ 이게 스토리의 리얼리티를 위해 방금 내가 인터넷에서 긁어낸 지식이야" 이런 느낌을 자아낼 때가 많거든. 지식적인 게 아니더라도 "자~~이건 우리 드라마가 열린 여성서사로 보이기 위한 대사야" 혹은 "자~~이건 여성들간의 우정이야" 이런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대장금은 이런 거 1도 없음. 그냥 그 모든 게 스토리 자체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나옴. 김영현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 거 같다. 동시에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고뇌하고 고민했을지가 느껴짐.


5. 내가 너무 어릴 때 봤으면 감상이 달랐을텐데 사회에서 여러번 물 먹고 배신도 당하고 보니 정말 다르게 보여. 되게 힘이 된달까. 어느 중동의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보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하던데 너무 이해됨. 


6. 사실 사극 배우들이 거기서 거기잖아? 지난 5~6년 사이 나온 사극들 배우들 돌려쓰기가 너무 심해서 몰입 방해될 때가 있는데 아예 20년 전 드라마다보니 은퇴하거나 돌아가신(ㅠㅠ) 배우님들도 많이 보이고 해서 오히려 뉴페이스로 느껴지고 뭔가 신선함


7. 그리고 한드 때깔이 고와지기 전이라 배우분들 뭐랄까 분장이나 주름도 다 자연스럽고 보톡스도 덜 맞던 시기인 거 같아서 되게 자연스럽고 좋더라. 곱게 관리하고 1mm까지 정확하게 속눈썹 컬링한 사극들 보다가 대장금 보니 드라마가 아니라 찐 조선시대를 보는 느낌이 들어 ㅋㅋㅋㅋ 소품도 다 소박하고 화질도 구리니까 오히려 리얼리티가 사는 느낌?? 

  • tory_1 2024.02.19 01:04
    얼마전에 남후배 만났는데 인생드 얘기나와서 대장금 얘기 나왔는데 홍시에피만 기억하고 음식하는 드라마로 알고있더라ㅋㅋㅋㅋ 대장금의 대단함을 모르다니 … 본인은 의학 드라마 좋아한다면서 허준은 봤는데 대장금은 안봤다고 하더라 어이없었음 ㅋㅋㅋ
  • tory_1 2024.02.19 01:06
    나중에 비하인드에 장금이랑 종사관이랑 포옹씬 있는데 감독이 뽀뽀하라고 디렉팅하는데 이영애가 그건 아닌거 같다고 똑부러지게 말하는씬 있는데 난 그것도 좋았음. 이영애 본체는 뭔가 여리여리 순종적인 여성일 줄 알았는데 내 편견.
  • tory_2 2024.02.19 01:11

    그때 신문에서 사회생활 할 때 동료로서 장금이 vs 금영이 설문조사 했던 것도 기억난다. 대장금 이후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있었던가 ㅜㅜ(이번 밤피꽃은 오랜만에 만족ㅠㅠ) 여주 남주 다 좋아. 악역까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야. 

  • tory_3 2024.02.19 01:28
    금영이도 최상궁도 문정왕후도 내의정도 열이도 오겸호도 모두모두 다 이해되는 드라마임. 연기도 그렇지만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음
  • tory_4 2024.02.19 10:24

    나도 최근에 천천히 정주행 중인데 1화 부터가 진짜 개꿀잼...ㅎㅎ 정말 그 때 그 당시 인기 이해한다

  • tory_5 2024.02.19 15:31

    김영현 최고의 역작임. 김영현 혼자 쓰는 거 그래서 한번 보고싶음. 지금은 거의 김박으로 가고 있는 거 같은데 난 김영현 혼자 쓸때의 럽라나 서사를 더 좋아했었어서. 대장금은 작감배 비롯 모든 드라마의 컨텐츠가 그야말로 완벽 그자체였다ㅠㅠㅠ

  • tory_6 2024.02.19 22:24
    대장금은 진짜 명작이야 특히 2,4번 완전 공감
  • tory_7 2024.02.20 03:41
    한복입은 로코.
    대공감!
  • tory_8 2024.02.20 16:11
    대장금 이후로 나온 건 다 아류로 보여.. ㅋㅋ 그래서 동이나 이산 등을 보기 힘들었음
  • tory_9 2024.02.26 02:10
    찐톨 후기 넘 재밌어서 다 보고 난 뒤 감상평도 궁금해지는 중ㅋㅌㅋㅋㅠㅠ 뒤늦은 댓글이지만 글 넘 재밌게 읽었어!! 다 완전 공감ㅠㅠ 찐톨 덕에 간만에 정주행하고 싶어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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